2014년 1월1일 오전 4시 8분 갑오년 새해 첫 일출을 바라보며 사랑하는 우리 가족들의 행복을 빌기 위한 일출여행. 2013년 12월31일 자정이 가까운 시간 대전을 떠나 처음 머문 곳은 경상북도 영덕군 강구면 삼사리에 위치한 "삼사해상공원 [三思海上公園]"이다. 이곳의 상징물 중 하나인 '경북대종각'을 향해 계단을 오른다.
종각 속에 자리한 지름 2.5m, 높이 4.2m, 무게 7,700관(29톤)인 경북대종의 모습이다. *참고로 이 사진은 지난 2012년 7월29일 오전 이곳에서 찍은 사진이다.
경상북도 개도(開道) 100주년(1996.8.4)을 맞아 만든 이 경북대종은 국내에서는 가장 큰 종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보 제 29호인 성덕대왕신종을 본 떠 만든 이 종 표면에는 경상북도가 문화 예술의 고장임을 상징하는 '대금 부는 천인상'과 경북의 풍요로운 결실을 상징하는 '사과를 든 비천상'이 새겨져 있다.
또한 경북대종의 무게 칠천칠백(7,700)관의 7,000은 남북한 겨레 7천만명을 의미하며 700은 경상도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한 고려 충숙왕 원년으로 부터 7백년이 경과했음을 뜻한다는 얘기이다.
경북대종 종각 앞에 오르면 1만 900㎡ 규모의 삼사해상공원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이른 새벽 시간임에도 이미 주차장은 수많은 차량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고, 3시간 여 후에 시작될 신년 해맞이 행사를 위한 준비로 부산하다. 다만 칠흑같은 어둠으로 인해 공원 너머로 펼쳐지는 푸른 동해바다를 보지 못함이 아쉬울 따름이다.
밝은 대낮에 이곳에 올라서면 이처럼 아름다운 동해바다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다. *참고로 이 사진은 지난 2012년 7월29일 오전 이곳에서 찍은 사진이다.
멀리 경북대종각의 모습이 보이는 공원 광장 한켠에는 이와같은 어디선가 본듯한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일출명소로 유명한 정동진의 모래시계공원에 설치된 모래시계를 닮은 조형물이다. 참고로 정동진의 모래시계는 모래가 아래로 모두 떨어지는 데 1년이 걸리며 지름 8m, 폭 3m, 무게 40톤, 모래 무게 8톤으로 준공 당시 세계 최대였다 한다.(현재는 잘 모름)
*참고로 이 사진은 정동진 해변의 모래시계 모습으로 지난 2010년 1월17일 늦은 오후에 찍은 사진이다.
삼사해상공원 입구로는 해맞이행사를 즐기기 위한 관광객들을 태운 차량이 끊이지 않고 들어간다. 삼사해상공원 [三思海上公園]의 지명 유래는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 온다. 그 중 하나는 통일신라시대에 세사람이 시랑(侍郞)관직을 지냈다해서 삼시랑이라 하고, 또 다른 하나는 들어오면서, 살면서, 떠나면서 세번 생각한다해서 삼사(三思)라 했다 한다.
지난 수년간 거제 앞 바다 외도,광안리,해동용궁사,간절곶,낙산사,정동진 등 전국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일출명소에서 새해 첫 일출을 맞으며 엄청난 인파에 시달려온지라 이번에는 조금 한적한 곳을 찾아 일출을 보기 위해 울진군 후포항으로 떠날 채비를 한다.
오전 7시10분 영덕 삼사해상공원을 떠나 새해 첫 일출을 맞기 위해 도착한 울진군 후포항.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포구에는 출항준비를 서두르는 어선들의 분주한 모습만 눈에 들어온다.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일출을 보기 위해서는 이곳을 벗어나야한다.
후포항을 처음 찾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팁 한 가지. 수산물 위판장과 음식점들이 몰려 있는 어시장 부근에서는 방파제에 가려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일출을 볼 수 없으므로 위 사진에 보이는 배 형상으로 지어진 수산물유통센터를 우측으로 끼고 북쪽으로 200여 m 올라가면 전망대나 바닷가 등에서 일출을 볼 수 있다. *참고로 위 사진은 지난 2009년 8월2일 오후 이곳에서 찍은 사진이다.
오전 7시18분 일출 예상 시각이 오전 7시35분이니 이미 '시민박명' 시각은 지났다. 주위가 점차 밝아지기 시작한다.
*참고로 "시민박명"이란 태양이 지평선(혹은 수평선)에서 나타나기 전이나 사라진 후부터 6° 아래에 위치할 때까지의 박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약 30분 가량 지속된다. 이 때는 육안으로도 사물을 구분할 있으며, 조명 없이도 일상적인 야외활동이 가능하다.
기상청에서 예보한 일출시각인 7시35분을 15분 여 남겨둔 시점이 되자 한산하던 바닷가에 제법 많은 관광객들이 운집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매년 새해 첫 일출여행을 다니는 나로서는 경남 거제 앞바다의 외도에서, 울산 간절곶에서, 부산 광안리에서, 그리고 부산 기장 해동용궁사에서 엄청난 인파와 그로인한 혼잡에 시달렸던 악몽을 잊을 수 있는 여유로움이 너무나 반갑게 여겨진다. 운집한 관광객들은 고요함 속에서 새해 첫 일출을 묵묵히 기다린다.
오전 7시23분 지난 수년간 영하의 추위 속에서 일출을 기다리는 중 손가락이 얼어 카메라 셧터를 누르기조차 힘들었었지만, 금년에는 예년에 비해서는 너무나 포근한 날씨인지라 큰 축복을 받은 느낌이다. 점차 붉게 물들어가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끈기있게 기다린다.
오전 7시43분 기상청에서 예보한 일출 시각에서 8분 여가 지났지만 수평선 위에 짙게 드리운 해무(海霧) 때문에 새해 첫날의 밝은 해를 아직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배어 온다.
저 해무(海霧:바다안개:sea fog)는 우리나라 동해 해상의 경우 추운 겨울철에 동한난류(東韓暖流, East Korea Warm Current : 대한해협 동쪽 끝에서 쓰시마 해류로부터 갈라져, 한반도의 남동쪽 해안을 따라 북상한다. 북위 36에서 38° 사이에서 북한한류와 환류하고, 남동쪽의 외해로 방향을 바꾼다.)상에 한랭한 대륙고기압의 공기가 머물러 있을 때 발생한다.
저 짙은 해무 때문에 오늘의 일출은 50점짜리밖에 되지 못할 것 같다.
오전 7시47분 일출 예정 시각부터 10여 분간을 애타게 기다리게한 갑오년 첫 태양이 수평선위에 드리운 짙은 해무를 뚫고 서서히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다. 숨죽이며 기다리던 인파 속에서 작은 탄성들이 잇달아 터져 나온다.
추위 속에서도 묵묵히 기다리며 새해 첫 일출을 지켜보는 이 한 쌍의 젊은이들은 저 태양을 바라보며 무엇을 기원하는 것일까? 서로의 사랑이 더 깊고 진해지기를 바라지 않을까?
오전 7시49분 이제 태양은 완전히 그 모습을 찾았다. 새해 들어 처음 보는 태양을 저마다 가슴 깊이 새겨 두려는 듯 주위는 정적에 싸여 있다. 올 한해를 이처럼 숙연한 마음으로 보내기를 누구나 원하리라.
비록 수일 전부터 전국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뿌연 하늘이지만 새해 첫 일출을 보는 마음이 감개무량하다. 누군가는 아침이면 해가 뜨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새해 첫 일출에 대해 코 웃음을 친다. 그러나 저 붉은 태양을 바라보며 소박한 소망을 빈다. 금년 한 해동안 내 가족들이 훌륭한 시민으로 생활하게 해 달라고. 그 뿐이다.
오전 7시53분 이제 태양은 안개속을 벗어나 온 대지에 골고루 그 밝은 빛을 뿌려 준다. 2013년 계사년을 보내고 2014년 갑오년(甲午年) 밝은 태양을 맞는다. 말띠 해인 금년 갑오년. 이 말은 푸른 말이라 한다. 금년 한해 넓은 초원을 힘차게 달리는 푸른 말처럼 우리 모두에게 활기찬 한 해가 되었으면 싶다.
조금 전까지 많은 인파로 붐비던 전망대에도 사람의 그림자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저마다 가슴 속에 새 희망을 품고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또는 일터로 향하는 발걸음들이 아마도 많이 가벼워졌을게다.
오전 8시 새해 첫 일출을 옴몸으로 느꼈던 바닷가를 벗어나 후포항으로 향하며 바닷가에 면한 작은 전망대 뒤로 솟아오르는 붉은 태양을 다시한번 일별한다. 그리고, 120년 전인 1894년 갑오년의 아픔을 기억해 본다.
청일전쟁이 발발했던 1984년 갑오년. 전통적인 강국 청(淸)나라와 근대화된 신흥세력 일본이 한반도를 집어 삼키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다투던 그때를 기억하자.
새해 첫날을 맞은 후포항. 방파제로 둘러싸인 바다는 비교적 잔잔하다. 한동안 운행하던 울릉도행 정기여객선이 지난 2006년부터 운행 중단된 이후 쇠퇴한 느낌이 역력했던 이곳 후포항 다행히도 지난해 여름부터 울릉도행 여객선이 다시 운행하게 되었으니 다음에 이곳을 다시 찾을 때는 좀 더 활기찬 모습으로 내 눈에 비치기를 기대해 본다.
오전 10시 2분 지난 밤을 거의 뜬눈으로 새우다시피한 피로감이 온몸을 내리 누를 때는 가벼운 산책으로 몸을 풀어줌이 좋음을 익히 알기에 가벼운 산책을 위해 도착한 곳은 경상북도 영덕군 병곡면에 위치한 국립칠보산자연휴양림이다. 주차장 한켠에 만들어 놓은 솟대에 걸린 작은 줄에는 작은 종이에 소박한소망을 적어 걸어놓은 흰 종이들이 여럿 눈에 띈다.
'솟대'란 민간신앙을 목적으로 또는 경사가 있을 때 축하의 뜻으로 세우는 긴 대를 말함인데, 삼한(三韓)시대에 신을 모시던 장소인 소도(蘇塗)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소도에 세우는 솟대[立木]가 그것이며, 소도라는 발음 자체도 솟대의 음이 변한 것이라는 설이 있다.
울창한 소나무 숲길을 아주 느린 걸음으로 걷는다. 경상북도 울진군 서면 소광리에는 우리나라 최대의 금강송 군락지가 있을 정도로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을 따라 자라는 금강송은 울진과 인접한 이곳 영덕에서도 접할 수 있음이다.
겨울철이어서인지 인적이 거의 없는 숲길을 따라 걷다보니 해발고도 400m 정도 지점의 전망대에도 인적이 끊겨 조용하다. 전망대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잠시 동안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새해 첫 통화는 가족들과의 영상통화로 시작한다. 그것도 이제 8개월을 조금 넘긴 손녀와.. 너무나 행복한 순간이다.
동쪽 눈 아래로는 소나무 가지 사이로 동해바다가 희미하게 보인다. 상쾌한 바닷바람이 이곳까지 다가오는듯 느껴진다.
고래불해변과 그 우측으로 이어지는 대진해변 부근 바닷가를 망원렌즈로 당겨 보지만 중국발 미세먼지의 심각함이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시계가 불량하다. 검푸른 동해바다의 물빛을 보지 못함이 아쉽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이처럼 아름다운 풍광이 눈 앞에 펼쳐졌을텐데... 참고로 이 사진은 지난 2009년 8월2일 오후 이곳 칠보산자연휴양림 동쪽 바닷가 가까이 위치한 철암산 산행 중 찍은 고래불해변 부근의 모습이다.
오후 2시45분 집으로 돌아가는 귀가길에 잠시 들린 곳은 영덕대게의 명성을 전국적으로 떨치고 있는 경상북도 영덕군에서 가장 큰 항구인 강구항이다. 매년 11월부터 시작해 다음해 봄까지 이어지는 대게철의 절정기인지라 차량과 수많은 인파로 붐비는 곳이다.
대게는 수심 200~300m 지점인 깊은 바다에서 서식하며 7~8년동안 1회 탈피하여 성숙한 후 갑피가 11~12cm까지 크는데 15년이 걸릴 정도로 성장이 더디다. 길게 뻗은 8개의 다리가 마치 대나무 마디처럼 이어져 나가고 대통처럼 비어 있다 해서 '대게'라는 이름을 얻었다.
대게는 이처럼 배가 위쪽으로 보이게 놓고 쪄야 게살이 빠져 나가지 않는다 한다.
일명 ‘대게거리’로 불리는 3km에 이르는 바닷가 식당가는 수많은 차량들로 거대한 주차장이 되어버렸다. 더구나 연말 며칠간 풍랑이 심해 출어를 못한 탓인지? 아니면 새해 첫날이라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많음을 악용해 수입을 늘리려는 때문인지? 상인들이 부르는 가격이 평상시에 비해 너무 비싼듯 싶다. 일행이 4명인 어느 분들은 4마리에 40만원이라는 업소 주인의 말에 깜짝 놀라 뒤돌아섰다고도 한다. 북적이는 사람과 차량의 홍수를 보며 지금이 대게철의 절정기임을 피부로 느끼는 것으로 만족하고 새해 첫날 일출여행을 마감하고 귀가길에 오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