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점수조작해 불이익 준 방통위, 재허가 조건 어긴 KBS엔 면죄부
감사원, ‘TV조선 점수조작’ 방통위 책임자 파면‧해임 통보
이가영 기자 입력 2023.06.28. 14:38 조선일보
TV조선 재승인 의혹으로 기소된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도봉구 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기일에 출석,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은 2020년 TV조선의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 결과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방송통신위원회 양모 전 방송정책국장과 차모 전 운영지원과장을 각각 파면, 해임하라고 방통위에 통보했다. 감사 결과 방통위는 KBS의 경우 조건에 도달하지 못했음에도 재허가 승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28일 공개한 방통위 정기감사 보고서에서 “이들의 비위 정도가 중대하고 고의에 의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방통위는 2020년 3월 16~20일 닷새간 한 연수원에서 그해 상반기 종편‧보도채널 재승인 심사를 평가했다. 심사위원장 윤모 교수를 제외한 심사위원 12명이 채점한 결과 TV조선의 총점은 650점을 넘었다. ‘방송의 공적책임’ 등 중점 심사사항 항목에서도 50% 이상의 점수를 얻었다. 이는 별도 조건 없이 TV조선에 재승인 결정을 해야 하는 점수였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가 나온 후 차 전 과장은 심사위원 2명에게 이미 제출된 심사평가표를 돌려주며 중점 심사사항 점수를 수정하게 했다. TV조선 채점 결과를 보고받은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은 ‘시끄러워지겠네, ‘욕 좀 먹겠네’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양 전 국장이 심사위원장인 윤 교수에게 점수 조작을 제의했고, 윤 교수가 심사위원 2명에게 사후 수정을 제안했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방통위는 수정된 채점 결과를 토대로 TV조선에 ‘유효기간 3년’의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했다.
양 전 국장은 감사원 조사에서 “차 전 과장에게 점수 수정을 상의한 적 없고, 일부 심사위원과 개별적으로 만나지도 않았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합숙 도중 방통위 직원들과 뒤풀이 회식 중이던 차 전 과장이 양 전 국장에게 전화를 받고는 심사위원들과 2차 술자리를 했다는 방통위 직원 진술 등을 토대로 양 전 국장 주장이 거짓이라고 봤다.
감사원은 방통위가 TV조선에 원래 기준인 ‘4년’이 아닌 ‘3년’을 조건부로 제시한 근거가 된 법률 자문도 두 사람의 공모로 허위 작성됐다고 판단했다.
반면 방통위는 2017년 진행한 KBS(한국방송공사) 재허가 심사에서는 허술하게 점검한 것으로 드러났다. KBS는 2017년 감사원 정기 감사에서 상위직급(2직급 이상)이 전체 직원의 60%를 초과하는 등 인력구조가 비정상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방통위는 2017년도 지상파 방송사업자 재허가 심사 때 감사원의 이런 지적을 반영해 KBS에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2020년 KBS에서 제출받은 이행 실적에 따르면 상위직급 비율은 57.4%였다. 별다른 차이가 없었지만, 방통위는 조건이 이행됐다며 ‘재허가’로 심의‧의결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방통위 관련자들은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한상혁 전 위원장은 TV조선 평가점수가 조작된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혐의로 지난달 2일 재판에 넘겨졌다. 양 전 국장과 차 전 과장, 심사위원장이었던 윤 교수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으나 지난 7일 보석 석방됐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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