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일은 언제나 마음의 짐으로 남아있게 마련입니다.
처지가 처지인지라 이번 주에는 맘 먹고 집안일을 좀 하기로 했습니다.
비가 오락가락하지만 또 미루면 흉가처럼 변할 것 같아 구석구석 손을 대기 시작합니다.
토요일 아침 일찍 필리핀에서 돌아온 타카 아우와 상봉을 하고,
바로 잔디깎이를 수리해 왔습니다.
보너스로 날도 갈아왔으니 꼭 일을 다해놓은 기분이 드네요....^^
저는 열심히 구석구석 깎아대고, 아이는 풀을 한데 모아놓습니다.
자쓱이 이제 한몫을 하니 참 대견하네요...
뙤약볕 아래 몇 시간을 일했더니 온몸이 땀범벅이 되고, 다리에 힘도 풀리는데....
참 노동이란 게 그렇습니다....
잘 깎인 잔디밭을 바라보며 담배 한 개비 피워무는데 그 기분이 날아갈 듯 합니다....
일한 두 남정네를 위하여 주안상이 마련되었습니다.
감자전, 도토리묵이 나오자마자 담이의 젓가락질이 바빠집니다.
안 먹고 뺀질거릴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진하게 노동을 좀 시켜줘야 할까 봅니다....
시골에 내려와 살면서 바뀐 게 하나 있다면 이런 동물들과 좀 친해졌다는 것이지요...
아직 담이는 거미를 무서워하지만 시간이 해결해줄 일이겠지요...
이 막걸리 맛이 일품입니다.
앞으로 집에 손님이 오면 대접 품목 1호로 올려놓을까 합니다.
물이 좋으니 막걸리 맛이 좋을 수밖에요....
식구들만 있을 때는 이렇게 캔들 랜턴, 파라핀 랜턴을 켜놓고 있곤 했습니다.
소리 안 나고 조용히 타고 있는 걸 보면 왠지 숙연해지는 거 다 아시죠?
원두막 지붕에 타닥타닥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타프 아래 있거니 해봅니다...
북채도 굽고, 가지도 굽고....
다른 사람 없을 때 바비큐 해본 게 언제였는지, 도무지 기억이 안 나네요....^^
아이가 시를 읽는 아이로 자라는 게 좋습니다.
선생님은 시를 골라주고, 아이들은 자기만의 표지를 만들어서 한 수씩 세상의 리듬을 익혀갑니다.
"담아, 어떤 시가 젤 좋아?"
"응, 감자꽃!"
감자꽃은 노래로도 지어진 모양입니다... 말미에 잠시 감상하시길....^^
장이 서는 일요일이라 장구경갈 마음이 급한데
깔끔하게 마무리하지 않으면 마님이 보내주실 리 만무하지요...
으라차차, 빨리 하자.....^^
다 깎았으니 기념촬영도 한번 해주시고....^^
깎은 풀 내다버리고, 구덩이 파서 음식 묻고,
쓰레기 분리해서 마대자루에 나누어 담고.... 신난다....^^
잠시 쉴 참을 이용해 교정도 잠시 봅니다....
주말 가기 전에 다 보고 디자인 넘겨줘야 하는데... ㅠㅠ
결국 월요일 아침이 되어서야 다 봤다는 얘기....
드디어 온양 장에 왔습니다.
원래는 예전 장에 갈 때처럼 버스 기다려서 타고 갔다올 생각이었지만
너무 늦었으니 다음 기회로....
초입부터 먹을 게 먼저 눈에 띄는군요....^^
옥수수도 맛나지만, 옛날 국수 포장해놓은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장 외곽으로 조금만 나오면 어느 시대인지 가늠하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어릴 적 이런 길에서 자란 사람의 하나로서 참 깊은 감회에 빠지게 합니다.
사진 하는 어느 선배가 이런 골목들을 찍고 다닌다고 하던데...
재미 있겠다고 말한 것이 부끄러워지는군요....
요즘 담이는 어떤 것이든 동물을 키우고 싶어서 안달이 났습니다.
그런 담이의 고집을 알기에 담맘이 꾀를 냈습니다.
"키우고 싶을 때마다 우리 장에 가서 동물 구경하고 올까?"
왠지 얄팍합니다....^^
마치 둘이서 텔레파시라도 보내는 것 같군요....
"우리 집에 가서 살래?"
"아니, 난 고집불통은 싫어해...." ^^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아이를 끌다시피 해서 동물 파는 곳에서 데리고 나옵니다.
얼마나 오랫만에 보는 연탄가게인가요....
지역균형발전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 동네분들이 복지의 사각에 있는 것만은 사실인듯 하군요...
담이 꼬시기 필살기 하나가 마련되어 있었군요....
서른한가지 어쩌구 하는 아이스크림 매장에 들렀습니다.
에어컨 잘 돌아가는 매장 의자에 앉아 있는 모자의 행복이 눈물겹습니다...
브랜드 아이스크림 하나 먹으려면 무려 30분 차를 몰고 나와야 하다니....^^
일요일의 대미는 천안 광덕산 계곡에서 장식합니다.
같은 반 수진이네와 함께 임도를 따라 광덕산을 넘으며 텐트 칠 포인트도 찾고 왔습니다.
한 여름에도 서늘해서 긴 팔을 입고 있어야 한다는 그곳....
이번 여름 휴가를 깊숙한 계곡에서 보낼까 잠시 고민합니다....^^
PS) 음 엉성한 담이 노래 한 곡 감상하시죠.
권태응의 '감자꽃' 아시는 분은 아실 겁니다.
"자주꽃 핀 건 자주 감자/ 파보나 마나 자주 감자 //
하얀꽃 핀 건 하얀 감자/ 파보나 마나 하얀 감자"
이 단순한 노래에 묻어있는 삶을 한번 곱씹어보시길......
첫댓글 담아~많이 컸네~다음에 노래 또 들려줭~~^^..담맘도 보고싶구...집도 그립습니다~^^
아무래도 음과 박자는 엄마를 닮은듯 합니다....ㅋㅋ 한두 달만 지나도 참 오래 안 본 것 같고... 이게 다 정인가보네요....^^
수원에서 계곡을 한번 놀러가고 싶은데 사진을 보니 넘 좋아보니네요. 천안 광덕산 계곡은 어떻게 가야하나요. 위치좀 알려해주세요.
광덕사 지나서 조금만 오시면 사진의 계곡이 나옵니다. 그 계곡이 공주 넘어가는 곳까지 쭈욱 이어져 있습니다. ^^
부러워서 살짝 눈 흘기고 갑니다아~~~~ㅎㅎ
부러워할 사람이 부러워해야지 말여....ㅋㅋ 모 대기업 사원 휴가에 날짜 맞추고 싶은데 참,참,참.....^^
침 삼킬때 턱이 당겨지는 건 아버지 모습을 내려 놨습니다^^
제가 솔트밀님의 관찰력은 진작에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행복한모습 너무나도 좋습니다 천안 광덕산 계곡은 저두좀알려주세요
여름에는 이 광덕산 계곡도 사람이 엄청 많다고 합니다.... 애들이 놀던 계곡은 음식점 평상을 빌려야만 쓰실 수 있는 공간이고, 조금 더 올라가면 먼저 자리잡는 사람이 임자랍니다... 비포장길 신경쓰지 마시고 올라가심 됩니다....^^
약점 아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는 걸 보니 이제 하산해야 할 때가 된 모양이네요....ㅋㅋ 아님 이제 약점 하나씩 수집하는 취미루다가 살아볼까나....ㅎㅎ
담이가 점점 시골 아이로 건강하게 변해가는구만...잔디깍느라 고생 많았구먼...^^
난 이 동네 이사와서 타카 없었음 어쨌을까 싶을 때가 많아.... 손재주 없는 형 만난 타카가 불행이지....ㅎㅎ
저도 아들넘 강아지 키우게 해주고 싶은데, 아파트라서...... 막걸리도 마시고 싶고 부럽습니다.
들르실 일 있으면 송악 막걸리 한 대접 드리죠....^^ 이 동네에서는 꽤 유명세를 타고 있는 막걸리랍니다....^^
브랜드 아이스크림을 30분에 먹는 노고보다는 이제 집에서 수제 아이스크림까지 도전을 해보시죠. 담맘이라면 충분히 커버가 되고도 남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한번씩은 브랜드 먹어줘야 충족감이 생기는 이 도시적 마인드... 버리기 힘들죠....^^
저두 넘 부러워서 살알짝 눈 홀기고 갑니다..휴가시즌 지나고 나서나 함 뵙겠네요^^"
가을에 뭉치는 거 마쵸가 행동대장인 거 알지? ㅎㅎ
참 부럽습니다. 저도 아내와 시골로 가려고 전투중입니다 벌써 2년정도 되었네요... 제가 어린이집을 조그마하게 하는데 큰 거 지우주고 가랍니다 혼자... 애들이 4학년3학년유치원,27개월인데 저는 세째,네째 데려간다고 해도 안된다고 하네요 님처럼 전문직이었다면 시골에서 재택해도 되는데..... 부럽네요
아내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죠.... 어쩌겠습니까, 안지기님을 설득하든 애들을 잘 꼬시든 둘 중 하나겠지요....^^
캠핑을 하시던 집안일을 하시던 담이네님은 항상 여유가 있어 보입니다..삶의여유라나~~뭐~~부러움도 부러움이지만 웬지 담이네님처럼 여유로운 생활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 지네요~~~어렵겠지만...ㅎㅎ
저 별로 여유 있는 사람 아닙니다.... 여유로운 척 하는 거죠....ㅎㅎ 저는 영남분들 많이 부러워하며 삽니다....^^
로타리모아 말고 예지물통이 달려있는 갱모아를 쓰시면 잔디 수거의 수고를 더실수 있으리라 생각 됩니다...^^
낯선 용어의 등장이라 당황됩니다...^^ 예지물통, 갱모아... 익혀두고 있겠습니다....^^
ob모임 첨 시작할때 정말 몰랐습니다. 여기서 울 회장님 스케줄 다 꽤고 날짜 잡아야것당. 7월중 목날쯤 함 할려구요. 저나보다 여길루 소통하는게 빠르것당. 우리가 워쩌다 이래됐댜~ ㅋㅋ 캠핑시작하고 담이엄마도 한번 못봤는데... 절 기억하실런지... 우린 또 설악으로 떠나요. 작년에 속초에 사는 73세된 캠퍼친구를 사귀었거든요. 진짜 멋있는 분이거든요. 이 친구하고 있으면 인생공부도 많이 하구요 시간가는 줄 모르거덩요. 그래서 지난번에 렌턴 선물해 드렸더니 아직도 설악야영장에 오는 캠퍼들에게 자랑하고 다니십니다. 사용법도 단박에 배우시더라니까요. 항상 여름에 석달정도 설알야영장에 머무시는데 혹시 우리 회원님들중
누가 거기 가시면 태정이 할아버지 아는 척 해보세요. 무지 멋진 할아버지, 아니 저는 아저씨라고 부릅니다.
그 친구분 꼭 한번 뵙고 싶네.... 나두 가끔은 나이 지긋하게 들고 생활인듯 하는 캠핑이 진짜 맛일 거라고는 생각하는데, 그게 될지 몰라... 그렇게 장박하면서 다니시던 어르신 한 분이 얼마전 돌아가셨다는 말 듣고 마음이 거시기했는데... 태정이 할아버지 얘기 들으니까 또 흐뭇해지는구만....^^
그곳에 내려가신것과 브랜드 아이스크림 30분!! 쪼매 이질적이긴 하지만 여유로운 일상 잘 감상했습니다.
평소에 아무렇지도 않게 누리는 분들은 잘 모릅네다... 이 서러움을....ㅎㅎ
시골에 b r 가게도 있어요? ^^ 저는 31이 나이라고 생각했는데 저보다는 확실히 고수이십니다. ㅋㅋㅋㅋㅋ
저희 동네는 8시 전에 다 철시합니다... 알사탕 하나 살 곳이 없죠... 그래서 장날이면 읍내 나들이를 나가시는 모양입니다....^^ 때로는 약간의 불편이 주는 행복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막걸리 먹고 싶어서라도 한번 내려가봐야 겠네요 ㅎㅎㅎ 아마 우리집사람 이사하자고 할것 같은데....
문제는 들어가 살 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우선 땅부터 사시고 천천히 지으시죠...? ㅎㅎ
일상이 참 평안해 보입니다. 귓전에 담맘이랑 담이의 대화가 들리는듯 합니다. 오랜만의 시골풍경도 정겹습니다. 반상의 책. 반상의 책. 반상의 책. 반상의 책. 반상의 책. ㅎㅎㅎ
앞으로 반상의 책 풍경을 많이 보시게 될 겁니다.... 만나서 사연 말씀 드리죠....^^
장서는 날 나가본게 언제인지 모르겠네요 아~ 어릴적 놀던 바닥이 그리워지네요 ㅎㅎㅎ
아, 거기 시장 초입에서 껍 씹으면서, 찍찍 뭘 뱉어냈다는.... 모습은 변해도 본바닥을 속일 순 없지....ㅋㅋ
담아!!부른 노래 들으니 괜히 찡하다야.....단순하면서 복잡오묘하니 말이다^^..........................기어이 잔듸깍는 고행으로 들어가셨군요..푸하하^^
한스가 없으니까 내가 직접 깎잖아.... ㅋㅋ 빨리와, 풀 뽑을 거 아직 엄청 많아.....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