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어렸을 때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은 손잡고 동물원에 가보았을 것입니다.
우리에 있는 동물들의 이름을 알려주고 특징도 얘기해 주며 아이들의 신기해 하는
표정을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지요.
그러다가 아이들이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동물원의 존재를 잊고 산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내고 동물원을 다시 찾은 저는 확 달라진 모습에 깜짝 놀랐습니다.
우선 우리와 우리 사이를 잇는 길이 마치 숲길을 걷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푸르고 아름답게 조성되어 있어 마음을 참 편하게 했습니다.
동물들의 우리도 동물의 특성에 맞게 동물을 위한 공간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동물들이 안쓰럽다는 생각보다는 쾌적한 공간에서 잘 보호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알아 보니 동물원 측에서 동물 복지에 꾸준히 신경을 쓰고 노력을 기울이신 결과라고 합니다.
한정된 공간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이 무료하고 무기력해질까봐 행동풍부화라는 것을 실시하여
(예를들면 먹이를 자연상태에 주는 것이 아니라 용기에 담아서 주고 머리를 써서 열게 하는 미션을 주는 것)
동물들에게 흥미로운 환경도 제공하고 사회적, 육체적 행동욕구도 만족시킨다고 합니다.
호랑이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고 있는 담비의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담비는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이자 넓은 행동권을 지닌 우산종으로서 생태계 보전에 활용 가치가
큰 동물임이 밝혀졌다고 합니다.
(우산종이란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불곰이나 극동 러시아의 아무르호랑이처럼 행동권이 큰 동물의 서식지를 보전하면
동시에 다른 종들을 보호하는 효과가 나 생물다양성이 유지되는 종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동물원 측에서도 '구하라, 담비' 프로젝트를 후원하고 8월15~16일에는 캠핑장에서
문화캠핑 행사도 가졌다고 합니다.
또한 호랑이 우리에는 대나무를 심어서 무분별하게 노출되어 스트레스 받는 것을 막아주고자
애쓴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외에도 표범과 재규어와 치타의 무늬 구별하는 법. 뱀이 벗은 허물을 만져보고 뱀의 습성에 대해서
배우고 물린 이빨 자국으로 독사를 구분해 내는 법등에 대한 설명에 귀 기울이느라 한 시간 반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야간투어였습니다.
청계산을 끼고 있어 트레킹 코스로도 손색이 없고 지척에는 미술관이 있으니 이처럼 삼박자를 다 갖출 수
있는 동물원이 세상 어디에 또 있을까 싶습니다.
이번 가을에는 남편의 손을 잡고 옛날 연애시절을 떠올리며 자연과 동물이 그려내는 풍경속을
거닐어야 겠습니다.
첫댓글 동물원측 관계자들이 읽어보시면 많은
힘을 얻을 수 있겠네요
동물해설사분이 이글을 보신다면 감격하실듯,,,
김현아쌤 발제부터 후기까지 퍼펙트하십니다.짝!짝!짝!
다시금 생각나게 하는 후기 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