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세 집사님을 조문하며~~
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람 노릇하며 산다는것이 참 녹록하지 만은 않습니다.
이런저런 일로 저마다 분주하게 살아가는 것이 익숙한 세태이기에 사람냄새 풍길 수 있는 삶이 버거워지기도 합니다.
6,25전쟁 73주년을 맞으며 한 주간만 이라도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특별 새벽기도회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강하게 일어났기에 지난 월요일부터 특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일 밤 10시가 넘은 시각에 한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전화를 주신 분은 4년 전 양구를 떠나 서울 자제 댁으로 가신 할머니 권사님이셨습니다.
“오랜만에 전화를 했네요.”라며 말문을 여신 권사님께서는 조금전 할아버지께서 본향으로 가셨음을 전해 주셨습니다.
근 한평생 가까이 지켜 오신 본 교회의 산 증인이신 어르신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주분께 다음날 저녁에 조문을 갈 계획이며, “예배를 드려도 될까요?”라자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셨습니다.
장마비 예보 속에서 고된 농사일을 급하게 정리하고 오후6시에 출발하여 조문을 마치고 귀가하니 늦은 밤 12시가 되었습니다.
서울에 가까이 근접하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폭우가 쏟아지더니, 그나마 잠시후 소강 상태여서 안전하게 장례식장을 찾았습니다.
조문과 예배를 마친후 부쩍 야윈 할머니 권사님의 모습을 뵈면서 세월의 무게가 무거움을 절감하게 됩니다.
큰 아들 댁에서 지내시다가 육개월 가량 병원에 계시던 중 부르심을 받았노라며,
“당신보다 할아버지께서 먼저 가신 것이 너무나 감사하다”는 말씀을 담담히 하시는데 괜스레 먹먹해졌습니다.
“양구 땅을 다시 밟아 볼 수 있을지는 기약할 수 없지만 늘 마음만은 양구와 도촌교회(국토정중앙교회의 옛 이름)를 기억하고 있다”는 어르신의 말씀이 생생해 집니다.
두 분이 늘 앉으셔서 예배하던 뒷자리 좌석을 보노라면 당신들의 자리를 지키시려고 열심을 다하시던 두 분의 모습이 한동안은 연상되겠지요.
가슴에 묻은 아들을 생각하며 자식뻘인 목사의 손을 잡고 아프지 말라시던 할아버지와 할머니 권사님의 사랑을 기억하며 그 사랑을 나누겠습니다.
하늘이 허락하시는 그 순간까지 건강하게 계시며 믿음의 후배들을 위해 기도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지치고 고단한 농사일로 파김치처럼 늘어지는 일상임에도, 장거리 조문에 협력해 주신 본 교회 가족분들께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여러분 한명 한명을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