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에밀리 레프루스트는 트위스트 바이오사이언스(Twist Bioscience: DNA를 기존의 방법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합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함)라는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 업체를 창업하려고 투자자를 모집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많은 투자자들은 '합성생물학으로는 큰돈을 벌 수 없을 것"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땐 참 외로웠다"라고 레프루스트는 회고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실리콘밸리에서 수십억 달러를 주무르는 '큰 물고기'들이 마침내 합성생물학이라는 '작은 연못'에 뛰어들고 있다. 전통적 바이오기술의 위험과 신약개발의 고비용에 부담을 느낀 큰손들이 합성생물학의 장점(커다란 시장잠재력, 원가절감, 향상된 비즈니스모델, 컴퓨터의 비중 증가)에 눈독을 들이고 입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합성생물학( http://www.nature.com/news/synthetic-biologists-seek-standards-for-nascent-field-1.17271) 업체들은 약품(http://www.nature.com/news/engineered-yeast-paves-way-for-home-brew-heroin-1.17566), 식품성분, 소재(素材) 등의 유용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미생물의 유전자를 조작하고 있다. "합성생물학의 도구상자(toolkit)는 지난 2년 동안 디지털화와 자동화를 통해 크게 진화했다"라고 오비어스 벤처스(Obvious Ventures: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소재 투자회사)의 리 난은 말했다. 그는 합성생물학의 현주소를 나타내는 바이오바이오틱스(biobiotics)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인물로, 합성생물학의 요체를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로' 간주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와 로보틱스의 발달로 인해 - 미생물에 삽입하는 유전자 프로그램 작성에서부터 실험실 테스트에 이르기까지 - 모든 합성생물학 공정의 원가가 대폭 절감되었다. 예컨대 합성생물학 스타트업인 자이머젠(Zymergen: 캘리포니아 주 에머리빌 소재 바이오업체)의 경우,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을 이용하여 진균과 세균을 조작함으로써 공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동사(同社)는 또한 로보틱스를 이용한 자동화를 통해 인건비를 크게 절감했다.
"자이머젠과 트위스트 바이오사이언스는 글로벌 합성생물학 업체로 부상했다. 합성생물학 업계는 올해에 5억 6,070만 달러의 기록적인 자금을 조달했는데, 그중에는 CRISPR/Cas9와 관련된 2억 2,700만 달러가 포함되어 있다"라고 신바이오베타(SynBioBeta: 합성생물학 업계 단체)의 창립자인 존 컴버스는 말했다. 전체적으로 볼 때 2015년 자금조달에 성공한 합성생물학 스타트업의 수는 24개로, 2012년의 6개를 크게 웃돌고 있다.
"합성생물학의 주안점이 컴퓨터와 로보틱스로 옮아감에 따라, 이 분야가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투자의 한계이익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벤처캐피탈의 입장에서 볼 때 큰 메리트라고 볼 수 있다"라고 데이터컬렉티브 펀드(Data Collective fund)의 매니징 파트너이자 유수의 투자자 중 한 명인 맷 오코는 말했다. 그는 11월 4-6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신바오이베타 회의에서 발언할 예정이다.
신세대 합성생물학 업체들은 경험이라는 무기도 갖고 있다. 이 업체들의 창업자 중 상당수는 고도로 통제된 거대산업(예: (제약산업, 에너지산업)에서 대기업들의 아성에 도전하느라 고통을 겪다가 뛰쳐나온 인물들이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화학, 식품, 화장품, 의류 등의 틈새시장에 신속하게 제품을 공급하면서, 보다 큰 표적(http://www.nature.com/news/synthetic-biology-firms-shift-focus-1.14602)이 나타나기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그들은 수익을 좀 더 빠르게 창출하는 방법을 아는 것 같다"라고 인더스트리얼 마이크로브스(Industrial Microbes: 메탄을 이용하여 화합물질을 합성하는 효모를 만드는 바이오업체)의 공동설립자인 더렉 그린필드는 말했다. 예컨대 볼트 스레즈(Bolt Threads: 에머리빌 소재 바이오업체)는 효모를 이용하여 직물(織物)을 만드는 회사인데, 거미가 거미줄을 만드는 공정을 흉내내기 위해 세포의 대사경로를 조작하고 있다.
그밖의 업체들은 미생물을 이용하여 고무, 달걀단백질, 코뿔소의 뿔, 바닐라향, 장미 향기가 나는 추출물, 커피 등을 보다 저렴하고/윤리적이고/고품질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예컨대, 형질전환 미생물로 만든 발효 커피는 (비인도적이라고 비난받는) 루왁커피를 대체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합성생물학 비즈니스는 소셜미디어 사이트나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보다 의미있고 수익성 높은 성과를 달성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라고 징코 바이오웍스(Ginkgo Bioworks: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소재 바이오업체)의 공동창업자인 제이슨 켈리는 말했다.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나 상업용 우주선 업체인 스페이스엑스와 마찬가지로, 합성생물학 업체는 혁신과 신사업 창조를 통해 경제혁명을 일으킬 것이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생물학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미생물의 한계를 깨달을수록, 전혀 새로운 범주의 제품이 나올 가능성은 높아진다. 우리가 당연시하는 한계 중 대부분은 확장하거나 제거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레버를 계속 당겨야 한다"라고 리 난은 말했다.
※ 출처: Nature 527, 19 (05 November 2015) doi:10.1038/527019a (http://www.nature.com/news/synthetic-biology-lures-silicon-valley-investors-1.18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