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문예 겨울호 시조 신인상
김영애론
문학적 감동, 언어가 만들어내는 분위기
권대근
문학박사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
김영애의 <단풍> 외 2편을 당선작으로 선한다. 당선작 ‘단풍’은 이 시조에서 지난밤 된서리 맞고 멍이 든 붉은 볼, 대롱대롱 새벽이슬 매달린 아기 손‘으로 형상화되어 있어 이 시조는 비가시성의 가시화라는 예술의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시조 전체적으로 문학적 향취가 풍긴다. 문학의 감동이란 결국 언어가 만들어내는 분위기다. 그것이 연상과 상상의 작용으로 이미지화할 때, 문학적 감동이 찾아든다. ‘실핏줄/ 가지 끝 하늘을 바친다/ 가냘픈 /손바닥 힘으로 인내하는 늦가을’이라는 묘사는 시조를 읽고 좋아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시조는 이런 것이다라고 설명하는 데 있어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없다고 하겠다. ‘회오리바람/ 성화에 동동거리는 짧은 여행/ 드문드문/ 흩어진 기억의 가장자리’라는 대목은 익어가는 인생의 프로쎄스를 잘 나타내고 있다고 하겠다.
결국 시는 물음에 대한 답이어야 한다.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시적 화자의 단풍 인식을 통해 시조로 드러내는 데 성공한 까닭으로 이 시는 문학적 성취를 이루었다고 하겠다. 우리는 문득 왜 사는가 하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는 것은 저 물음이 절실하게 가슴에 와닿았기 때문일 것이다. 회오리바람의 성화 때문에 동동거리며 사는 우리 인생을 짧은 여행으로 의미화한 시인의 인식에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경구가 담겨 있다. 이 시는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을 문학적으로 표현하고 있어서 이 시가 주는 의미는 매우 크다. ‘인생을 어떻게 그려야 하나’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다. 작가는 시에서 분명히 말한다. 시를 사랑하며 사는 것이 자기 인생의 궁극적 목표가 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신인으로서 완성 시에 도전해 가는 시 정신을 보여주며 건강한 자아를 형성해 가는 시인의 모습이 믿음직스럽다.
[시조]
단풍
김영애
회오리바람
성화에 동동거리는 짧은 여행
드문드문
흩어진 기억의 가장자리
지난밤
된서리 맞고 멍이 든 붉은 볼
대롱대롱
새벽이슬 매달린 아기 손
실핏줄
가지 끝 하늘을 바친다
가냘픈
손바닥 힘으로 인내하는 늦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