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부상하는 루솔2005년 10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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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이 루솔은 “그때 나는 커피를 마시면서 신문을 보고 있었다”라고 회상하면서 2004년 3월 드니프로페트로프스크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린다. 루솔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스포츠 신문 기사를 훑어보고 있다가 기사에서 자신의 이름을 발견하고는 마시고 있던 커피잔을 떨어뜨릴 뻔했다.
가끔 신문 기사에 자신의 이름이 오른 적이 있긴 하지만 그날 아침 올레그 블로킨 감독이 마케도니아전에 대비해 소집하는 선수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있으리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짓궂은 장난이 아니라면 안드레이 셰브첸코를 위시한 국가 대표팀에 처음으로 소집되는 것이다. 루솔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 당시 겨우 21살의 수비수였던 루솔은 우크라이나 1부 위샤 리가의 명문 팀인 드니프로 드니프로페트로프스크에서 거의 70차례에 가까운 경기 경험이 있긴 했지만 국가 대표팀 소집은 너무나 뜻밖의 소식이었다. 일관된 플레이를 보이는 선수지만 단 한 차례 21세 이하의 청소년 대표팀 출전이라는 보잘 것 없는 기록을 가지고 있던 루솔은 소위 프로팀의 스타 플레이어는 아니었다. 루솔의 국가 대표팀 영입이 우크라이나 축구 전문가들을 놀라게 했다 하더라도 루솔 자신만큼 놀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블로킨 감독은 “그는 어린 선수에 불과하며, 드니프로페트로프스크 이외의 사람들은 그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위험 부담을 안고 그를 국가 대표로 영입했다”고 설명한다. 2004년 3월 31일 루솔의 대표팀 데뷔전은 마케도니아에 1-0 패로 끝났지만 아무런 예고 없이 우크라이나는 고무된 수비수 루솔의 영입을 결정했다. 감독은 “루솔은 시작할 때부터 긴장하는 선수였다”라고 회상하며 “그렇지만 재빨리 나의 기대치를 충족시켰고 그는 내 믿음에 어긋나지 않았다”라고 말한다.
약 1년 후 22세가 된 루솔은 16경기의 A 매치를 소화해 냈고 1골을 기록했다. 2월 알바니아전에서 루솔은 전반 40분 선제골을 성공시켜 우크라이나가 2-0 승리를 거두는 데 공헌한다. 이 경기의 승리로 구 소련 연방이었던 우크라이나는 2006 FIFA 독일 월드컵 예선 조 선두를 달리게 된다.
우크라이나는 내년에 있을 세계에서 가장 큰 스포츠 행사인 월드컵 본선 출전 티켓을 획득한 첫 유럽 국가가 되었다. 플레이오프에서 두 번이나 고통스럽게 탈락한 적이 있던 우크라이나의 독일행이 결정되자 사람들이 모두 거리로 나와 이를 축하했다. “대표팀에 합류하게 된 것은 정말 큰 영광이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축구를 사랑한다”라고 말하는 루솔은 “월드컵에서 세계 최강들과 겨루어보고 우리의 위치를 한번 확인해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다.
잉글랜드의 월드컵 본선 진출이 확정되자 견고한 수비수 루솔은 자신의 우상이자 역할 모델인 존 테리와 경기장에서 상대팀으로 만나 보고자 했던 평생의 소원을 이루게 되었다. 루솔은 “테리는 나와 같은 포지션이다. 그가 현재 세계 최고의 수비수라고 생각한다”며 첼시 수비수인 테리에 대한 존경심을 숨기지 않았다.
이제 같은 프로팀에서 동료로 같이 뛸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록 루솔 자신은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는 것이 행복하지만 한편 “우크라이나의 모든 선수들은 해외 진출을 꿈꾼다”라고 설명한다. 어린 나이에 무명 선수에서 영웅으로 급부상했지만 떠오르는 별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는 확신하기가 힘들 것 같다.
루솔은 “축구는 내가 생각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쭉 해온 것이다. 공은 항상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이었고 그걸 가지고 매일 연습했다. 그래서 프로 순위에서는 느릴지라도 위로 상승해 나가는 것 같다”라고 말하며 깜짝 놀랄만한 발탁에 여전히 놀란 듯 하다. “계속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에게는 가장 먼저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하나 있다. “우승 트로피를 안고 싶다.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인 것은 상관없다. 물론 우크라이나 대표팀으로서 그걸 원한다”라고 밝힌다. 아직 신생 국가인 우크라이나는 숫자를 채우려고 2006 독일 월드컵으로 가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한 경기마다 최선을 다할 것이다.”
블로킨 감독은 월드컵 본선 티켓을 확보한 후 루솔과 매우 비슷한 생각을 밝혔다. 스승과 그의 ‘제자‘는 분명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쯤 되면 루솔이 국제 무대에서 스승을 실망시키지 않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