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공간
손 원
주차전쟁이란 말이 어색하지가 않다. 자신이 사는 집이 아파트이고 주차공간이 빠듯하다면 퇴근시간 마저 신경이 쓰인다. 다른 이 보다 먼저 귀가해야 무난히 주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낯선 곳에 갈 일이 있다면 먼저 그 곳의 주차여건을 알아보고 차를 가져갈 것인가 아니면 두고 갈 것인가를 결정하게 된다. 이 때 주차공간이 충분하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자신의 차를 운전해 간다. 반면에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아니하면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인근에 주차할 곳이 있는지? 대중교통 이용에 따른 불편사항 등을 고려하여 교통편을 결정하고 교통편이 여의치 않으면 아예 가기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살고 있는 집이 쾌적하고 편리하다면 만족도가 높다. 이러한 조건 중 주변 도로사정이 좋고 집안에 주차공간이 넉넉한 것이 으뜸일 것이다. 아파트일 경우 그런대로 주차공간이 있어 만족도가 높다. 적어도 몇 년 전까지만해도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자동차가 급격히 늘어나는 바람에 아파트 주차장도 부족현상을 겪고 있음은 마찬가지다. 주차공간을 충분히 고려하여 지은 신축아파트일지라도 밤늦게 귀가하면 주차공간이 없어 주차선을 벗어난 통로에 주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렵게 장만한 아파트지만 층간소음과 주차공간의 부족은 입주 시 부터 감수해야 하는것이 현실이다. 이것을 해결한 아파트는 아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영끌하여 마련한 아파트가 이 지경인데도 누구도 쌈박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채 연간 수십만 가구를 건설 해 오고 있다. 마치 그 정도는 입주자가 감수 해야 함을 당연하다는 듯이 무시하는 듯 하다. 영끌해서 장만한 아파트에 영끌하는 노력으로 이를 해결 할 수는 없을까? 공급자와 소비자가 조금만 양보한다면 영끌까지는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해결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경북도청 신청사 입주 당시에 주차대수 산정에 오류가 있었음을 금방 알 수가 있었다. 주차장 대다수를 지하에 두었기에 지상은 쾌적한 녹지공간이 가능 했지만 부족한 주차장을 지상에 추가하여 녹지공간이 줄어 든 기분이었다. 건축 문외한이지만 백년대계를 위한 청사에 오점임을 알 수 있었다. 미래를 보는 안목을 조금 더 가졌다면 주차장을 최대 2배로 하면 어뗏을까? 청사 부지가 엄청 넓기에 여건 상 가능했지만 주차대수를 턱 없이 적게 해 아쉬움을 자아냈다. 아쉬움은 곧 현실로 나타났다. 점심을 먹고 조금만 늦게 들어와도 주차할 곳이 없어 주위를 맴돌았다, 지은지 1년도 안되어 주차난이 시작 되니 무척 안타까웠다.
신축한 공용주택, 공공건물이 거의가 입주 시 부터 주차난을 겪고 있음이 다반수라니? 건축업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최소의 비용으로 되도록 큰 만족을 주려고 최선을 다했다? 어느 정도는 주차난을 감수 해야 한다? 그래도 보유대수 대비 90%를 주차 할 수 있음에 만족하여야 한다? 공급자의 갑질임에 틀림없다.
주택가는 더욱 심각하다. 좁은 안길에 주차를 하다보니 교행은 불가하고 겨우 차량이 빠져 나갈 정도다. 상가 밀집지역은 차량의 진입이 어려워 유료주차장을 이용하여야 한다. 주민들의 주차장 확보가 절실함을 알고 관계당국에서는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눈물겹기도 하지만 역부족이다. 때로는 곳곳에 소규모 주차장을 갖추기도 하지만 조족지혈인 경우가 많다. 게다가 자신의 담장밖 도로를 자신의 전용주차장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어 도로통행에 지장을 초래할 뿐만아니라 미관도 해친다. 나의 조그마한 이기심이 적게는 통행에 지장을 초래하고 크게는 도시를 파괴함을 알아야 한다.
주차질서는 민주시민의 기본덕목이다.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주차는 삼가해야 한다. 주차선에 정확히 차를 세우다보면 마음이 편하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내 차도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낮다. 당연한 일이지만 질서를 잘 지켰다는 자긍심이 솟고 마음도 뿌듯하다. 어쩌다 주차선에 다소 어긋나면 다시 정확히 주차선에 맞춰 주차하기도 한다. 가끔 늦은 귀가로 주차장이 꽉차면 부득이 주차선 밖에 주차 하게 된다. 어색하고 양심에 찔려 낼 아침일찍 주차선에 주차하겠다고 다짐을 하기도 한다. 나름대로 주차질서를 지키고자하나 복잡한 곳에서 이를 어기기도 한다. 잠깐 볼일 보는 동안 도로변 주차는 괜찮겠지 하는 생각에 주차위반 스티커를 받은 적도 있다. 차를 몰다보면 불법주정차는 어쩔 수 없다. 완벽하지 못할 바에야 어느 정도의 불법 주정차는 용납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불기피한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주차단속 시에도 5분정도는 허용하는 것 같다. 그 5분동안에 해결하라는 취지로 볼 때 합리적이란 생각이 든다.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곳에 한나절을 방치한 경우도 볼 수 있다. 양심을 저버린 행위로 지탄을 받게 된다. 불법주차는 본인에게는 조금 편리하겠지만 그 곳을 이용하는 다수에게 불편을 초래한다.
주차할 곳이 충분하다면 주차스트레소가 줄어들고 생활의 질도 높아질 것이다. 충분한 주차공간이 있다면 자신의 선호도에 맞는 주차가 가능하다.
주차명당은 어떤 곳일까? 차량소유자의 마음에 들면 그만이겠지만 기왕이면 다홍치마라할까? 첫째, 주차가 편리하고 체류지와 가까워야한다. 둘째, 주차공간이 넓고 붐비지 않고 조용한 곳, 세째는 지붕있는 차고로 비바람과 뜨거운 햇볕이 차단되는 곳 쯤이다. 우리 아파트만해도 지하 주차장에는 수 백대의 주차공간이 있지만 내가 가장 선호하는 곳이 두세 곳 있다. 그 곳은 아파트 지하이기에 앞서 세가지 조건이 충족되는 곳이다. 뿐만아니라 진입시 직진하여 그대로 주차가 가능한 곳으로 이용하는 엘리베이트와도 가깝고, 기둥사이가 다소 넓어 후진할 필요없이 주차가 가능한 곳이다. 주차장마다 주차명당이 있고 그 곳에 주차하면 어쩐지 기분이 좋다. 지금 차를 몰고 나간다. 도착해서 주차명당에 주차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출발한다.(2022. 3.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