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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서정시의 장르적 특징] 1.서정시의 개념과 의미
1. 서정시의 개념과 의미
생명은 늘 회기하고 순환한다. 운문, 곧 verse의 어원인 versys라는 낱말도 '회기'를 나타낸다. 그래서 생명은 운문이다. 왜 시가 리듬을 수반하는가? 바로 운문인 생명의 회기, 회감(回感)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운문의 뿌리는 서정(敍情)에 있다. 곧 "정(情)을 펼쳐낸다(敍)"는 것은 송대(宋代) 유학자에 따르면 전형적인 생명현상인 것이다. 마음이 발동하지 않는 고요 상태를 성(性)이라고 한다면, 마음이 사물 세계에 부딪혀 이어나는 마음의 율동이 정(情)이다. 삶이란 바로 이러한 정의 율동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리하여 생명의 율동이 운문의 리듬을 이루고, 시가 되어 우리의 마음과 마음으로 그 율동이 전해지는 것이다.
서정은 '자아와 세계의 합일정신'이다. 여기에서 합일정신으로서 서정 양식의 회복은 오늘날 문명시대에 비추어 당위성을 지닌다. 다시 말해서 서정 정신의 회복은 문명에 대한 반성과 문명적 균형 감각의 회복, 나아가 문명 위기의 극복이 어쩔 수 없이 깊은 연관을 갖게 된 것이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 상생하고 정신과 물질이 삼투되며, 우주의 약동을 위한 만물유생론(萬物有生論)의 질서가 지극히 자연스럽고, 마땅한 것 아닌가.
오늘날 시인들이 두루 쓰고, 또 독자들이 보편적으로 접하는 유(類) 개념의 넓은 의미의 서정시는 종(種) 개념의 좁은 의미의 서정시를 말한다.
곧 여기에서 말하는 서정시란 하위양식의 서정시로, '고조된 감정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짧은 길이의 시'를 가리킨다. 전형적인 서정시는 일인칭으로 자기독백체의 형식이다. 따라서 운문으로 쓰여지든 산문으로 쓰여지든 혹은 내용이 무엇이든, 형상화의 방법이 어떻든 간에 고조된 감정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일종의 긴장된 장르다.
이러한 서정시는 시학 논자들의 공통된 견해로서 몇 가지 중요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
첫째는 시인이 세계를 감정과 주관으로 파악한다는 점이요.
둘째로는 그 세계를 순간적으로지각한다는 점이요. 셋째는 시적 대상을 직관으로 꿰뚫어 본다는 점이요. 네째로는 의미가 몽롱하고 애매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라는 장르의 특성은 시적 대상, 곧 세계를 존재론적으로 파악한다는 본질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할 것이다.
여기 서정시에서 시적 '대상', '세계'를 존재론적으로 파악하고 드러낸다는 것은 '자연의 모방'이자 동시에 '인간의 모방'이란 점을 벗어날 수는 없다. 그러니까 시인이 순수하게 '자연만을 노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기에는 자연을 전재로 한 '존재하는 그 자체로서의 인가나', '행위'속의 인간', '상황 속의 인간'을 상정할 수 있다. 바로 서정시는 순간에서 얻어진 사유나 정감의 세계를 순간적이고, 직관적이고, 주관적으로 토로하는 문학양식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