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aver.me/5kkZZxds
심리학에서는 기억을 크게 감각기억, 단기기억,
장기기억으로 나눈다.
1. 감각기억
감각기억은 기억 처리의 가장 초기 단계로,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이라는 우리의 감각에서 나온 정보가 1초 미만에서 2,3초라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등록되고 유지되는 기억이다. 감각기억은 외부 자극에 따라 영상 자극(시각), 잔향 기억(청각), 촉각 기억(촉각)이라고도 부른다. 흥미롭게도, 후각은 다른 감각보다 그 기억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 감각 기억은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인 과정이다. 감각기억의 정보는 일반적으로 매우 짧은 기간 동안만 저장되며 새로운 감각 데이터로 빠르게 대체된다. 감각기억
은 우리에게 감각 정보를 짧게 보유하게 하고, 우
리가 주변 환경에 대한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경
험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세상에 대한 우
리의 지각과 인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감각기억은 지속 시간이 1초 미만에서 길어야 3
초이므로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어떤 냄새나 맛에 대한 후각 기억과 미각 기억이 너
무나 강렬해서 단기기억으로 들어가고, 단기기억
에서 다시 장기기억으로 들어가지 않는 한, 감각
기억은 금방 우리 곁을 떠난다. 감각기억은 투박
하고 거칠고 도전적인 이 환경에서 우리 인간이 위
험하지 않도록 딱딱한 바닥에 깔아주는 매트 같은
완충재 역할을 한다. 이런 점에서 감각기억은 우
리 인간에게 너무나도 유익하고 고마운 기억이
다. 내가 앞서 우리 모친이 갖고 있다고 말한 ‘나
쁜 기억'은 감각기억은 아닌 것 같다.
2. 단기기억(작업기억)
그렇다면 남은 두 기억인 단기기억과 장기기억 중
에서 어떤 것이 나쁘고 위험한 기억일까? 작업기
억이라고도 하는 단기기억은 우리가 능동적으로
처리하거나 사용하고 있는 정보를 우리의 의식 속
에 일시적으로 보유하고 조작하는 제한된 용량의
기억이다. 단기기억은 일반적으로 비교적 짧은 시
간 동안 정보를 저장하고 조작하는 역할을 한다.
단기기억은 문제해결, 의사결정, 이해, 추론 등 다
양한 인지 작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
어, 한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장의 시작 부분을 마음속에 두고서 나머지 부분을 읽는데, 이
는 단기기억으로 수행되는 작업이다. 동시통역도
단기기억의 예이다. 그리고 단기기억에 남아 있
는 것은 완전한 개념이 아니다. 단기기억은 소량
의 정보(약 7개 항목 또는 그 이하)를 짧은 시간
(약 10~15초 또는 최대 1분) 동안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능동적인 상태로 마음속에 담아둔다. 단
기기억은 우리가 일을 처리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기
억이므로 나쁜 기억이 아니라 유익한 기억이다.
단기기억은 '뇌의 포스트잇 노트'라고도 불릴 정도
로 우리 업무 처리에서 도움을 준다. 단기기억은
그 용량이 제한되어 있어서 오래 머물지 않고, 잠
시 우리를 도와주고서는 우리를 곁을 떠난다. 단
기기억은 감각기억과 장기기억 사이의 중요한 다
리 역할을 할 뿐이다. 단기기억에 있는 정보가 중
요하다고 생각되면 장기기억으로 전송하여 더 영
구적인 저장을 수행할 수 있다.
3. 장기기억(의 역설)
그렇다면 나쁜 기억은 이제 하나 남은 장기기억뿐
이다. 장기기억은 기억 처리의 세 번째이자 마지
막 단계로서, 몇 분에서 몇 년, 심지어 평생에 걸쳐 정보의 저장과 검색을 담당한다.
장기기억은 우리가 과거의 경험, 지식, 기술 등 다양한 종류의 정보를 기억할 수 있게 해 준다.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은 '돈 빌리기와 빌려주기’에 비유할 수 있다.
내가 누군가에게 돈을 빌렸다면, 그 사실은 내 단
기기억 속에 저장되어 금방 희미하게 사라진다.
결국 난 그 돈을 갚지 않게 되어 친한 친구로부터
신뢰를 잃어, 돈은 벌었지만 친구는 잃는 상황이
초래된다. 반면에, 내가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주
었다면, 그 사실은 내 장기기억 속에 저장되어, 그
돈을 받지 못하면 평생 망각되지 않고 내 기억 속
에 공고히 자리를 잡을 것이다.
사실 인간의 기억 용량은 너무나 제한적이라서 평
생 기억에 남는 기억은 극소수이다. 대부분의 경
험과 지식, 정보는 평생 기억되지 못하므로 기록
에 남겨 그것을 참조하면서 우리 삶에 활용하고,
다음 세대에 전달하기도 한다. 이처럼 인간은 기
억에 있어서 취약한 존재이다. 그렇다면 어떤 종
류의 기억이 평생 장기기억 속에 남아 있을까? 추
측건대 '나쁜 기억'일 것이다. 한 남자가 한 여자에
게 청혼하기 위해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프러포즈
를 한다. 그 여성은 너무나 감격해서 청혼을 받아
들이고 결혼을 한다. 결혼 후에 남편은 여성에게
큰 상처를 입히는 불륜을 저지른다. 우여곡절 끝
에 그 불륜 사건을 덮고 다시 결혼 생활을 이어간
다. 그 여성에게 프러포즈의 기억은 '우군'이고 불
륜의 기억은 '적군’이다. 이때 우군이 적군을 물리
칠 수 있을까? 난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문득문득 그 여성은 나쁜 기억의 공격을 받아 괴로
움을 당할 것이다. 기억에 남은 프러포즈라는 우
군이 도와준다고 해도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
다.
물론 인간의 기억 용량이 제한적이라 나쁜 기억 또
한 잊힐 수도 있다. 문제는 그 나쁜 기억이 망각되
지 않을 때이다. 좋은 기억은 망각되어도 되고, 망
각되지 않아도 된다. 좋은 기억은 우리 삶에 큰 역
할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기억은 좋은 기억
이기 때문이다. 우린 삶에서 상황이 잘 풀리는 경
우는 대비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잘 풀리게 되면
그냥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
해야 하므로 부정적인 것은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그래야 생존할 수 있다. 혹시라도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해임되는 것은 생존의 문제이니 대비책을 미리 고민하고 필요하면 마련도 해야 한다.
우군의 기억과 적군의 기억 모두 몇 시간 정도 장
기기억 속에 들어가겠지만, 평생의 장기기억 속
에 들어가는 것은 적군에 대한 나쁜 기억이다. 나
는 이것을 '장기기억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좋은
기억은 장기기억에 들어가지 않고, 들어간다고 하
더라도 우리 삶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는다. 반면
에, 나쁜 기억은 장기기억에 들어가서 우리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것이 장기기억의 역설
이다. 역설은 말 그대로 역설이다. 역설은 그 자체와 모순되거나 우리의 상식이나 직관에 반하는 상황을 말한다. 문제는 역설은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풀린다면 그것은 역설이 아니다. 오늘도 나쁜 기억이라는 적군과 싸우고, 그 싸움에 패배하여 온갖 상처를 입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안타까울 뿐이다.
(장기기억은 지식 기억, 절차기억, 일화기억 등 다양한 형태가 있습니다. 일반 지식 기억은 수박의 색상은 빨강, 초록, 검정의 구성이라고 기억하는 것을 말합니다. 절차기억은 줄넘기, 자전거 타기 등 연습을 되풀이하면서 기억하는 것입니다. 일화기억은 열심
히 공부해 합격 등 원하는 결과에 이르렀을 때 기쁨과 감동 같은 경험이 동반된 것을 말합니다. 기억력 좋아지는 법은 절차기억, 일화기억 등 장기기억을 늘리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