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dfwLm1rW14Q?si=P1FYJmzN4fvaPVPL
Sibelius, Symphonie Nr 7 C Dur op 105 Leonard Bernstein, Wiener Philharmoniker
위엄 넘치는 5번에 이어 6번은 마치 극적인 마무리의 7번을 마지막 악장으로 의식한 듯 수수께끼 같은 마무리를 짓고 그 해답을 7번으로 미룹니다. 곡 전체에 깔려있는 미스터리는 7번을 듣고서야 무릎을 치게 되지요. 시벨리우스는 듣는 사람들에게 많은 숙제를 주고 스스로 풀게 하는데서 자신의 입지를 알리려 한 것일까요?
<글출처: 고전음악감상회(ANTIQUA)
1930년의 시벨리우스 붐은 정말 대단했다고 하며 그와 비견될 수 있는 것은 1960년 이후의 말러 붐 정도라고 하니 그 열기가 어떠했는지는 짐작이 가능하다. 아도르노에 의하면 어떻게 이 ‘아마추어 작곡가’가 베토벤의 경지까지 갈 수 있었는지 당혹스러우며 그의 허위적인 3화음은 또 다른 스트라빈스키라 칭한다 (단지 재능이 조금 모자란 스트라빈스키라 하였다). 시벨리우스의 총보는 범속함과 불합리의 형태이며 너무도 하찮은 세부로 이루어진 전체가 심원함이라는 사기적인 이미지를 낳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시벨리우스의 음악을 파괴적이라 규정지으며 이 파괴는 현존하는 조악한 음악의 파괴가 아닌 바흐에서 쇤베르크에 이르는 풍성한 음악적 질에 해당한다고 말하고 있다.
과연 누구 말이 옳은 걸까? 필자의 생각에는 3명의 말이 모두 극언인 것 같으나 이것이 시벨리우스의 음악적 특성을 최대한 증폭시킨 발언임에는 틀림없다. 그의 작법은 쇤베르크에 비하면 전위와 진보와는 거리가 멀지만 그렇다고 차이코프스키처럼 대중성에 매몰되거나 스트라빈스키처럼 요란한 마법을 부릴 수 있는 재능을 발휘한 것도 아니다. 최소한 그의 성실한 조성음악은 드보르작이나 그리그 등 국민악파의 음악들보다 높은 품격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7개 교향곡의 완성도는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며 결국 그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의 조성음악 중 훌륭한 업적을 이룩한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적어도 논리적으로는 드보르작이나 차이코프스키보다 성공적인 심포니스트라 생각한다).
그의 초기 교향곡 작법이 변화하는 과정은 매우 흥미로운데 사실 1번 교향곡은 시벨리우스의 최초의 교향곡이 아니다. 그에게는 성악이 첨가되고 연주시간으로 80분이 소요되는 교향시적 교향곡 ‘쿨레르보’가 있었는데 이 교향곡은 바그너적 요소가 많으며 다소 장황한 면모도 보인다. 그러던 것이 순수한 기악적 어법으로 돌아서며 1번을 잉태하고 여기에 좀더 고전적이고 전원적인 어법이 첨가되어 2번이 탄생된다. 그리고 3번에서는 완전히 핵심적이고 압축된 작법을 구사하여 고전적인 교향곡으로서의 진면모를 보인다. 즉 시벨리우스는 교향곡의 발산적인 면에서 수렴적인 면으로 점점 진화해 나갔다고도 볼 수 있다.
시벨리우스 1번 교향곡의 편성은 약간 확장된 2관편성이라 할 만하다. 플륫 2, 오보에 2, 클라리넷 2, 파곳 2, 혼 4, 트럼펫 3, 트롬본 3, 튜바, 팀파니, 베이스 드럼, 심벌즈, 트라이앵글, 하프, 현 5부이다. 바그너가 애용한 잉글리쉬 혼, 베이스 클라리넷, 말러가 애용한 E클라리넷이 없는 것이 특기할 만한 점이다. 이 곡의 scoring은 후기 낭만음악의 어법을 연장하고 있으며 그로서는 타악기(트라이앵글, 큰북, 심벌즈)와 하프가 제법 많이 등장하는 편에 속한다. 특히 잦은 하프의 사용은 보다 낭만적인 소노리티를 제공하며 바그너적인 유포리아를 뿜어내기도 하다. 하프는 거의 바그너의 악기라고 해도 무방하며 (‘라인의 황금’에는 6대의 하프가 등장한다) 그 후로 많은 작곡가들이 이 악기의 마법에 정열을 바쳤다. 브루크너는 8번 교향곡에서 이 악기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였고 말러의 초기작에도 하프에 대한 집착은 대단하다. 시벨리우스도 초기에는 바그너의 scoring에 영향을 많이 받았고 하프에 대한 집착도 그러한 데에서 근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시벨리우스 1번에는 그외에도 러시아 작곡가의 어법도 살짝살짝 보이고 있어서 흥미롭다. 특히 2악장과 4악장의 칸틸레나 주제는 차이코프스키의 분위기와 유사하고 가끔은 보로딘의 교향곡 같은 느낌도 준다. 심벌즈의 연속된 연타나 보드카 냄새가 나는 일부 섹션은 우리를 핀란드가 아닌 러시아로 인도하기도 한다. 필자의 사견이지만 시벨리우스 1번 교향곡은 오케스트레이션이 비교적 화려하고 칸타빌레성 선율이 많아 BMW 애호가에게는 오히려 2번보다 더 선호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보겠다.
이 곡은 절대음악으로 4악장제이지만 왠일인지 말러 1번처럼 영웅서사로 풀이하려는 학자가 제법 있는 것 같다. 1악장 서두의 클라리넷 주제를 ‘영웅의 비극’으로, 그리고 2악장의 주제나 피날레의 황홀한 칸틸레나를 ‘영웅의 사랑’으로 보는 것이다. 이렇게 보는 것이 무리하게 표제음악적으로 보는 발상이기는 하지만 감상자의 상상력을 고취하는 순기능도 있다고 본다.
자료출처: 웹사이트
https://youtu.be/vZRQh6oVI_4?si=UX4VvhwxBroHA_3o
Jean Sibelius: Symphony No. 7 in C major, op. 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