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4학년생인 최모 양은 지난 3년간 국내 인터넷업체 다음이 제공하는 개인용 클라우드(인터넷 저장공간) 서비스를 사용해 왔다. 무료로 50 기가바이트까지 제공하기 때문에 사진이나 동영상 등이 생기면 이 곳에 저장해뒀다. 하지만 여행 동호회 친구들과 어울려 전국을 다니면서 찍은 사진과 동영상이 계속 늘어나면서 최근 중국 인터넷업체인 ‘360 클라우드’로 서비스업체를 바꾸었다. 다음보다 무려 700배 많은 36테라바이트(1 테라바이트 = 1024 기가바이트)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최양은 “중국업체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한 뒤 더 이상 국내 서비스는 필요없게 돼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중국의 초대용량 무료서비스를 이용하는 친구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인터넷업계가 춘추전국시대를 맞아 무제한 경쟁에 돌입하면서 각종 유인책과 첨단서비스로 한국의 네티즌들을 빨아 들이고 있다. 초대용량의 개인용 무료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근거리에 있는 지인들의 신원을 알려주는 위치정보 서비스 처럼 한국 인터넷업체가 제공하지 않는 서비스로 고객을 유인하는 것이다.
먼저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 중국에서는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되면서 업체간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인터넷 시장조사업체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중국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9000만대를 넘어섰다. 분기별 스마트폰 시장 증가율은 전분기 대비 90%에 이르러 데스크톱이나 노트북 등 다른 컴퓨터 기기의 2배에 이른다. 스마트폰은 저장용량이 작다. 그래서 대규모 저장공간이 필요한 사용자들은 외부에 별도의 저장공간(클라우드 컴퓨터)을 두고 모바일 통신을 통해 정보를 저장하거나 다른 사람과 공유한다.
중국에서 이러한 컨텐츠 저장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요업체는 인터넷 검색업체인 바이두, 360클라우드 드라이브, 화웨이, 쿠, 신랑 등 10여개이다. 이들 업체들은 2012년에는 기가급 저장공간을 무료로 제공했다. 하지만 지난해 바이두가 무료제공 용량을 1테라바이트까지 확대한 것을 계기로, 텅쉰 클라우드(10테라바이트), 360클라우드 드라이브(최대 36테라바이트)가 잇따라 무료 서비스 용량을 늘렸다. 한국의 다음이 50기가바이트, 네이버가 기껏 30기가바이트의 무료 저장공간을 제공하는 것과 비교해 보면 엄청난 차이가 난다. 미국의 경우 드롭박스가 최대 16기가바이트, 구글드라이브가 15기가바이트를 무료로 서비스하는 것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외국인 네티즌들이 유혹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규모이다.
대학생 김모군은 “중국업체가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 용량이 내가 갖고 있는 외장 하드디스크 용량보다 더 크고, 1회당 업로드 제한도 없어 미국이나 한국업체의 서비스보다 더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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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대 36 테라바이트까지 무료 저장공간을 제공하는 중국 '360 클라우드'.
클라우드 서비스 뿐 아니라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에서도 중국업체들은 한국보다 강한 측면이 있다. 예컨대 중국의 대표적인 메신저인 텅신의 위챗(WeChat·웨이신)은 예컨대 사용자의 현재 지점에서 10㎞ 이내에 있는 메신저 가입자들을 스마트폰 화면에 리스트로 보여준다. 따라서 갑자기 친구들과 번개팅을 하고 싶을 때 인근에 있는 친구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중국업체들이 이 서비스에 대해 홍보하고 나서면서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좋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은 이 서비스를 활용해 한국에서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고 만나기도 한다.
이에 반해 한국의 대표적인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에서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했다는 고객은 별로 없다. 한국과 중국의 이러한 서비스 차이는 중국에는 아직 개인의 위치정보 등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IT 정책이 한국보다 덜 확산되어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바꾸어 말하면 중국업체들의 모바일 서비스가 한국보다 더욱 공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회사원 김모씨는 “미국의 왓츠업이나 바이버, 탱고 처럼 위챗도 글로벌 메신저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는데다 한국 메신저보다 기능이 많아 카카오톡 대신 위챗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미국 구글의 이메일 서비스를 중국을 통해 가입하는 사람도 있다. 한국업체의 이메일 보다 미국업체의 이메일을 사용하는 목적은 대체로 보안 때문이다. 한국의 이메일은 유사시에 쉽게 검찰이나 국세청 등 당국의 조사대상이 되지만 구글의 경우 한국 정부가 미국의 협조를 받아야 조사가 가능하다. 그래서 개인들의 프라이버시가 더 잘 지켜질 것이라고 보는 까닭이다. 최근에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구글 홍콩 지사 등을 통해 이메일을 가입한다. 한국에서 중국을 거쳐 미국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통신망을 만들어 추적을 더욱 까다롭게 함으로써 보안을 더 잘 지키려는 심리 때문이다.
인터넷 세계가 무국적 성격을 띠고 있는데다 중국업체들이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면서 한국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혜택은 점점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업체들은 한국을 포함한 외국 네티즌들이 중국의 무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계정을 만드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용자를 중국 거주자로 제한하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중국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최대의 난관은 언어이다. 서비스들이 중국어로 제공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대학생이나 직장인들 상당수는 영어 뿐 아니라 중국어에도 익숙해 중국 사이트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개인정보 등 프라이버시에 별로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대학생 등 청년층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모바일 인구 확대와 IT 인프라 환경이 개선되면서 중국의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는 급팽창하고 있다. 중국 뉴스포털 사이트 시나닷컴(sina.com)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현재 차이나모바일(中国移动), 차이나유니콤(中国联通), 차이나텔레콤(中国电信) 등 3대 이동통신사에 등록된 3G 서비스 가입자 수는 3억6000만명으로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30%에 이른다. 3G는 모바일 인터넷이 가능한 서비스이다. 더구나 2G 가입자들이 3G로 이동하고 있고 올해부터는 4G 서비스도 시작될 예정이어서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 이용자는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중국의 IT 업계에서는 QQ 메신저와 위챗을 주력으로 하는 텐센트(腾讯), 세계 최대의 인터넷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阿里巴巴), 검색엔진의 제왕 바이두(百度)의 3대 인터넷 기업이 치열한 영역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13억명의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면서 글로벌화를 추진, 글로벌 시장에서 각각의 경쟁자인 미국의 페이스북, 아마존닷컴, 구글을 위협할 정도이다. 특히 모바일 시장에서 게임과 전자상거래 부문을 둘러싸고 중국 업체들의 판촉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기 때문에 무료제공 서비스도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의 네티즌이 중국의 초대형 공짜 서비스를 이용할 기회가 점점 많아진다는 뜻이다.
[Kim’s Thought]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최근 라인 가입자 3억명 돌파를 기념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국내 인터넷업체가 글로벌화에 나서 성공을 거둔 것이다. 한국업체들은 장차 미국 뿐 아니라 중국업체들과 일합을 겨루어야 할 것이다. 중국업체들은 13억명의 ‘집토끼’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은 무국적이어서 좋은 기술과 아이디어만 있다면 ‘만리장성’도 못넘을리 없다. 한국기업들의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중국보다 못한 것도 아니다. 제일 큰 장벽은 외국업체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