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서울에 와서 '개봉관'이라고 불리는 1류 극장 중에 처음 가 본 곳이 '허리우드극장'이었습니다. 1978년 1월의 어느 비오는 날로 기억하는데 거기서 '사운드오브뮤직'을 암표를 사서 보았습니다 그 뒤로는 까맣게 안 다니다가 1990년대에 들어서 자주 다녔습니다.
그땐 서울극장이 너무 복잡하고 표를 사기가 힘들 때였고 피카디리나 단성사는 시들을 갈 때라 나이 먹은 사람이 다니기엔 허리우드극장이 제일 나았습니다. 미리 예매를 하지 않고 가도 웬만하면 볼 수가 있어서 몇 년을 자주 다녔습니다. 특히 퇴임하신 선배선생님들을 모시고 많이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허리우드 극장도 많이 바뀌어서 영화를 보기가 예전 같지 않아 잘 다니지 않았는데 7년 전부터는 실버영화관으로 바뀌어 아예 발길을 끊었습니다. 제가 젊어서가 아니라 '실버'라는 이름이 붙으면 적어도 65세는 넘어야 될 것 같아서입니다.
그런데 오늘 동아일보 기사를 보니 저 같은 사람도 충분히 갈 수 있다고 합니다. 55세가 넘은 사람은 2000원에 볼 수 있다고 하니 앞으로 자주 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최신 영화를 상영하는 곳은 아닐 겁니다.
<실버영화관 ‘허리우드 클래식’이 올해로 문을 연 지 만 7년이 됐다. 사회적 기업 ‘추억을 파는 극장’의 김은주 대표(42)가 옛 허리우드극장을 2009년 어르신 전용으로 바꾼 곳이다. 객석이라야 300석에 불과한 단관(單館)극장이지만 지난해 누적 관객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입소문이 나면서 요즘은 하루 800명 이상이 찾는다. 웬만한 멀티플렉스 못지않다.
실버영화관의 존재 이유는 ‘노인의 즐길 권리’다. 영화는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여가생활이지만 고령층의 극장 이용은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인터넷으로 예매하지 않으면 자리 잡기도 어렵고, 상영되는 영화도 온통 젊은 층 취향이다. 일반 극장과 허리우드 클래식의 가장 큰 차이점은 상영작과 가격. 개관작 ‘벤허’(1959년)를 비롯해 ‘흑기사’(1952년), ‘태양은 가득히’(1960년), ‘사랑의 스잔나’(1976년) 등 한때를 풍미했던 ‘그때 그 시절’의 명화들이 은막에 걸린다. 55세 이상과 동반자에게 각각 2000원에 티켓을 판다. 일반 멀티플렉스 관람료의 20%에 불과한 가격이다.
영화관 곳곳에 어르신들을 위한 배려를 했다. 자막 크기는 일반 극장의 1.5배. 화장실 욕구를 참기 힘든 노인들이 어두운 극장에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직원도 있다. 인터넷 예매 없이 표를 당일 아침부터 파는 것도 특징이다. 김 대표는 영화 상영 전 직접 작품 설명과 함께 에티켓, 비상구 안내를 한다. 안전 귀가를 위해 오후 8시에 상영을 마친다.>
최신 개봉작을 상영하지는 않지만 나이 드신 분들의 추억을 회상할많나 영화들이 상영되기 때문에 단순히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전 명작을 보시려고 오는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저야 사실 고전 명작은 잘 모르지만 가끔 가볼만한 곳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노인들을 배려하는 자세가 좋다고 하니 시골에서 어르신들 오셨을 때 모시고 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자주 검색해보고 좋은 영화가 있으면 가보려고 합니다. 옛날 것이 다 좋은 것은 아니겠지만 최근 것이 다 좋은 것도 아닐 겁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