次仲氏見星庵韻(차중씨견성암운: 작은 오빠 ‘견성암’운에 차운하다)
雲生高嶂濕芙蓉(운생고장습부용) 구름이 높은 산봉우리에 걸쳐 있으니
부용꽃이 촉촉이 젖어 있고
琪樹丹崖露氣濃(기수단애로기농) 고운 나무와 붉은 절벽엔
이슬이 맺혀 있네.
板閣梵殘僧入定(판각범잔승입정) 불경은 판각에 놓아두고
스님은 당으로 들어가 좌정하며
講堂齋罷鶴歸松(강당재파학귀송) 강당에서 마침내 재가 끝나자
학이 소나무로 돌아오누나.
蘿懸古壁啼山鬼(라현고벽제산귀) 담쟁이덩굴이 얽혀있는
고색창연한 벽엔 도깨비가 울고 있고
霧鎖秋潭臥燭龍(무쇄추담와촉룡) 안개 서린 가을 연못엔
촉룡이 숨어 있구나.
向夜香燈明石榻(향야향등명석탑) 밤은 깊어 가고 향기어린 등불이
돌 의자를 밝게 비추는데
東林月黑有踈鐘(동림월흑유소종) 동녘 숲 속에 달빛은 흐릿하고
종소리만 이따금 들려오누나.
淨掃瑤壇禮上仙(정소요단례상선) 깨끗이 닦은 제단에서
옥황님께 절을 올리자
曉星微隔絳河邊(효성미격강하변) 희미하던 새벽별이
강변 바로 위에서 반짝이누나.
香生岳女春遊襪(향생악녀춘유말) 봄놀이하는 아가씨 버선에선
향기가 풍겨 나오고
水落湘娥夜雨絃(수락상아야우현) 흐르는 물소리는 소상강 아가씨가
비 오는 밤에 거문고 뜯는 소리 같아라.
松韻冷侵虛殿夢(송운랭침허전몽) 솔바람 차갑게 들어오니
큰 집의 꿈이 공허해지고
天花晴濕石樓烟(천화청습석루연) 하늘의 꽃은
돌 누각의 안개를 맑게 적셔주는구나.
玄心已悟三三境(현심이오삼삼경) 그윽한 마음은 삼매경을 깨치고도 남아
盡日交床坐入禪(진일교상좌입선) 진종일 책상을 마주하고
참선하며 앉았어라.
※ 참고
1. 지은이는 허난설헌.
2. 제목에 있는 次仲氏(차중씨)는 버금 차, 차례 차, 버금 중, 둘째 중 이므로
여기서는 둘째 오빠를 의미하는 걸로 쓰였다.
3. 雲生高嶂(운생고장)은 구름 운, 날 생, 높을 고, 산봉우리 장 이므로
높은 산봉우리에 구름이 걸쳐 있다.
4. 濕芙蓉(습부용)은 축축할 습 이므로 부용꽃을 촉촉이 젖게 한다.
5. 琪樹丹崖(기수단애)는 옥 기, 나무 수, 붉을 단, 낭떠러지 애 이므로
고운 나무와 붉은 절벽.
6. 露氣濃(로기농)은 이슬 로, 기운 기, 짙을 농, 이슬 많을 농 이므로
이슬이 많다.
7. 板閣梵殘(판각범잔)은 판각은 경판(불경 서적의 각판)을 쌓아두는 전각.
즉 경판을 보관하는 창고 이고, 범어 범, 남을 잔 이므로
따라서 板閣梵殘(판각범잔)이란 불경을 판각에 남겨 두다.
8. 僧入定(승입정)은 중 승, 들 입, 정할 정 이므로 스님이 들어와 좌정하다.
9. 齋罷(재파)는 재계(부정을 피하고 심신을 깨끗이 하는 것) 재,
파할 파 이므로 재계를 끝내다.
10. 蘿懸古壁(라현고벽)은 쑥(쑥, 무우, 담쟁이덩굴) 라, 옛 고,
달 현, 걸 현 이므로 담쟁이덩굴이 얽혀 있는 오래된 벽.
11. 啼山鬼(제산귀)는 울 제, 메 산, 귀신 귀 이므로 산귀신이 울다.
도깨비가 울다.
12. 霧鎖秋潭(무쇄추담)은 안개 부, 쇠사슬 쇄, 가을 추, 못 담 이므로
안개 낀 가을 연못.
13. 臥燭龍(와촉룡)은 누을 와, 촛불 촉, 용 룡 인데
촉룡이 누워 있다.
촉룡은 얼굴은 사람 모습이고 몸은 용이고 발은 없다고 한다.
우리가 보통 말하는 龍(용)은
실제 존재하는 동물이 아니고, 고대 중국인이 상상한 신령스런 동물인데,
머리에 뿔이 있고 몸은 뱀과 같고, 네 발에는 날카로운 발톱이 있다고 생각했다.
춘분에 하늘로 올라가고 추분에는 연못 속에 잠긴다고 하였다.
상서로운 존재로 믿으며 제왕에 비유된다.
14. 石榻(석탑)은 돌 석, 걸상 탑 이므로 돌 의자.
15. 有踈鐘(유소종)은 있을 유, 트일 소, 드물 소, 쇠북 종 이므로
종소리가 가끔씩 들린다.
16. 淨掃瑤壇(정소요단)은 깨끗할 정, 쓸 소, 옥돌 요, 제단 단 이므로
깨끗이 닦은 제단.
17. 禮上仙(례상선)은 예 례, 절 례, 위 상, 오를 상, 신선 선인데
최고로 높은 신선님께 절을 올리다.
18. 曉星微(효성미)은 새벽 효, 별 성, 작을 미, 희미할 미 이므로
희미한 새벽별.
19. 隔絳(격강)은 막을 격, 뜰(떨어질) 격, 진홍 강 이므로
떨어져서 붉은 빛을 내다.
20. 河邊(하변)은 물 하, 가 변 변방 변 이므로 물가, 강가
21. 香生(향생)은 향기 향, 날 생 이므로 향기가 난다.
22. 岳女春遊襪(악녀춘유말)은 큰산 악, 계집 녀, 봄 춘, 놀 유,
버선 말 이므로 큰 산에서 봄놀이 하는 아가씨 버선.
23. 水落(수락)은 물 수, 떨어질 락 이므로 물이 떠어지다.
24. 湘娥(상아)는 소상강 아가씨 라는 뜻인데,
중국 고대의 순임금이
창오라는 곳을 순시하다가 그곳에서 죽었다.
그런데 왕비인 아황과 여영이 강건너 창오산을 바라보며
너무나 슬퍼하다가 소상강에 몸을 던져서 스스로 죽었다.
그 이후에 그곳의 왕비의 무덤에서 대나무가 솟아났는데
마디마디에 마치 피눈물처럼 붉은 반점이 있었다 한다.
이 대나무를 班竹(반죽)이라 하고 후세에 여인의 정절을 뜻하는 대명사로 통했다.
25. 夜雨絃(야우현)은 밤 애야, 비 우, 줄 현, 현악기 현 이므로
비 오는 밤에 거문고를 타다.
26. 松韻冷侵(송운랭침)은 소나무 송, 운 운 , 울림 운, 찰 랭,
침노할 침, 엄습할 침, 이므로 솔바람이 차갑게 들어오다.
27. 虛殿夢(허전몽)은 빌 허, 공허 허, 큰집 전, 꿈 몽 이므로
큰집의 꿈이 공허해지다.
28. 晴濕(청습)은 갤 청, 축축할 습 이므로 맑게 적셔준다.
29. 玄心已悟(현심이오)는 검을 현, 오묘할 현, 마음 심, 이미 이,
깨달을 오 이므로 그윽한 마음이 이미 깨달았다.
30. 三三境(삼삼경)은 삼매경을 뜻하는데,
三昧境(삼매경)이란 불교의 용어로 잡념을 버리고,
오직 하나에 정신을 집중시키면 일심불란의 경지에 다다른다는 말이다.
보통은 어떤 일에 열중하면 다른 생각이 없다는 의미로 쓰인다.
첫댓글 겨울이 한걸음 물러섰나 생각 했답니다.. 오늘은 많이 춥습니다... 늘~~고맙습니다...
오늘 서울은 봄이 더 다가서고 있는 듯 하나이다..
님!! 다녀가셨네요..^^ ㅎ~ 진종일 책상마주 하고 법화경을 읽는 것도 참선이라~ 님이 좋은한시 언제까지 올리실지는 모르오나...늘~ 글을 접할때마다 고맙고..감사하고.....좋은글로서 만났으니 이런만남도 소중한 인연이라 생각을 했답니다...귀한시 댓글 달때면..공부하는 학생처럼 손끝이 떨렸고요..모두감사드립니다
내가 싫증이 날 때, 지칠 때는 여기에 안 올겁니다.. 그 때가 그 언제일런지는 모르리라.. ㅋ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감사해요.
또 오십시요..
어찌이리 고운 글이 나올 수 있는지 참 경이롭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즐거운 주말되세요.
허초희는 감수성 많은 천재 였으니까.. 님도 사랑스런 주말이길..
선생님의 글을 접하니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고맙습니다.. 자주 오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