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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동행(3)
주인 잃은 독령곡에 새로운 손님이 찾아 든 건, 백산 일행이 떠난 뒤
20여일 후였다.
날카로운 신광을 흘리며 불탄 잔해를 뒤적이는 이들은 북황련을 떠
나온 밀영오노(密影五老)였다.
무영검(無影劒), 무영독(無影毒), 무영권(無影拳), 무영각(無影脚), 무
영비(無影匕)로 불리는 이들은 북황련 은영대 고수답게 대단한 무공을
지니고 있었다.
주변을 면밀히 살피고 있지만 그들이 지나간 곳에는 발자국이 남지
않았다. 답설무흔(踏雪無痕)의 경지. 눈 위를 달리면서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대단한 경지의 경공을 시전하고 있는 것이다.
혹여 잘못하여 바닥에 나있는 단서를 없앨까봐 한껏 몸을 사리며 움
직이기 때문이다.
"떠난 지는 얼마나 되었을 것 같느냐?"
대형인 무영검이 막내 무영비를 향해 물었다.
"적어도 10일 정도는 됐습니다, 형님!"
한쪽에 나있는 발자국을 가리키며 무영비가 말했다. 단순하게 흙이
짓눌러진 듯한 모양이지만 발자국은 많은 걸 이야기해준다.
짓눌렸던 풀이 어느 정도 살아났느냐 하는 것과, 움푹 패였던 곳에
흙이 얼마나 흘러내렸느냐 하는 것들은 추격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단서인 것이다.
"방향은?"
"북쪽입니다."
"대담한 놈들이군. 관외로 도망가도 살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인
데 오히려 강호로 들어간단 말인가! 아무리 인면지주의 내단을 얻었다
지만……."
무영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곳에 오기 전 불망애 아래쪽까지 살
피고 왔다. 죽어있는 인면지주를 보고 자살을 기도했던 삼 인이 살아있
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그들의 흔적을 더듬어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
"더 이상 나올 게 없습니다, 형님!"
"좋다, 일단 북쪽으로 길을 잡는다. 서둘러라. 그 계집이 다른 자에게
소련주님 물건을 넘기기 전에 잡아야 한다."
밀영오노가 받은 명령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찾는 물건이 마라엽도
란 사실을 알지 못했다. 다만 소련주가 아끼는 물건을 설련이란 계집이
가지고 도망쳤다는 말만 들었고, 찾아오라는 명령을 받았다.
과거에 정혼자였다는 사실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무영검을 필두로 밀영오노의 신형이 지면을 스치며 북쪽으로 나아가
기 시작하였다.
50년 만에 독령곡을 찾은 외부인은 그들이 다가 아니었다.
밀영오노가 떠나고 10여 일이 지난 후 일단의 무리가 귀신같은 신법
으로 떨어져 내렸다.
"북쪽입니다, 추밀단주!"
"얼마나 지났을 것 같나?"
"한 달 전후입니다. 그리고 우리말고도 추격자가 있는 듯 합니다."
"북황련이겠지. 좋다 출발하라! 방향은 북쪽이다."
"존명!"
20여 명의 무인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더니 북쪽을 향해 몸을 날렸
다. 추밀단. 배신자의 처단과 요인암살 그리고 추격을 전문으로 하는
마교 10문의 한 곳인 암문(暗門)의 등장이었다.
* * *
헉! 헉헉!
기이한 광경.
족히 5백 근은 되어 보이는 바위 두 개가 깎아지른 듯한 비탈을 오
르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두 개의 바위 뒤쪽으로 그보다 훨씬 작
은 바위 4개가 박자를 맞추듯 비슷한 간격으로 질질 끌려간다.
"아이고! 백공, 언제까지 이 짓을 해야합니까?"
커다란 바위 앞에서 우는 듯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바위를 지고 끌고
가는 두 사람은 독령곡을 떠난 구양중과 설련이었다.
두 사람의 몰골은 엉망이었다. 땀에 젖은 겉옷은 몸에 찰싹 달라붙어
속살이 내비쳤고, 풀린 머리칼은 바람결에 사방으로 흩날렸다.
내막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았다면 미친 것들이라 손가락질하며 놀렸
으리라.
"무공을 배우고 싶다며!"
"그랬죠, 하지만 이런 식으로 무공을 배울지 알았습니까?"
후회막급이었다.
차라리 비급을 가지고 남만 오지로 숨었더라면, 지금의 고생은 하지
않았을 터였다.
독령곡을 떠난 후 며칠은 그런 대로 괜찮았다. 형산 어귀 마을에 들
러 먹을 걸 장만하고, 곧 낙양으로 길을 잡았다.
묵안혈마라 불렸던 백산에게 무공을 배울걸 생각하고 꿈에 부풀었다.
그에게 무공을 배우면 천하제일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목숨은 지킬 수
있으리라 여겼다.
그런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독령곡을 떠난 지 3일이 지났지만 백산
의 입에선 무공에 관한 내용은 한마디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었다. 낙양까지 가는 길은 기껏해야 두 달, 그
안에 무엇인가를 얻어내야 했다.
해서 넌지시 말을 꺼냈다.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커다란 바위를 가리키더
니 지고 따라오라고 하였다. 아니 딱 한 마디 더했다. 바닥에 발자국이
남지 않으면 그때 다시 이야기하자고 했다.
그로부터 보름 후, 양다리엔 돌멩이가 끈으로 묶여 채워졌다.
죽을 맛이었다. 등에는 5백 근에 달하는 무게가 짓누르고, 두 다리에
달린 조그마한 돌은 걸음을 방해했다.
무공을 익히고 있다는 사실이 의심스러웠다.
"그럼 그만할까?"
"정말입니까?"
구양중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바위를 지고 행군을 시작한 지 한
달, 더 이상 견딜 재간이 없었다. 무공을 익힌 무인에게 5백 근의 무게
는 별 것 아니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무게를 들고 한 달을 견디면 사정이 달라진다. 내공으로
버티는 것도 한계에 달했고, 이제는 거의 쓰러질 지경이었다.
단전은 텅 비어버려 뽑아낼 내공도 남지 않았다.
"내가 뭣하러 거짓말을 하냐. 그만하고 싶으면 등에 진 짐 버려도
돼."
"알겠습니다!"
기쁨의 탄성을 지른 구양중이 단전이 비었다는 사실조차 망각하고
지고 있던 바위를 사정없이 던져버렸다.
쿵!
10여 장 정도 날아간 바위는 커다란 소리를 지르며 떨어지더니 이내
아래쪽으로 굴러가기 시작하였다.
"이것도……."
발목에 감은 끈을 풀어내려던 구양중이 우뚝 동작을 멈췄다. 여전히
바위를 지고 산을 오르는 설련 때문이었다.
그녀의 상태는 자신보다 못하지 않았다. 땀에 젖은 옷 때문에 속살이
고스란히 내비쳤지만 그것도 개의치 않는 듯, 한발 한발 힘겹게 발을
떼며 정상을 향해 오르고 있었다.
설련의 모습을 쳐다보던 구양중의 시선이 이번엔 백산에게 향했다.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말없이 설련을 따르며 그녀의 발자국을 살피
고 있다.
"일부러 내기를 끌어올리려고 하지 마라. 인간의 신체는 호수의 표면
과 같다. 물을 퍼낸다 하여 호수 모양이 변하지 않는다.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다른 놈들이 들어와 채우게 된다. 물을 퍼낸다고 호수를 마르게
할 수는 없다. 어디선가 새로운 물이 유입되기 때문이지. 내공 또한 마
찬가지다."
부르르!
일순 구양중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결코 추위 때문이 아니었다. 호
수에 비유한 단순한 말이었지만 분명 궁극의 경지인 공령에 관한 내용
이었다.
단전의 내공이 아닌 자연의 힘을 이용하여 무공을 펼치는 전설적인
경지를 듣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지난 한 달간 해왔던 훈련은 공령을 얻기 위한 기초였던 것
이다.
"하지만 우리 수준은 간신히 기(氣)를 만들어 내는 단계?"
공령이란 말을 논하기에는 자신들의 무공 수준은 너무 일천하다. 간
신히 검기를 만들어내는 자신들에게 공령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설마……."
이내 얼굴이 해쓱하게 변했다. 자살바위에서 얻었던 인면지주의 내단
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반 갑자의 공력을 얻는다고 하였지만, 복용하자마자 바로 얻어지는
건 아니다. 내단을 복용하고 끊임없이 운기행공을 해야 본인의 내력으
로 만들 수 있다.
재빨리 내기를 끌어올려 몸 안을 살폈다.
"빌어먹을……. 병신 같은 놈!"
성급했던 자신을 탓하며 자책의 욕설을 뱉어냈다. 묵직한 느낌으로
자리잡았던 내단은 어느새 절반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텅텅 비웠던 단전을 인면지주 내단이 용해되어 채우고 있었던 것이
었다.
자연을 이용한 공령은 아니지만 몸 내부의 공령은 일어나고 있었다.
방금 던졌던 바위를 찾기 위해 아래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염병할……."
재차 욕설을 뇌까리며 몸을 날렸다. 까마득히 먼 곳에 멈춰서 있는
바위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저 놈, 다시 무공을 배울 모양이다. 말도 해라, 그렇게 인상쓰고 있
다고 무공이 빨리 익혀지는 건 아니다."
"이 상태에서 말하면 바로 쓰러질 것 같은데요."
힘겨운 듯 설련이 간신히 입을 뗐다. 실은 그녀 또한 한계에 달해
있었다. 그동안 꾸준히 단전의 변화를 주시했고, 내단이 녹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힘들어도 참고 있는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그건 네 생각일 뿐이야. 봐라 지금 말을 하고 있는데도 쓰러지지 않
잖아. 인간의 신체는 참으로 신비로운 거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훗! 그거야 제가 힘을 주고 있어서 그렇잖아요."
설련의 입에서 나직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쓰러지지 않기 위해 안간
힘을 쓰고 있는 사람을 두고 인간의 신체 운운하다니.
"웃는 건 좋은데, 날 쳐다보고 웃지는 말아라. 하늘에 있는 부인들에
게 미안해지니까."
"네?"
느닷없는 백산의 말에 설련이 비틀거렸다.
"조금 속도를 높이도록 하자. 저기 산적 놈이 따라 온다."
"무안하니까 그러는 거죠?"
재차 자세를 잡은 설련이 빠른 걸음으로 백산을 따라잡으며 물었다.
문득, 묵안혈마란 별호와는 어울리지 않게 재미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참! 청부를 넣으려면 돈이 얼마나 들까?"
"정말 청부를 하실 거예요?"
백산의 속내를 알 수 없어서 묻는 말이다. 조금 전 부인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보면 그녀들의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그녀들의 죽음을 인정했다면, 묵안혈마가 아닌 새로운 백산으로 살려
는 시도를 하는 중이라고 봐야한다.
"왜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 있잖아, 이번이 마지막이란 말. 나도 그
래."
"그 말은 지금 상황에서 어울리는 말이 아닌 것 같은데요? 과거시험
을 보는 사람들이 상투적으로 쓰는 말이거든요."
"그래 너 잘났다. 너 잘난 줄 아니까, 금액이나 말해봐."
설련 앞으로 고개를 들이민 백산이 희번뜩 눈을 치뜨며 말했다.
"10만 냥은 있어야 해요. 그것도 은자로."
"무슨 말이야, 10만 냥이면 도대체 얼마인 줄이나 알아? 나 같은 놈
하나 죽이는 데 10만 냥이 들면 대 문파 문주를 죽일 땐 얼마를 지불
해야 하는데."
"그들보다 백 공자가 더 비싸요."
"얼레? 내가 묵안혈마라는 사실은……."
"그 때문이 아니고 백 공자의 몸 때문이에요."
"곤옥비를 요구하는 것 때문에?"
"그래요. 금강불괴지신에 달한 신체를 가진 사람이 무공을 익히지 않
았다는 사실을 누가 믿겠어요."
"그건 설 낭자의 말이 맞습니다. 그러니까 죽을 생각 마시고, 저희들
에게 무공이나 가르쳐주십시오. 사부로 모실 의향도 있으니까요."
헉헉거리며 다가온 구양중이 두 사람 사이로 끼어들며 말했다.
"사부?"
"네, 사부!"
"미쳤냐? 너 같은 돌대가리를 제자로 거두게. 너를 제자로 거두느니
네 녀석 등에 있는 바위가 더 낫겠다. 차려준 밥도 못 먹는 놈을 어디
에 쓰냐?"
"이거 왜 이러십니까. 머리는 좀 딸릴지 몰라도 제때 식사 챙겨주죠,
빨래해주죠, 어디 편한 게 한두 가집니까?"
"구양중, 혹시 너 장가갔냐?"
"당연하지요? 이 얼굴에 아직 장가도 못 갔을까봐요."
"그 얼굴에 장가갔다는 게 더 신기한 거지 임마. 혹시 네 여동생 친
구 중 한 명 덮쳐서 사고 친 거 아냐?"
"헥!"
등에 돌을 지고있다는 사실을 잊은 듯 구양중이 펄쩍 뛰었다. 백산의
말이 전혀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백산의 말처럼 덮친 건 아니었지만 동생이 주선하여 장가를 들었던
건 맞았다.
"그래? 장가를 들었다면 어쩔 수 없다만, 이건 같이 자살했던 동지로
서 충고하는 말인데 절대 자식은 낳지 말아라."
"5살 된 딸이 있는데요?"
"그런 놈이 뒈지려고 자살바위로 갔냐?"
"그럼 어쩝니까, 놈들에게 잡히면 가족들이 숨어있는 곳을 발설하게
될텐데. 차라리 혼자 죽는 게 더 낫지요. 그래도 백 공을 만났으니까
횡재한 것 아닙니까. 그나저나 편하게 사실 생각은 없습니까?"
"널 제자로 거둔다고 내가 편해지는 건 또 뭐냐?"
"머리가 나쁘다고 하더니 정말인가 봅니다. 조금 전……."
퍼억!
"우욱!"
아랫배에 가해지는 충격에 구양중이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백산
의 오른 발이 그의 단전부위를 강타한 것이었다.
"구양중! 내가 뭐냐?"
"그야 천하제일인이자, 머리가 멍청한 묵안혈마……."
"그것말고 임마. 내 몸이 뭐냐고?"
"니미럴! 먹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빨래는 해야할 것 아닙니까?"
백산이 생시였다는 사실을 떠올린 구양중이 냅다 소리를 질렀다.
"시체가 옷 갈아입는 것 봤냐? 시체가 목욕하는 것 봤냐고 임마."
"그럼 제가 가끔가다 염(殮)을 해드리겠습니다. 우리 상문에서 염을
하는 건 절 따라올 사람이 없거든요. 제가 상문 문주 아닙니까."
퍼억! 퍽! 퍼버벅!
"매를 벌어요. 그렇게 말하면 기분 좋냐? 기분이 째지냐고 새꺄."
순식간에 구양중 앞으로 다가간 백산이 그의 전신을 향해 사지를 휘
둘렀다.
"아이고, 또 쇠몽둥이 질이다. 제자로 삼지도 않을 거면서 이렇게 때
려도 되는 겁니까?"
이리저리 비틀거리면서도 구양중은 고함을 내질렀다. 이 또한 단순하
게 때리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에 비틀거리면서도 넘어지지 않으
려고 안간힘을 썼다.
처음 단전을 찼던 백산의 발 때문에 알게된 사실이었다.
순간적으로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지만 잠시 후 몸 내부가 상쾌해짐
을 느꼈던 것이었다.
거의 일각에 걸쳐 사지를 휘두르던 백산은 구양중의 눈동자가 풀릴
때쯤 동작을 멈췄다.
"이런 제기랄, 이 정도 힘을 썼으면 땀이라도 나야할 것 아냐."
호흡조차 흐트러지지 않는 자신의 몸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생시
의 몸이라는 건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과거에 동생들을 구타할 때는 땀이 흐른 적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땀은 고사하고 숨결조차 변화가 없다.
"너는 또 왜?"
간절한 눈으로 바라보는 설련을 향해 빽 소리를 질렀다.
"저에게도 타혈법을 해주면 안되나요?"
그녀가 간절한 눈으로 바라보는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돌아가신 아
버지께 들었던 말이었다. 타혈법이란 상대의 혈도에 충격을 주어 영약
기운을 빨리 흡수하도록 하는 방법이라 하였다.
아울러 타혈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혈도에 충격을 가하는 순서와
시간차에 있다고 했다.
"타혈법? 그건 어떻게 알았지?"
"아버지께 들었어요. 타혈법을 시전하기 위해선 인간 신체의 미세 혈
도까지 전부 알고 있어야 한다고. 또한 타혈법을 시전할 만한 능력을
가진 사람도 강호 상에 별로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나보고 때려달라고? 여자인 널……? 아예 날 변태로 만들
작정을 했구나."
"시첸데 뭐 어때요. 시체에게 좀 맞았다고, 문제가 되는 건 아니잖아
요."
"허! 이거 독종이네?"
나직한 탄성을 발하고 말았다. 아무리 생시라지만 머리는 살아있는
자신이 아닌가. 더구나 겉모습은 갓 20대. 그런 남자에게 맞기를 원하
다니. 웬만한 독심으로는 결코 할 수 없는 말이다.
"곧 추격대를 만나게 될 거예요. 직접 처리하고 싶습니다."
"그런 오묘한 뜻이 있는 줄 몰랐네? 원한다면……."
슬쩍 미소를 머금은 백산이 가만히 서 있는 설련을 향해 주먹과 발
을 날려대기 시작하였다.
퍽! 퍽퍽! 팍!
"저런 무식한 인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여자를 저런 식으로 패
냐."
연신 비틀거리는 설련을 안타까운 눈으로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때리
는 방법도 교묘했다. 혈도 위치를 정확하게 가격하면서도 넘어지지 않
게 하고 있다.
몸통과 얼굴을 구분하지도 않는다. 심지어는 여인의 은밀한 부위인
가슴의 유근혈과 아랫배의 회음혈까지 사정없이 두들기고 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설련이 다리가 흐느적거릴 때 즈음하여 타혈법을
가장한 구타는 끝이 났다.
하지만 구양중은 이어지는 설련의 말에 백산이 무식하다고 했던 말
을 정정해야했다. 무식한 사람은 그가 아닌 설련이었다.
"벌써 끝났어요?"
얼굴마저 퉁퉁 부은 설련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었다.
"무식한 것들. 그나저나 이 짓은 또 언제까지 해야하나."
나직한 한숨을 내쉬며 구양중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조금 전과
같은 고통을 매일 당해야한다고 생각하니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오늘부터 타혈법은 6시진마다 한번씩 한다."
"헉! 하루에 한번이 아니고 두 번이란 말입니까?"
"어쩔 수 없다. 내가 내공이 없기 때문에 효과가 절반밖에 나오지 않
거든, 그리고……."
"그리고?"
"재밌어서 말이다."
구양중의 코끝을 튕기며 백산은 환한 미소를 머금었다. 문득 과거에
동생들을 두들겨 패던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웃지 마십쇼. 악마 같습니다. 잘생긴 악마."
그날부터 구양중과 설련은 백산 손에 복날 개처럼 흠씬 두들겨 맞았
다. 하루에 두 번씩.
하지만 맞는 두 사람이나 때리는 백산은 모르는 게 있었다. 두 사람
에게 타혈법을 시전해주는 백산의 동작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사실
과, 생시이기 때문에 신체기능이 거의 죽었다고 하였던 그의 단전에 미
약한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사실을.
그게 바로 섯다와 모사가 만든 생시(生屍)의 비밀이란 사실도.
과거 백산 본인이 주장했던 무론(武論)이었고, 지금도 역시 구양중과
설련에게 가르치고 있는, 머리가 아닌 몸으로 익히는 무공을 그 또한
익혀가고 있었던 것이다.
본인 스스로도 알지 못한 채.
첫댓글 즐독입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감합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즐독 입니다
즐독하고 갑니다
잘읽었습니다
즐독입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감!
즐감
즐감하고 갑니다.
백산이 생시에서 깨어나면 아아아~~~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항상 건강 하고 행복 하세요
감사 하고 사랑 합니다
잘보고갑니다
즐독합니다
즐독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