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강변역에서 (강변역 戀歌)
....... 수정61
가을일기... 2005.11. 28. / 수정 61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는 강변역에서는 하루가 영원같이 흐른다
버스가 연착하는 내내 내가 갇혔던 기다림의 역사(驛舍)엔
육중한 자물쇠가 걸렸고, 낡고 후미진 천장의 먼지는
역사에서 잃어버린 사람들의 세월을 가늠케 했다
구석진 구내 임자없는 의자의 몸을 빌려 앉은 나는
영원 같은 하루를 생각하며 너를 보내야 한다
줄지어선 그리움들이 항상 연착하곤 했던
그해 늦은 가을 강변역 동서울 시외버스 터미널
너를 껴안고 놓아줘야 하는 이 순간이 이제 찾아오지 못할 것 같아
자꾸 가슴에다 역사를 지었다 허물었다
시간을 멈추고 싶었던 강변역엔 추적추적 비가 내렸고
젖어 있는 승강장은 모두 강쪽으로 긴 그림자를 눕히고 있다
형광등불빛마져 침묵한 어둠 속에 익숙해져가고 있는
기다린다는 것은 또 얼마나 해탈한 등대불을 가슴에 켜두는 일인지
지금 이 순간이 영원처럼 우리에게 깃발을 나부끼며 진실하기를
강변역 시외버스 터미널 승강장에서는 그렇게 하루가 영원같이 흐른다
모든 불빛들이 마지막 정차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세상의 모든 이별이 끝나는 곳까지 버스는 달리고 싶다
역사는 내 기다림과 함께 더 늙어가겠지만
더 오랜 시간동안 먼지가 퇴적하는 속도만큼 느리게
이별하는 모든 역들은 가쁜 얼굴을 하고
우리 가슴길 위에 노스텔지아의 불빛을 뿌려줄 것이다
너를 실은 버스를 떠나보낸 후 난 다시 사막의 중심을 향해 발길을 옮긴다
지금 이 순간이 언제나 마지막인 것처럼
강변역의 불빛은 뒤돌아보며 뒤돌아보며 말없이 한강으로 흘러간다
첫댓글 오래된 사진인가바요... 한복을 입고 졸업을 하신걸 보니... 우리때도 안그랬는데.. ^^* 만나서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