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교차로 한가운데 교통섬에 주차된 차량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되며 화제가 됐습니다. 해당 회전교차로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곳으로 평소 통행량이 많은 도로라고 하는데요. 사진을 본 누리꾼들은 "제정신이냐"며 앞다퉈 차주를 비판했습니다.
황당하기 그지없는 회전교차로 교통섬 위 주차, 법적으로 보면 어떨까요?
◇회전교차로는 엄연한 교차로…교통섬 주차는 불법
교통섬은 자동차의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처리나 보행자 도로횡단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설치하는 섬 모양의 시설물입니다. 회전교차로 정중앙에 위치한 교통섬은 교차로에 진입한 모든 차량의 흐름을 분리하는 역할입니다.
회전교차로는 일반 교차로(평면교차로)의 한 종류입니다. 도로교통법은 교차로에서의 주차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교차로 중심부뿐 아니라 교차로의 가장자리나 도로의 모퉁이로부터 5미터 이내인 곳도 모두 법정 주차금지구역입니다. (도로교통법 제32조)
위반 시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科料)에 처해지거나 과태료 처분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울러 이런 위험한 불법주차 차량은 우선적으로 견인당할 가능성이 큽니다.
일각에서는 국가에서 설치한 도로 시설물 위에 주차를 했으므로 해당 차량 차주에게 교통방해죄를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옵니다. 우리 형법은 교통시설물을 직접적으로 훼손하거나 장애물을 이용해 통행을 방해하는 등의 행위로 교통 통행을 방해하는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실제 교통방해의 결과가 일어나지 않더라도 교통 방해로 인해 다수가 불편을 겪을 수 있는 상황이 생길 염려만 있으면 혐의가 인정되기도 합니다. 본죄는 특별히 교통을 방해하거나 소란을 일으킬 고의가 있을 때 성립합니다. 문제 차량 차주에게 불법주차의 의도만 있었다면 처벌이 어렵습니다.
◇불법주차 차량 때문에 교통사고 났다면
회전교차로 교통섬에 차를 세워두는 경우 후행 교차로 진입 차량이 진행 방향을 헷갈리는 문제가 생길 수 있죠. 이로 인한 사고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는데요. 만약 사진 속 회전교차로 불법주차 차량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면 과실비율은 어떻게 산정될까요?
우선 전방주시의무를 다하지 못한 후행 차량이 가해자가 됩니다. 이후 불법주차 차량과 해당 사고 사이 인과관계가 있음이 인정되면 주차 차량 차주에게 통상 10~40% 가량의 과실이 가산됩니다. 통상 주간보다 야간에 발생한 사고일 때, 불법주차 시 사고 발생 가능성을 예견 가능할 때일수록 주정차 차량 책임이 늘어납니다.
판례는 주차금지구역에 불법주차된 자동차가 없었더라면 충돌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 증명될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법주차와 충돌사고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대법원 1997. 3. 11. 선고 96다33808 판결)
실제로 후진 중 물건 하차를 위해 주정차 금지구역에서 정차 중인 차량을 충격한 사고나 야간에 깜빡이를 켜지 않은 채로 주정차금지구역에 정차한 대형버스를 뒤따라오던 차량이 받은 사고에서 각각 불법주차 차량의 과실이 20%로 인정됐습니다.
다만 후행 운전자가 충분히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면 주정차 차량의 책임을 묻지 않기도 합니다. 뒷차 운전자에게 졸음운전이나 음주운전 등의 과실이 있거나 주차로 인해 도로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예외적으로 불법주차 차량 운전자는 면책됩니다.
불법주정차 차량과의 추돌로 운전자가 사망하는 등 피해가 크거나 시야가 불량하고 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곳에 불법주정차한 경우엔 불법주정차 운전자를 형사입건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으로 처벌하기도 합니다. (대법원 1996. 12. 20. 선고 96도2030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