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도로가에 20년생쯤 되는 벚나무들이
길가에 서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왕매가 벚나무 가지마다 붙어서 목청이(?) 터져라고 울어샀더니만
어느새 울음소리가 뚝 그치고 말았다.
어느 시인은 가야할 때를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고 노래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매미는 신사다. 익선관의 유래도 이와 무관치 않다.
우리 동으로 들어오는 입구에 선 벚나무 한 그루의 뿌리가 보도 위로 나왔다가
도로 방향을 바꾸어 땅 속으로 들어가 있음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눈이 없는 식물도 자기가 나아가야 길이 아니면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자기만 살겠다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보도 위로 뿌리를 뻗게 되면 사람들의 왕래에 지장을 줄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사람들이 톱으로 잘라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때가 되면 잎이 나고 꽃을 피우고 태양을 따라 움직이는 걸 보면 식물도 생체시계가 있고 의식이 있다고 한다.
어제 잠시 서울에 올라갔다 왔다.
'북극항로시범운항'에 참여했던 6명중에서 현대글로비스 직원 한 명만 빼고
기자 네사람하고 나만 만났다.
내가 시간이 없다고 하니 약속장소를 서울역 근처 불고기집으로 정했다.
한 친구는 춘천에서 내려왔다. 그 중에 한 친구가 40여일 꼼짝없이 한곳에 갇혀 있었으니
우리는 감방동기나 다름없다고 했다. 그만큼 친해졌다는 뜻이다.
우스개 소리로 기자와 경찰관과 선생님이 같이 식당에 식사하러 들어가서 식사를 하였다고 한다.
나중에 나올 때 식사비를 누가 내었겠느냐고 하자 아무도 식사비를 내는 사람이 없자
식당 주인이 내었다는 말이 있다. 모두 다 얻어 먹는 습관에 젖어 있는 사람들이라
식사비를 계산해야 된다는 개념조차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어제 모임에서는 북극항로에 관한 얘기분만 아니라 추락하고 있는 한국해운의 현황과 장래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면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김영란법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누었다.
오랫만에 만나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흘러가 버렸다.
8시반차 티켙을 미리 끊어 갔으므로 8시가 되자 자리에서 먼저 일어서지 않을 수 없었다.
선생과 기자가 만났으니 식사비를 낼 사람이 없었다. 내가 부산에서 올라왔다고 식사비는 할 수 없이 기자가 내었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오랜 관행들이 하루 아침에 고쳐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잘못된 관행들은 언젠가는 바로 잡아져야 한다.
정부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사고방식도 바뀌어져야 한다.
미물인 나무도 길이 아니면 가지 않고 자세를 고치는데
하물여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제가 가야 할 길을 제대로 찾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학생들은 공부를 해야하고, 군인들은 나라를 지키고 경찰은 국민들의 안전을 책임지도록
각각 맡은바 직분을 다 해야 함은 최소한의 의무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