갠적으로 이 바닥에서 가장 빛나는 정점에 올랐던 해는 97년이라고 생각한다.
씨앗보다는 열매가 많이 열렸던 해이고 이후부터는 이 바닥은 조금씩 변화해가기 시작한다.
1.모과이 - 영팀.
-포스트록의 꽃이라 할만한 모과이의 데뷔작. 이후로 무수한 아류를 양산하기도 한
독특한 모과이 스타일을 확립한 앨범이다. 그리고 2003년 지금까지, 모과이 자신조차도
이 앨범을 아직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포스트록의 열매들 중에서 가장 맛있다.
1.라디오헤드 - 오케이컴퓨터.
역시 기타록의 절정, 그리고 이후 이어질 키드에이와 맥락이 상통하는 포스트록적인
어프로치를 보여준 앨범이다. 후대의 모든 영국 기타밴드들은 이 앨범을 따라잡기 바빴다.
라디오헤드조차 내가 보기엔 자신들의 이 앨범과 정면승부를 피하고 일렉트로닉으로 방향을 틀었다.
1.요라탱고 - 아캔히어더핫비팅애즈원.
한마디로 인디팝의 마스터피스. 이렇게 완벽한 인디팝앨범은 지금까지도 둘도 없다.
인디팝의 종합선물세트, 그것의 모든 가능성들과 꿈들, 인디팝이란 장르의 모든 것을
이 앨범에서 들을 수 있다. 물론 요라 탱고 자신들도 그후론 이 앨범을 넘어서지 못했다.
1.다프트펑크 - 홈워크.
프랑스의 미니멀 하우스 그룹인 다프트 펑크의 데뷔작. 제목이 말해주듯이
집에서 작업한 이 앨범은 이쪽 계열 최고의 명반이라고 할만하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다가도 이들의 노래가 나오면 뛰쳐나올만큼 쿨한 매력으로 가득차 있다.
1.프로디지 - 더팻오브더랜드.
테크노를 오버그라운드로 부상시킨 앨범. 더이상의 평가는 사족일 뿐이다.
또한 덧붙이자면 테크노와 록의 교배를 성공적으로 이끈 앨범이기도 하다.
1.버브 - 도시찬가.
버브의 백조의 노래. 비터스윗 심포니와 드럭스 돈 워크, 소넷, 럭키맨,
무수한 멋진 싱글들과 컴온, 롤링피플 등의 싸이키델리아도 여전하다. 90년대
중반 브릿팝 씬을 평정함과 동시에 브릿팝의 진정한 승자로 등극한 버브의 마지막 앨범.
1.뮤직 - 루나틱하네스.
idm계열에선 96년에 에이펙스트윈의 리차드디제임스 앨범 이후 뮤직의 이 앨범을 꼽을 수 있다.
모던소년소녀들의 마음까지도 사로잡아버린 필살의 멜로디라인과 휭키한 비트,
그리고 정교하게 세공된 idm다운 그 놀라운 소리들은 지금 들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다.
비밀의 계단 pt.1과 해스티 붐 얼렛을 들어보라. 음악으로 만들어진 한편의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1.스피리츄얼라이즈드 - 신사숙녀여러분..우린지금 우주를 유영하고 있답니다 .
스페이스멘3 시절부터 계속된 제이슨 피어스의 음악여정이 마침내 만발한 앨범.
거의 버브의 도시찬가와 비견될 정도로 감동적인 앨범이다. 물론 이후에는
그들은 더이상 이런 순간을 가지지 못했다. 타이틀곡인 첫곡만으로도 모든 말이 필요없다.
1.로니사이즈 - 뉴폼즈.
드럼앤베이스의 열매와도 같은 앨범. 두장짜리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97년의 머큐리 프라이즈를 거머쥔 앨범이기도 하다. 드럼앤베이스는 사실상
이 앨범에서 절정에 달한 것 같다. 그리고 98년부터는 쇠퇴하기 시작한다.
앞서 나온 뮤직과 트윈, 스퀘어푸셔 등에 의해 발명된 드릴 앤 베이스가 idm과
맞물려 인기를 얻기 시작하고 한편으로는 많은 디앤비 아티스트들이 재즈에 경도되기도 하지만
순수하게 드럼앤베이스가 정점에 달했던 순간은 바로 이 앨범이 아닐까 생각한다.
1.벨과세바 - 빨강.
이 앨범도 역시 말이 필요없다. 인디팝 계열에서 마스터피스에 속하는 앨범이기도 하고
벨과세바 자신들의 최고작이기도 하다. 최근 신작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역시
이 앨범을 넘어서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애착이 가는 앨범.
한국의 모든 모던소년소녀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아버린 앨범이다.
1.맨선 - 데뷔앨범.
굉장히 야심적인, 어쩌면 지금까지 나온 데뷔작 중에서 가장 야심적인 앨범이다.
2집인 식스에서도 그 야심이 이어지긴 했지만 맨선의 앨범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역시 데뷔앨범을 고르게 될 것 같다. 버브의 도시찬가와 함께 브릿팝의 절정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도 난 이 앨범을 들으면 이게 데뷔작이야 하고
맨선에게 질리고는 한다. 지금은 해체한 맨선이지만 이때는 정말 최고였다.
1.일즈 - 데뷔앨범.
일즈의 이 앨범은 미국 모던록의 그당시를 대표하는 앨범이다. 벡과 마찬가지로
컷앤페이스트를 주로 이용하지만 데뷔앨범에선 그런지적인 퍼즈톤의 기타도
대폭 끌어들여서 굉장히 매력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이후로 일즈의 행보도
물론 주목할만 하지만 데뷔작에서의 그 느낌을 다시 느껴보긴 힘들게 된 것 같다.
1.프라이멀스크림 - 증발지점.
프라이멀 스크림의 최고작. 코왈스키나 트레인스포팅, 그리고 무수한 다른 곡들에서의
긴장감은 발군의 것이었다. 라디오헤드의 오케컴과 함께 포스트록적인 어프로치가
주류씬에서 처음 시작된 앨범이기도 하다. 다음 앨범에서 포스트록은 만개하지만
작품성에선 결코 이 앨범을 능가하지는 못했다. 프라이멀 스크림은 91년 스크리머델리카로
씨앗을 뿌렸고 97년 증발지점으로 열매를 거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1.디페쉬모드 - 울트라.
감동적인 컴백작이란 면에서 버브나 스피리츄얼라이즈드와 상통하지만 좀 더 개인적이고
내밀한 앨범이다. 사실 객관적으로 볼때 이 앨범이 연말 베스트에 올라갈 것인지는
상당히 의심스럽지만 개인적으로는 망설임없이 올릴 정도로 애착이 가는 앨범이다.
1.벤폴즈파이브 - 왓에버앤에버아멘.
벤폴즈의 2집인 이 앨범도 역시 개인적인 이유로 뽑혔다. 피아노를 기타대신
사용했다는 독특함 외에도 90년대 최고의 멜로디 메이커라 할만한 벤폴즈의 수려한
멜로디들의 정점을 느낄 수 있는게 바로 이 앨범이다. 브릭은 가사에 나온 것처럼
언제나 크리스마스 이브 새벽 6시만 되면 듣게 되는 곡이기도 하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앞으로 음악씬에서 이런 풍작을 거둔 해는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다.
97년과 비교할만한 해는 91년 그 전설적인 년도밖에는 없는데 91년이 씨앗이었다면
97년은 열매라고 할만하다. 올해 베스트도 심심해서 뽑아보고는 있지만 오버에서 이렇게
걸작들이 나오는 것은 97년 이후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오버에서 나온 앨범들은 내 베스트에선 한장도 찾아볼 수 없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97년은 참 행복했던 시기였다.
97년 제 고1때 라됴헤드의 오케컴터를 듣고 이쪽계통의 음악에 빠져들기 시작했지요. 저위의 앨범들중에도 저의베스트가 많은데 재미있는것은 저 앨범들을 정작 저 앨범들이 나온 97년도에 들은것이 아닌2~5년 뒤에 들었다는것이죠.ㅋㅋ 모과이, 스피리츄얼라이즈드, 벨&세바, 버브, 디페쉬모드, 욜라탱고, 일즈등등등..
첫댓글 ok computer...eels..daftfunk...걸작들...
어~그러네? 그해는 뭔 난리가 났던건가?레디오헤드,프로디지,버브는 진짜 닮구닮도록 들었네여
뿌요꾸 아줌니의 호모지닉을 빠자묵다니!!!!! ㅋㅋㅋ
다프트펑크..원츄
gene/ drawn to the deep end, bjork/ homogenic, blur/ (selftitle) 도 넣어주심 안될까요? 음~ 67년도 엄청난 풍작이었었죠. 아마 30년 후쯤 다시...
99년이 풍작의 해로 기억하고 있는데..99년도엔 어떤 것들이 있었지;;;
저도 97년(중학교) 즈음에 영국쪽 음악들을 알기시작했던것 같아요..^^ gene이 없다는것이 아쉽지만 거의 모든면에서 동의
97년 제 고1때 라됴헤드의 오케컴터를 듣고 이쪽계통의 음악에 빠져들기 시작했지요. 저위의 앨범들중에도 저의베스트가 많은데 재미있는것은 저 앨범들을 정작 저 앨범들이 나온 97년도에 들은것이 아닌2~5년 뒤에 들었다는것이죠.ㅋㅋ 모과이, 스피리츄얼라이즈드, 벨&세바, 버브, 디페쉬모드, 욜라탱고, 일즈등등등..
그래서 저 위의 앨범들이 97년에 나왔다는게 체감되어지지 않음. 97년 당시 나오자 마자 들은 라됴헤드, 맨션, 프로디지, 뷰욕, 블러 빼고..^^;;
97년...짙푸르던 20살...정말 음악 많이 들었던 해이죠.^^
아,당신들의 97년을 뻇아오고 싶군요.
이것 서브에서 가져온것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