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서져라 껴안기던 그대의 몸 숨가쁘게 느껴지던 그대의 입술 이 영역은 이 좁은 내 가슴이 아니었나요? 그런데 그런데 나도 모르게 그 고운 모습들을 싸안은 세월이 뒷담을 넘는 것을 창공은 보았다잖아요. 그대와 나의 혼마저 느닷없이 빼앗아 가고야 말 그 세월이 아니오리까 구원겁(久遠劫)으로 뉘에서나 무엇이나 모두 다 앗아만 가는 세월이건만 그래도 그 모습은 사람의 눈에는 한 번도 띄어 본 적이 없어요 그대는 웃어 주소서. 나도 또한 웃어 웃어 봅니다.
좁은 영역인 내 가슴에 으스러저라 껴안기던 그대의 몸 숨가쁘게 바라보이던 그대의 눈매로 어드메나 점령되지 않았었소 그런데 그런데 어느새인지 그대 앉았던 의자에도 그대 일터에도 그대의 내음 그대의 자취조차 사라져 버렸구려 허공은 그대의 온갖 모습을 싼 보퉁이를 안은채 사라지는 세월의 뒷모습을 정녕 보았다지 않아요 그래도 사람은 아득한 옛날부터 세월의 정체를 본 일이 없다고 하지요 그러나 저러나 오래잖아 그대와 나의 몸뚱이마저 앗아가고야 말 그 세월이 아니오리까 그대여 웃어주소서.
첫댓글 퇴근하다
지인과 술한잔 얼큰히 나누고
홀로의 귀가길
2013. 12. 19. 0시.
바람도 차갑고
눈이 펑펑 쌓여가는데
전철은 끊기고
버스를 기다리다
그 설야의 풍경이 고혹하여
꺼집어냈던 관능적 감수성
여기에 다시 부쳐봅니다.^^
그대여 웃어 주소서 - 수덕사 일엽스님(1896~1971)
으서져라 껴안기던 그대의 몸
숨가쁘게 느껴지던 그대의 입술
이 영역은
이 좁은 내 가슴이 아니었나요?
그런데 그런데
나도 모르게
그 고운 모습들을 싸안은 세월이
뒷담을 넘는 것을 창공은 보았다잖아요.
그대와 나의 혼마저
느닷없이 빼앗아 가고야 말 그 세월이 아니오리까
구원겁(久遠劫)으로 뉘에서나 무엇이나
모두 다 앗아만 가는 세월이건만
그래도 그 모습은
사람의 눈에는 한 번도 띄어 본 적이 없어요
그대는 웃어 주소서.
나도 또한 웃어 웃어 봅니다.
좁은 영역인 내 가슴에
으스러저라 껴안기던 그대의 몸
숨가쁘게 바라보이던 그대의 눈매로
어드메나 점령되지 않았었소
그런데 그런데
어느새인지
그대 앉았던 의자에도
그대 일터에도
그대의 내음 그대의 자취조차
사라져 버렸구려
허공은 그대의 온갖 모습을 싼
보퉁이를 안은채
사라지는 세월의 뒷모습을
정녕 보았다지 않아요
그래도 사람은
아득한 옛날부터
세월의 정체를 본 일이 없다고 하지요
그러나 저러나
오래잖아
그대와 나의 몸뚱이마저 앗아가고야 말
그 세월이 아니오리까
그대여 웃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