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한국바둑리그]
▲ 치열한 승부 끝에 반집승을 거둔 한상훈(왼쪽) 선수가 진동규 선수와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
<12라운드 2경기> 전남 대방 노블랜드 vs 충북 제일화재 <제2국> 한상훈 1단(백) vs 진동규 3단 -
305수 끝, 백반집승 <제3국> 박영훈 9단 vs 김주호 7단(백) -
230수 끝, 백불계승 김주호의 선전으로 제일화재가 위기에 빠지지 않았다. 대방 노블랜드로서는 한상훈의 승리로 영봉패를 막은 데 만족해야 했다.
10월14일 저녁7시,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KB국민은행 2007한국바둑리그(KB 바둑리그) 12라운드 2경기 2국에서 대방 노블랜드 한상훈 선수가 제일화재 진동규 선수를 맞아 극적인 반집승을 거둬, 1 : 1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2시간 뒤에 이어진 3국에서 대방 노블랜드 1지명 박영훈 선수가 김주호 선수(제일화재)에게 덜미를 잡혀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지는 못했다.
먼저 한상훈, 진동규 두 선수가 펼친 2국은 끝까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치열한 바둑이었다. 초반, 우상귀 언저리에서 벌어진 몸싸움 외에는 이렇다 할 전투가 없었다. 미세하나마 백(한상훈)이 유리한 종국을 맞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바둑은 이때부터였다. 불리한 형세를 감지한 진동규 선수는 중앙 백 진영에서 흑155·165 등으로 수를 내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시켰다. 한수 한수가 진행될 때마다 승부의 무게중심은 흑과 백을 왔다갔다 반복하기 일쑤였다.
프로기사들 사이에서도 '역전이다, 아니다'는 논란으로 검토실이 술렁거렸다. 심지어 종국에 한상훈이 백200으로 과감한 승부패를 결행하자, 혼란이 잠잠해지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커져갔다.
국후 한상훈은 "흑221로 팻감을 만들려고 했을 때 받았으면 괜찮았다. 실전처럼 하변과 상변이 바꿔치기가 되어서는 졌는 줄 알았다."고 털어놓았다. 한상훈 선수의 말처럼 상변 패는 상전벽해가 일어나게 만들었는데, 신기하게도 눈터지는 계가바둑으로 형세가 바뀌어 있었다.
대기실에 바둑을 지켜보던 유창혁 9단은 "미세한 반집 승부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어 끝내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이르자, "마지막 반패는 한 팻감 부족한 백이 진다. 그렇더라도 백이 반집 이길 것 같다."고 예상했고 그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다음 대국을 준비하는 박영훈 선수 역시 '백 반집승'을 확실하게 진단, 가히 일류 기사들의 계가 솜씨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었다.
이날 승자인터뷰를 맡은 초록 양.
승자를 막판까지 가늠하기 어렵자, 질문을 두 가지로 마련해야 했다. 군입대 한 안달훈의 후임으로 뒤늦게 합류한 진동규는 이창호 등을 꺾으며, 그동안 팀에 중요한 역할을 해 주었다. 이번 경기에서도 적지 않은 기대를 건 팀은 그러나 반집으로 석패하는 진동규를 안타깝게 지켜보아야 했다.
객관적으로 곧이어 이어지는 3국이 제일화재에 상당히 불리했기에 2국의 패배는 더욱 팀을 불안의 도가니로 몰아갔다. 한국랭킹3위인 박영훈을 상대해야 하는 데다가 단 한판도 이겨보지 못한 김주호를 내보내는 제일화재로서는 '이겨주면 고맙고 져도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일반적인 예상처럼 바둑은 초반부터 박영훈이 앞서나갔다. 최소한 종반에 접어들기 직전까지는 그 형세는 변하지 않았다. 집으로 앞선 박영훈이 끝내기에서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무난히 승리를 거머쥐기 일보직전이었다.
박영훈 선수(오른쪽)이 머리를 만지며 자책하고 있는 모습. 헌데 지나친 낙관이 역전을 불렀다. 박영훈이 끝내기에서 움츠리는 틈을 타 쓰러져가던 김주호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좌중앙을 뚫려 형세가 거꾸로 여의치 않음을 감지한 박영훈은 서로 대마의 사활이 걸린 수상전을 감행하며 재역전을 시도했으나, 수부족으로 수포로 돌아갔다. 김주호가 박영훈에 불계승을 거두는 순간이다. 5패 끝에 달콤한 1승을 챙긴 것이다.
1 : 2로 뒤질 것이라 생각했던 제일화재 팀은 반대로 2 : 1로 다시 앞서자, 일제히 환호하며 승리를 자축했다. 마치 이번 경기를 이겼다는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앞으로 남은 두 판 중 한 한만 더 이기면 승리를 거머쥐는데, 4국에 절대 강자 이세돌 선수가 출전할 예정이라 팀으로서는 미리 자축하는 게 큰 무리는 아닐 것이다.
최근 2연패를 당해 2위 자리마저 안심할 수 없는 제일화재가 이번 경기에서 승리,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는지. 지금까지 1승밖에 못 챙긴 대방 노블랜드가 얼마나 이번 경기에서 투혼을 불사를 수 있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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