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암동 꼭대기
서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자하미술관
나는 등산을 싫어한다.
산을 오르는 이유를 알려고 하지도 않는 게으른 인간.
그래서 자하미술관에 가려면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정말 정말 가고 싶을 때 간다.
미술관 주변 풍경을 보고
산꼭대기 바람을 맞으면서 쉬고 싶을 때 간다.
자하미술관에 같이 갔던 우미갈들이 보고 싶을 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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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동 주민센터 옆 골목으로 직진!
무지무지한 단 맛
아카펠라 카라멜 마끼아또를 마시면서 에너지업!
옆 골목이 예쁘다고 들어가면 안된다.
무조건 직진이다.
갑자기 찾아온 봄 더위에 목련이 벌써 타는 듯 말라가고 있다.
초등학교 국어책에 실린 시 한 편 생각나고.
목련꽃
목련꽃은 입이다
아이스크림처럼 하얀봄을
한입 가득 물고 있는
아이들의 예쁜 입이다.
목련꽃은 웃음이다.
아무 욕심도 불평도 없이
얼굴 가득 담고 있는
아이들의 티없는 웃음이다.
시를 외우면 언제 어디서든 시를 즐길 수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국어문제집에 있는 말 ^^
드디어 도착이다.
헉헉거리는 나를 보고 미술관 직원의 한 마디
천천히 올라오시지.
힘드시죠?
네에..
힘들었어요.. 쿨럭..
서상익 개인전
~ 2015. 5/3
전시 입장료는 천 원
돈을 받는 사람은 없고 각자 알아서 옆에 보이는 통에 넣으면 된다.
방명록에 아무 생각없이 우미갈 anita라고 썼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다른 사람이 읽으면
이 여자 뭔가.. 생각했을 듯.
1층의 전체적인 그림 분위기는 지기님 취향이다.
후훗
윗 그림의 오른쪽 관객들 옆 당당하게 서있는 펭귄이 눈에 들어왔다.
윗 그림의 제목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그래.. 맞다.. 자하미술관에 갈 것인지.. 아닌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그 계절 그 바람 그 사람들이 생각나면 그냥 부암동 산을 오르는 거다.
2층 마당에 의자가 새로 생겼다.
여기 앉아서 시원한 산바람을 맞으면서 바라보는 산풍경은 정말 최고였다.
이 맛에 자하미술관에 오는 거야!
야호 ~
미술관 앞집에 농사짓는 할아버지가 계신데
미술관에 올 때 마다 농사가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버릇이 있다.
으음.. 잘 심으셨네..
가을에 와서 농사 잘 되었는지 확인해야지..
가을에 자하미술관에 올 이유를 하나 만들었다.
2층 그림들
작품명 : 아버지
2층은 '화가의 성전'이 제목인데
유명 화가들이 그들의 대표 그림과 함께 작품 속에 담겨 있다.
화가들 이름 맞추는 재미도 있는 듯.
우미갈 고수들은 아마도 전부 아는 화가일 것 같다.
전부 맞추면 a氏가 선물을 줄 거냐고 물어보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선물은 '여러분의 기억력이 좋다는 것을 확인할 기회를 준 것'
'아직도 머리가 쓸 만 하다는 엄청난 기쁨' ㅎ
요즘 우미갈들 사이에서 핫한 전시의 주인공
마크 로스코
잘생긴 화가
줄리안 오피
박하님이 좋아하시던 화가로 기억하는
에드워드 호퍼
몇 년 전 스터디에서 발표하느라고
열심히 공부했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미술관 앞 제비꽃을 발견하고 사진을 찍는데
근처 가정집에서 누군가 피아노를 치면서 제비꽃 노래를 불러서 깜짝 놀랐고 ㅎ
속으로 노래를 따라 불렀다 .
조동진의 오리저널 곡 제비꽃도 좋지만
드라마 킬미힐미 지성의 제비꽃 노래가 더 좋다. 팬심! ^^
내가 처음 너를 만났을 때
너는 작은 소녀였고
머리엔 제비꽃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멀리 새처럼 날으고 싶어
내가 다시 너를 만났을 때
너는 많이 야위었고
이마엔 땀방울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와
내가 마지막 너를 보았을 때
너는 아주 평화롭고
창 너머 먼 눈길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한밤중에도 깨어있고 싶어
' 너 나 좀 보자 ' 말하는 듯
눈빛이 마음에 든
에곤 쉴레
작가 노트 中
친구는 '하고 싶은 것'이 아닌 '잘 하는 것'에 집중하라 조언한다.
'하고 싶은 것'을 누가 알 수 있겠는가?
마음은 일순간에도 수없이 변덕을 부리는데.
첫댓글 킥킥거리며 읽다가 할아버지 농사 걱정하는 아니타님 모습에 빵터졌습니다. 자하미술관 풍경 너무 좋네요. 근데 그좁은 미술관에 저 많은 작품이 다 들어가나요? 사진상으로는 작품이 상당히 많은 것 같네요.
2층은 전부 소품이예요.
할아버지의 농사도 확인하고 2층 여자 화장실 물이 잘 나오는지도 확인합니다.
그 산꼭대기에도 물이 잘 나와서 우와~ 신기하다~ 서울시 수도시스템 좋구만! 만족하는 서울 시민. ㅎ
@anita 답글에 또 한번 빵!!! 내일 가봐야 될 것 같네요. 언덕길 오를 때 아니타님처럼 농작물 잘 자라고있는지 확인할 듯
하하 하나는 제가 해볼 수 없어서 아쉽습니다. 대신 남자 화장실을 확인해보겠습니다...라고 하기 전에,
아니타님, 서울역과 자하미술관중에 고른다면 어디를 고르시겠어요? 내일 한 2~3시간 시간이 남는데 어디로 갈까 고민이네요.
자동차로 가실거죠? 문화역서울284에 가세요.
자하미술관은 걸!어!서! 힘!들!게! 올라가야만 합니다!
산꼭대기 바람의 고마움을 온몸으로 느끼시려면..ㅎㅎ
@anita 말씀 감사합니다. 보니까 아직 3주 남았네요. 그럼 맑은 날에 자동차 창문을 열고 시원하게 올라가도록 하겠습니다. :D
하루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걸어서
천천히 부암동을 누리고
자하미술관의 하늘까지 갖고 오고 싶네요.
저도 자하미술관함께 갔던 멤버들이 보고싶어집니다.~~^^
저랑 같이 가요오~♥♥
아~ 아니타님!
넘 좋은 분위기 그림과 목련시와 감성을 소개해주면...
저 혼자 또 무지 바빠지겠네요^^
행복한 고민 더 늘었네요~
꼬옥 걸어서 가세요!
아무리 힘들어도 욕하지 않는 친구와 함께! ㅎ
사진만 봐도 좋네요. 특히 저 모피어스 같이 생긴 스킨헤드를 보니 매트릭스 생각이 무럭무럭!
시간이 허락된다면 꽃이 핀 예쁜 골목과 할아버지의 농사도 볼 겸 꼭 가서 보리라 다짐해봅니다~
저도 매트릭스를 생각했었습니다.
영화에서는 파란 알약과 빨간 알약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지만,
그림 속의 남자는 오른손에 파란 알약 / 왼손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림 제목처럼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입니다.
저도 가봐야겠어요~꼭대기풍경이 마음에 와 닿아요~저도 산타는거 싫어라하는 사람중에 하나라 마음 단단히 먹고가야할듯요~ㅎㅎ
마음을 비우고 천천히 그냥 슬슬 올라가면 괜찮습니다. 홧팅!
@anita 네~~^ㅁ^
이기회를 바탕으로 산행고고
@하늘소리 ㅎㅎ 그건 무리~~언덕베기는 어찌어찌 가도 산행은 ..평길좋아~~~
친절한 후기 덕분에, 서상익 작가 개인전 소식에 자하의 뷰까지 공짜로!! 감사해요!! 역시 이계절에 부암동을 가줘야겠다고 다짐 :-)
(그리고 이 넘치는 오지랖 ;;;; 스플래쉬 앞에서 담배피는 할아버지는 에드워드 호퍼가 아니라 데이빗 호크니 할아버지이 :-)
항상 두 화가가 헷갈립니다.
에드워드 호퍼는 바로 이 분!
음... 글쓰기가 정점입니다.^^
제 글은 단순함의 頂點 ^^
어제 다녀왔습니다. 비오는 자하 미술관의 풍경은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아니타님의 글을 읽고가니 목련도 주변의 풀잎도 정겹게 느껴졌습니다. 그림을 보러갔다기보다는 아니타님의 발자취를 따라간 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처음 자하에 가던 날도 비가 왔습니다.
그래서 자하가 더 좋아졌습니다. ^^
8월 정모를 자하에서 해야할건데~ 쉽지 않은 계획이겠지요~???ㅎ
몇 년간 8월마다 고민한 지기님의 계획을 응원합니다! ㅎ
어제 드디어 다녀왔습니다. 미술관 주차장이 4-5면은 된다는 것을 알았다면 걸어서 올라가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걸어서 올라간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올라간 내내 나무들에 감탄하다 콘크리트와 전선에 싱망하기를 반복했습니다.
작품은 꿈보다 해몽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당황스럽게도 모든 그림 모든 부분이 유화였습니다. 사진으로는 몰랐었던 부분인데 작은 위안이 되었습니다. (저는 유화가 좋습니다)
내려오는데 중턱에서 누군가 저를 감시하고 있더군요. 불만있냐?
어제 더웠는데 수고하셨어요! ^^
저도 다녀왔어요~~지난주 수요일에 땀 뻘뻘 흘리면서 같이 간 이들과 주위 경치 감탄하며 아니타님도 이길을 갔을거라며 도착한 미술관은 넘 좋았습니다~^^
올라가는 길이 힘든만큼 산꼭대기 바람이 더 시원하고..
그 기억이 좋아서 자하에 또 가게 됩니다 ~
@anita 네~~넘 좋아서 계절마다 오면 좋다는 미술관 직원분의 말을 꼭 들어야할거같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