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대구.
읍성의 흔적을 찾아서.
월성중학교 3학년 3반 김민욱
대구 답사를 한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설날도 지나고 이제 날이 풀렸겠니 하고 집을 나선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시베리아에서 무슨 조화를 부렸는지 올해 가장 추운 날씨다. 강추위를 뚫고 이번엔 버스를 타고 대구로 향한다.
터미널에서 내려 동대구 지하철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중앙로역으로 향한다. 오늘은 답사보다는 영화를 보러 왔다. 중앙로역에 내려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영화관을 찾아간다. 영화관으로 향하는데 바닥을 보니 한쪽만 조금 울퉁불퉁한 돌이 깔려있다. 설명을 보니 이곳은 옛날 대구읍성이 있던 자리라고 한다. 아마 복원하기에는 무리여서 이렇게 남겨놨나 보다. 역시 답사 운이 따르는 건가. 읍성길을 따라 영화관에 도착한다. 이 추운 날씨도 안에 들어가면 풀리리라.
(중앙로 일대 시내에 있는 읍성 터. 읍성이 있던 자리를 이렇게 표시해 놨다.)
2시간 정도 영화를 보고 영화관을 나온다. 경주에는 4D 상영관이 없어 이렇게 발품 팔아 왔는데. (역시 4D라 실감난다.ㅎㅎ) 점심을 먹으려고 거리를 걷는데 음식점 앞에 무슨 공원이 보인다. 공원으로 들어가자 중앙에 지구본 비슷한 게 있다. 이곳은 2.28 기념 중앙공원으로서 옛날 중앙초등학교가 있던 자리라고 한다. 그 학교에서 민주열사가 많이 배출됐는지 표지석에는 우리나라 민주화에 이바지한 사람들을 기리기 위한 곳이라고 한다. 저번 국채보상운동의 시발점이기도 했던 대구. 역시 영남 중심도시답게 뜻있는 사람들이 많았나 보다. 순전히 운으로 이런 곳도 찾고. 오늘 뭐가 풀리는 날인가 보다.
(대구 2.28 중앙 기념공원.)
여기까지 왔는데 영화만 보고 갈 순 없으니 다시 지하철을 타고 동촌으로 향한다. 지하철에서 아까 본 영화 노래를 흥얼거리며 내려 금호강 쪽으로 걸어간다. 둔치에 서자 옆에 해맞이다리가 보이고 맞은편에는 오리배와 공원이 보인다. 먼저 해맞이다리를 건너 반대편으로 건너간다. 날씨가 춥고 하늘이 맑아서 그런지 강물이 시리도록 푸르게 보인다. 얼어붙을 것 같은 강바람을 이겨내며 동촌 유원지로 향한다.
(동촌 유원지로 가는 해맞이다리. Let it go~!)
(다리에서 본 금호강. 옆에 유원지라 그런지 오리배가 보인다.)
동촌 유원지는 경주 보문에 있는 보문단지 일부를 떼어온 것 같다. 강변을 따라 걸으며 목적지를 물어물어 간다. 오리배는 추워서 그런지 강가에 묶여있다. 오리배 옆쪽에는 강물이 얼어 고드름 비스무리하게 되어 있다. 정말 춥긴 춥다. 하늘에는 전투기 두 대가 훈련이라도 하는지 엔진 소리를 내며 창공을 가로지른다. 그렇게 산책로를 걷는데 산책로 중간에 무슨 탑이 있다. 시멘트로 만든 것 같아 오래돼 보이진 않지만, 여기 서 있는 이유가 궁금하다. 혹시 유원지 짓다 남은 시멘트로 만든 건가?
(동촌 유원지 산책로에 있던 석탑. 정체가 궁금하다.)
(부둣가에서 본 해맞이다리. 다리와 빌딩 사이 전투기가 보인다.(점))
(추운 날씨에 가지 않고 쉬고 있는 오리배.)
(오리배에 맺힌 고드름.)
동촌 유원지는 목적지가 아니고 오늘 목적지는 망우공원이다. 추운 날씨에 한참을 걸어도 나오지 않는다. 그렇게 10여 분 정도 더 걸어 망우공원에 도착한다. 제일 처음 보이는 것은 6.25/베트남전쟁 참전 기념비다. 기념비를 지나 옆에 있는 임란호국 영남충의단 전시관으로 들어간다. 안에는 임진왜란 당시 전투 경로와 관련된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이 망우당 곽재우 장군의 주요활동 무대였기에 이런 곳이 있나 보다. 그래서 공원이름도 곽재우의 호인 망우당에서 따온 것이고. 옆에는 영남충의단이란 제단이 있고 뒤로는 곽재우 장군 동상과 정자 같은 망우당기념관이 있다. 아쉽게도 망우당기념관은 문이 닫혀있어서 볼 수 없었다. 일대를 쭉 둘러보고 육교를 건너 다음 장소로 간다.
(6.25/베트남전쟁 참전 기념비.)
(임란호국 영남충의단 전시관.)
(안에 전시된 각종 유물.)
(임란호국 영남충의단. 이분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나라가 있는 것이다.)
(홍의장군, 망우당 곽재우 장군 동상.)
(망우당기념관. 공사 중인지 문을 닫았다.)
육교를 건너 안쪽으로 들어가자 오늘 여기 온 진짜 이유인 영남제일관이 거대한 위용을 드러낸다. 이층누각으로 된 모습이 숭례문이나 수원 장안문을 생각나게 한다. 영남제일관은 옛 대구읍성의 남문으로서 원래 위치가 아닌 여기 망우공원에 복원되었다. 아까 우연히 본 대구읍성 터는 여길 위해 나타난 것인가? 비록 원래 위치는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대구의 정문이 복원되어 볼 수 있다는 것에 의의가 깊다. 영남제일관 앞에는 대구부 수성비와 영영 축성비라는 대구읍성을 수리, 확장한 것에 대한 내용이 담긴 비석이 서 있다.
(영남제일관. 위풍당당한 모습이 멋지다.)
(영남제일관 앞 대구 수성비, 영영 축성비.)
앞으로 다가가자 그 거대한 위용이 햇빛을 받아 더 거대하게 느껴진다. 현재 영남제일관은 원래 크기보다 조금 더 커진 규모라고 한다. 아무튼, 성문 안으로 들어간다. 성문 안에는 용 두 마리가 천장에 수놓아져 있다. 성문을 통과하니 비로소 영남제일관의 정면이 보인다. 이왕이면 정면 앞을 넓게 했으면 좋을 텐데. 현판을 보고 오른쪽으로 돌아 나간다.
(반대편으로.)
(천장에 수 놓인 용 두 마리.)
(정면에서 본 영남제일관.)
이제 영남제일관 위쪽으로 가본다. 1층 누각에 올라서자 안에는 대구읍성 모형이 있고 양쪽에 금호강과 대구 일대가 펼쳐진다. 솔직히 다른 데로 옮겨져서 예전의 정문으로서 가지는 성격을 잃은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이런 조망도 가지고 있고 너무 좋다. 물론 정문으로서 가지는 성격을 잃은 게 아쉽긴 하지만. 누각에서 내려와 영남제일관을 빠져나온다. 나오는 길바닥에는 대구의 모습을 타일로 수놓았다. 어디서 봐도 정말 멋진 곳이다. 야경도 멋있다는 데 볼 수 있었다면 좋으랴만.
(누각으로 올라가는 길.)
(누각 안.)
(누각에서 바라본 금호강과 대구 일대.)
(영남제일관.)
영남제일관 맞은편에는 고모령 노래비라는 비석이 서 있다. 무슨 노래비인데 들어보질 못해서. 옆에 있는 단추를 누르면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서 그런지 잘 들리지 않는다.
(고모령 노래비.)
노래비에서 건널목을 건너 숲길을 걷는다. 그러다가 다시 도로를 따라 걷다가 육교를 발견하고 육교를 건넌다. 옆에 철조망이 있는 게 영 미심쩍지만. 육교를 건너니 반대편에 육중한 탑이 보이고 영남제일관도 살짝 보인다. 날씨도 추운데 빨리 가야겠다.
(육교에서 바라본 탑. 멀리 영남제일관도 살짝 보인다.)
육교 반대편이 공사 중이라 건너온다고 진땀뺐다. 다시 걸어 방금 본 탑 앞에 도착한다. 거대한 탑은 항일독립운동 기념탑이다. 대구의 독립운동가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탑이다. 탑 옆에는 백두산정계비 모형이 서 있다. 저 비가 원래대로 백두산에 서 있어 잃어버린 옛 우리 땅을 되찾는 데 도움을 주었으면 좋으랴만.
(항일독립운동 기념탑.)
(백두산정계비 모형.)
육중한 저 탑보다는 옆에 있는 오래된 건물에 더 눈길이 간다. 계단을 따라 내려와 건물 앞에 선다. '조양회관'이라 한문으로 크게 쓰여 있다. 이 건물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위해 지어진 건물로 동암 서상일 선생께서 백두산 목재로 만들었다고 한다. 원래 달서공원에 있던 것인데 독립유공자 단체인 광복회에서 쓰면서 여기로 옮겨졌다. 조양회관 앞에는 이 건물을 세우신 동암 서상일 선생의 동상이 있다.
(조양회관. 고풍스러운 느낌이 든다.)
(동암 서상일 선생 동상.)
이제 모든 답사를 마치고 동대구역으로 돌아간다. 지도상 망우공원과 역이 가까워 보여 차비도 아낄 겸 걸어가려 했는데 생각보다 엄청 멀다. 게다가 날씨도 춥고. 온갖 고생을 다 해가며 겨우겨우 열차 시간에 맞춰 도착한다. 열차는 출발하고 하늘은 서서히 붉게 물든다. 그리고 다시 어두운 푸른 빛으로 변해간다. 밤이 다 되어서야 경주역에 도착한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석양에 물든 영천역 급수탑.)
날씨가 춥지만 않았어도 정말 완벽한 답사였을 텐데. 게다가 저번에 대구답사 했다고 자신감이 넘쳐 너무 사전조사 없이 답사한 것도 흠이었다. 다음 다른 지역 답사는 철저하게 준비해 가야겠다.
사라졌지만, 어딘가에 남아 대구를 지키고 있는 대구읍성. 그 향기가 오늘도 대구 언저리를 휘감고 있으리라.. ...
-여정- (2014. 2. 4. 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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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펼쳐라!
羅新
첫댓글 영화도 보고 추운날씨에 답사도 열심히 했구나.
대구 읍성터 표시 길거리가 특이하구나.
옛날에는 저런 표시가 없었는 것 같은데...
하여튼 대구를 떠나온지 오래되다보니 많은 것들이 변했는 것 같네.
수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