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지만 화면상에서 산울림은 낯을 많이 선뵈었던 덕택일까...
저마다의 소개와 일찍 일어서야했던 님들의 노랫소리 속에 설레임과 어색함이
고조되는 서로의 두근두근 심장열기 속에 서먹서먹 멈칫멈칫 하면서도 점점 함께 무르익다
붉게 달아오르락 녹아지며 우러나왔을 다담의 절정은 이미 한단락 지어지고
조금은 소강국면의 늦은 시간 밤 11시 반에 홀로 끼어들듯 앉았지만
화면상의 그 익은 낯과 정을 양념삼아 이야기를 지펴보거나 이야기 없이 그냥 눈웃음만으로도
자연스러운 합석이 되었다.
아란도님이 올렸던 '차맛어때' 실내 사진에서는 참 넓을 것 같은 공간이었는데
상상한 바에 비해 오밀조밀 다구 진열장이 죽 진열되고 남은 공간이
복도처럼 길죽하게시리 좁은듯 더욱 스무명 남짓의 다우들을 더욱 밀착시키고 있었다.
통나무 원목의 결을 그대로 살린 다탁이 인상적이었으나,
신발을 벗고 엉덩이를 마루바닥에 밀착시켜 앉을 수 있는 좌식다판이 아니라
신발을 신은 채 걸터앉는 걸상식 입식다탁이었음이 조금 아쉽더라.
내 선입관으로 인함인가?
茶를 들때는 그렇게 방바닥이나 마룻바닥에 앉아 마주할 때
더욱 그 맛이 살아나고 마음이 낙낙한 운취가 배이더라...
형부님, 나그네스님, 법명스님 이리 세분의 팽주를 따라 세군데로 나누어져
차를 들고 있었는데 끊임없이 차를 우리며 숙우를 채워주시는 파트는
형부님 팽주였고(아무래도 물과 차들이 가까와서였을까... 주인된 이로서의 넉넉함이었을까...)
나그네스님 파트는 물도 식어지고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다니니
물고문의 틈새, 그 휴식 타임이었을까... 이내 나그네스님도 팽주에서 물러앉으시고...
역시나 입담내공 수위에 이르른 경지의 법명스님 파트는
저~어 안쪽에서 엉덩이들이 꿈쩍하지 않으며 도란도란 도담도담 정겹게 지펴나온다.
그렇게 다담이 거의 종료에 가까와지고 있었다.
이내 밝은뫼님과 흐르는물님, 차지키미님 등이 사층(형부님 가정집)에 먼저 올라가셨는데
4층엔 술판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로다.
'어어, 그러면 주담과 다담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단 말인가?
어쩐지 아란도 채훈이 안보인다 했더니, 그쪽에 먼저 한자리하고 있는 모양...
그럼, 이제 슬슬 곡차 맛도 보게 되는겨? 후헤헤헤^^'
뒤에 알게되었다. 4층에 술판이 이미 벌어지고 있었던 게 아니라
아란도, 채훈 등 1층에 없었던 님들이 술자리를 미리 준비하여 맞이하려는 정성이었음을!
말이 한 다리 건너서 전해지니 이렇게 굴절되어 사실이 왜곡된다는 것을...
하여간 위에서 그네님들이 정성스럽게 상을 차리고 있을 때
산울림은 형부님이 우려내주시는 차를 넙죽넙죽 받아마시며 님들과 낯을 익히고 있었다.
전에는 윷놀이나 책거리토론 등 프로그램이 있는 정모다회였기에
서로서로 팀을 이루며 그 이합집산하는 틈틈히 이님 저님 두루두루 엉덩이를 붙히며
화제만발 자연스럽게 어울렸더니
그런 프로그램이 없어서일까...
엉덩이를 이리저리 나누며 이야기를 붙인다는 것이
괜시리 촐랑대는 것 아닌가하는 심리에 그냥 한자리에 붙박혀버렸다.
감사히도 꽃잎향기님께서 궁금했다며 신기한듯 산울림을 쳐다봐주시었고
조금은 소강국면의 다담에 한영애씨의 노래로 분위기를 띄워주시는데...
수줍다시다는듯 진열장 자사호를 향해 돌아서서는 등과 뒷통수 머리칼을 앞세워
한곡조를 뽑으시고는 酒藥없이 부르니 소리가 걸린다며
4층에서 더욱 맛난 소리로 2절을 기약하시더라.
그렇게 다시 살으나는 분위기를 타고 4층에 올랐는데...
밝은뫼님, 흐르는물님, 차지키미님, 흐름이어라님, 은정님... 들께선
먼저 한탁자 도맡아 선작하고 계시다간
옆으로 탁자를 이어붙여가며 다시 모두 함께 자리를 마련하여갔다.
그 틈새배기를 보자니 아직 준비가 다 되지는 않았건만
남자들은 쭈욱 먼저 자리잡고선 책상다리를 괴고앉아 자세를 잡고 안주와 술을 기다리는 반면
여성들께선 두손이 분주하게 음식을 나르고 젓가락 수저 등을 놓으며 술상을 살피시더라.
떡허니 앉아 여성분들이 착석하기만을 기다리는 뻔뻔이러라도 고마운 줄은 알아
뻘쭉뻘쭉 조금은 민망해지기도 하였지만
'아, 남자로 태어난 게 이 얼마나 뻘쭉 뻘쭉 좋을손가!' 빙그레 소리없이 속웃음지었다네.
모두가 착석하고 본격적인 술판이 벌어졌겄다.
아, 그런데... 내 주위엔
한빛TM, 밝은뫼,흐르는물, 차지키미, 늘푸름, 왕소금, 법명,... 남자들만 한모데기요
저어기 끝편으로다가 나그네 주위엔 여성분들이 한모데기요.
이럴수가 이럴 이럴 이럴수가... 이거야
누구는 빈곤 속의 질투로 열불나 얼굴 달아오르요
누구는 풍요 속의 넉살과 흥으로 들뜨나 얼굴 빨게지오요
흐름이어라가 나그네의 꽃밭 아성에 어느 새 성큼 입성하여 흔들어보는데
피터팬, 신마녀, 수처작주, 나무새, 파아란, 모리화, 꽃잎향기, 들은 오직 나그네요
다만, 이쁜다경의 일편단심 흐름이어라에 깨갱하는 흐름이어라일세!
이쪽 끝으로 후박나무, 은정, 채훈, 아란도, 형부님 들은
그 분위기의 흐름을 지그시 건너다보면서 한 잔 두 잔 ...
그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권커니 자커니 한 잔 한 잔의 술에 서로의 얼굴이 붉게 무르익어가더라.
아, 아까 예약했던 꽃잎향기님 2절 불러야지?
잠깐 잠깐 가사가 아직 다 생각이 안나서... 은정이가 먼저 불러라...
음주에 이젠 가무가 더할세 서로의 격이 점점점 엷어져가고
그 엷어지는 격이 더욱 술을 따르고 권하고 주거니 자커니 마음과 마음이 술술이어지는 가운데
자리를 흔들어 다시 헤쳐모여지겄다...
[내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