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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망산천 가면서
유언도 살아 욕심이지
이성이 좋다고 하지만은
오래 살면 반기는 이 없다네.
내 멋대로 산다고 행복하던가!
죽어서 극락 천당 가면 무슨 소용
살아서 사람답게 배려하며 살아서 가세나.
수필 : 가상유언장 중에서 홍재석
아내가
어떤 꽃이 좋을지 물어오기에,
나는 얼른 쉽게 대답이 나왔다.
'봉숭아꽃을 심어 당신과 아이들 손톱에 물도 들이고
마당도 방도 빨갛게 물들이자'
고 했었다.
백일홍과 채송화도 심으면 얼마나 더 예쁠까?
마음이 설레었다.
수필 : 집 중에서 정인영
평생 나을 수 없다, 고 했던 말을
우리 모두가 기억하고 무관심 했던 것에 후회를 하고 또 했다.
그리고는
자연의 품속으로 가시고...
반쪽짜리 가족사진을 보면 어머니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이 떠올라
마음이 더 아파 쉽게 가라앉지를 않는다.
그리움도 시간이 지나면 옅어지겠지, 하는 마음.
그래도 우리 엄마 참 보고 싶다.
수필 : 가 족사진 중에서 김정자
바람이 휑하니 불어온다.
애완토끼의 털갈기가 황망히 나부낀다.
공허한 듯 토끼는 멍하니 먼 산을 바라보고 혼자
베란다에 앉아 있다.
눈빛도 쓸쓸하다.
먹이도 예전처럼 맛나게 먹지 않고….
토끼가 독신으로 산지도 어언 2년 6개월,
출산은 자연 순리인데 그 순리를 거스르면
일찍 죽어버릴 것 같은 불안감도 생긴다.
그래서 결단을 내렸다. 토끼 신랑을 구해 보기로…….
수필 : 토끼사위 중에서 이은미
재롱잔치에 와서 덤으로
나의 늙은 모습이
환하게 비치는 거울 하나를 얻은 셈이다.
일기 탓도 있지만 귀염둥이들은 어미 닭
품속의 병아리들처럼 엄마 품속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듯이
떨어질 줄을 모른다.
어미와 자식 간의 사랑의 탯줄은
영원히 끊어지지 않으리라.
수필 : 할미 중에서 안순례
청아한 산사에서의 차 맛은
일품이었다.
찻잔 속에도 청정한 푸르름이 깃들어있고
입안에 상큼한 향기가 머물러 있다.
좋은 벗과 마주하고 방울 방울 담아 우려된
이 한모금의 차를 마시며,
극락이 바로 이 자리이구나 하는 생각이든다.
수필 : 삼정헌에서 중에서 윤현수
‘우정’ 시상식 행사 날이다.
교장선생님께서 커피로 훈훈한 정담을 나누려는가 하는데
누구라도 드나드는 곳이 아니라서 인지,
공연히 마음이 움츠러지며
서먹해지는 걸 어쩌나….
새처럼 자리를 잡고 앉은 학생들이
자기 잘못을 느끼는지 반성하는 것 같이 고개를 숙이고
몸을 움츠리는 모습이다.
어머니 아버지가 얼마나 보고 싶으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며 그 부모들이
원망도 스러웠다.
수필 : 소년원 식장에서 조순희
내가 막걸리를 좋아하는 이유 세 가지다.
먼저, 술 맛이 아주 좋다.
이런 술 맛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둘째, 추억이 있는 술 이라는 것이다.
장터 국밥집 아주머니가 때 묻은 앞치마에
사발을 쓱 닦아 막걸리를 딸쿼
새끼손가락 휘이 저어 내 주던 모습이 고프고, 그립다.
셋째, 특별한 안주가 필요치 않다.
그냥 막걸리 한잔만으로도 족하다.
빈대떡이나 순대가 있다면
폼 나는 금빛 날개를 단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錦上添花란 ‘막걸리 같은 좋은 술에 좋은 안주가 있다’
라는 뜻 아닌가.
수필 : 멋진 술 막걸리 중에서 김학명
백 일된 녀석은 이순이 된 내 마음을
백옥 같은 미소로 사로잡았으나 환갑이 된 할배는 무엇으로 내 마음을
사로잡을는지…
인생의 저울은 웃고 즐기는 쪽으로 기울지 않던가.
그러나 내 의무는 지키리라.
오늘은 할배의 여인이 되고자 발길을 돌렸다.
할배의 품은 편안함과 아늑함이요, 녀석의 품은 황홀하고 행복하다.
수필 : 두 남자의 기로에 서서 중에서 연숙희
아내의 모습에서 세월의 속도감을 느낀다.
남편 뒷바라지에 아이들 키우느라고 주위를 둘러볼 새도 없이
앞만 바라보고 달려오지 않았던가.
서른을 넘긴 딸아이가 출가를 하게 되고
둘째가 대학 졸업 후 취직을 하면서 갑자기 세월의 속도가
빨라졌다고 한다.
오늘은 천천히 가는데 세월은 빠르게 지나가는 현상,
그것이 오십대의 모순된 속도감인 모양이다.
수필 : 속도감 중에서 이두희
나는 끝자리에 서있다.
사회의 밑바닥에서 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존경도 명예스러운 자리가 아니다.
그래도 꽃은 피고 지면서 열매를 맺듯이
황금기의 추억을 조금씩 비워가기 위해
끝자리로 다가 간다.
사람들은 윗자리를 선호한다.
끝자리는 누군가 해야 할 일이지만
하기를 꺼려하는 자리일 수 있다.
하늘이 더 푸르고 높아 보인다.
내 마음을 다 비우는 날
저 하늘은 더 맑아지리라.
수필 : 끝자리 중에서 장용대
아쉬움과 감사의 여운으로 가득한
낙조를 보며 하루를 정리한다.
석양 앞에 서니
세속적인 잡념들은 슬며시 자취를 감추고
분주하고 불편했던 마음들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하늘의 고운 빛에
숙연하게 이끌리게 된다.
수필 : 낙조를 보며 중에서 오순자
찬란함 속에 빛의 고통이 있음을 생각한다.
고통의 한가운데 나무가 서 있다.
겨우내 혹독한 시련을 견디며
수행에 전념했을 나무의 고독과 의지로 피어난 이파리들.
나무는 수행자요
잎은 수행자가 피워낸 보시의 손처럼 보인다.
나무가 피워낸 잎사귀 안에
무량한 나눔을 품고 있으니 그의 덕을
어찌 손가락으로 헤아릴 수 있으랴
수필 : 녹차잎사귀에서 중에서 홍성란
박은 여인을 위하여 순백의 꽃으로 피었다.
낮에는 시들었다가 무수한 별이 쏟아지는 밤
꽃잎을 열어 임 마중을 하였다.
해지면 피어나 새하얀 빛이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박꽃, 달빛에 비친 고운 자태는
하얀 드레스 입은 새 신부처럼 우아하였다.
수필 : 바가지 중에서 고승희
김밥을 쌀 때마다 생각나는 것은
내 가슴이 두근두근 콩닥콩닥했던
남편과의 첫 만남이다.
무뚝뚝하고, 상냥하지도 못한
나를 선택해서
믿음직스럽게 한 가정을 꾸려가는
남편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수필 : 김밥을 싸며 중에서 박미월
다리를 건널 때면 긴장을 하여야 한다.
자칫 발을 헛디디면 물에 빠져 넘어져 상처를 입는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하루에서도 다리를 건널 때와 같이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리라.
수필 : 다리 중에서 신현애
「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어쩜! 내 맘과 똑같네.
「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수필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인데」
하면서 피식 웃어본다.
수필 : 추억의 하모니카 중에서 정금자
계절의 울림이 귓가에 맴돌고,
돌고 돌아 다시 찾은 인생의 능선에 오늘도 서서히
바람이 일렁인다.
사계절 사물의 喜怒哀樂(희노애락) 모두 담아낸 호수에,
못 다한 내 마음 담아
머나먼 저곳 저 넓은 세상으로
끝없는 여정을 같이 가자고 부탁한다.
수필 : 가을 물길 그 곳에 마음을 두고 이성심
베틀 각시는 베도 잘 짜지만 노래도
한 가락 곧 잘 부르셨다.
도토말이가 왈칵하고 밀어지면
베틀 각시 배꼽에 두루말이는 커지고
바디에 북이 겨우 들어갈 때 쯤
베 한 가래가 끊어진다.
베를 풀어 마당에 빨래줄에 너는
베틀 각시 얼굴의 미소가 보름달 같기도 하고,
치자꽃 같기도 하다.
수필 : 베틀각시 중에서 임춘자
책에서도 제주의 바람이 보이는 듯 했고,
열정과 아름다움이 어디에도 살아 있었다.
책 속에서 ….
알 수 없는
길을 찾고자 갈망한다.
수필 : 열정의 사진작가 중에서 엄미정
향기로 말하면 석곡이 가진 향기가 으뜸인 것 같다.
오동통한 줄기끝 손톱반달 같은 잎새 위에
하얗게 피어난 석곡의 꽃은
그 향기가 십리를 간다고 했던가?
많은 물을 필요하지 않고 잎에 분사되는
수분을 즐기며 많은 양분도 사양한다.
음지라도 잘 자라지만 한 두 시간의 햇볕도 즐겨하는
품성을 지녔다.
수필 : 난향 중에서 김점자
오목눈이는
뻐꾸기 새끼가 자신의 새끼인 줄 알고
열심히 키우는 모습에서 측은지심이 들기도 했다.
세상의 삶을 비추어 볼 때
자기 새끼를 지키지 못한 바보 어미라는 말이
딱 맞을 듯하다.
자기 새끼도 아닌 남의 새끼를 키우는
모정이라니, 분명 바보가 아닐까.
수필 : 붉은머리 오목눈이의 삶 중에서 김상득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품고
소탈하게 여유를 즐기며 늙어가고 싶다.
창 밖 방충망에 빠알간 고추잠자리 한마리가 날아와서
어르신 파이팅 하며 박수치듯 날개를 흔든다.
수필 :여백에 느끼는 행복 중에서 최면웅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언제든 안아 볼 수 있는데
지금까지 표현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이젠 자주 포옹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애정결핍 정신불안일수록 자주 안아 주면
안정감을 찾는단다.
서로의 눈을 마주 본 다음 충분히 깊게 안고
귓속말로 `사랑합니다`라고 한 후
눈을 보며 마무리하는 것은 두 사람에 마음을 교감할 수 있다고 했다.
수필 : 포옹 중에서 박진희
자동차는 말로 위로 해주지는 않았어도
내가 원하는 곳으로 나를 데려다 주고,
엄마 품속처럼 포근한 나만의 공간이 되어 준다.
작지만 나의 쉼터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의 자동차…
자동차는 내 친구가 되었다.
수필 : 나의 친구 중에서 박병순
잠시 낮잠을 주무시던 어머니 모습을 보며
내가 얼마나 평화스러웠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내가 어머니가 되어 살고 있구나'
하고, 앞을 보니 어느새 할머니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잠결인가,
어린 나는 자꾸 뒤를 돌아다본다.
어머니를 만나는 자유가
순간,
순간마다 가까워지고 있다.
수필 : 낮잠 중에서 이 미 화
감이 익어간다. 정이 익는다.
그분의 마음이 내안에 시가 되어 녹는다.
나는 겨우내 시를 읊을 것이다.
노랗고 탁하던 감들이, 일몰하는 태양처럼 말갛게
익어 여기저기서 웃는다.
숟가락으로 떠서 입안에 넣고 오물거렸다.
부드럽고 찰진 감의 살맛이 입 안 가득 번진다.
혀를 굴려 감 씨를 발라냈다.
씨를 감쌌던 부분의 질감이 기막히다.
사람으로 치면 은밀히 숨겼던 마음 같은 곳일까.
감의 살맛 중 그곳 맛은 최고다.
수필 : 시 같은 선물 중에서 임 미 옥
썩은 세상엔 파리들이
구더기 열전을 벌린다
뇌물 벼락에 죽은 사체
탈세로 곪은 모리배 환부
부정축재로 배 터진 비만의 송장
애국이 실종된 당쟁 터 시체
음란 폭력 사기 절도 썩은 내장
부정한 돈에 찔려 목 떨어진 시신
허욕이 썩는 쓰레기통엔
구덕이 열전이 치열하다
양심을 버리고 파고드는
욕망의 가격은 얼마나 될까.
수필 : 욕망의 가격 중에서 이 재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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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미화 선생님 홍재석 회장님! 수고하신 흔적이 역역합니다.
이야기가 있는 사진 풍경과 글이 어우러지는 착상, 어느해 보다도 멋진 전시회가 될것입니다. 애쓰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글과 잘 어울리는 이미지를 찾으시느라 고생하셨네요.
촛점이 잘 맞지 않는 사진이 한 두개 눈에 띄는데 바꾸기 어렵겠죠?
고생하셨습니다.
넘 아름다워~♥~
감사합니다.
고생많으셨습니다. 이미화선생님, 홍재석선생님.
수고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