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거리 『가면라이더 블랙[假面ライダ-BLACK]』 (88년 작품)

[가면라이더 류우키]

MBS-TBS계 / 도에이 / 1987.10～1988.10 / 컬러 TV 시리즈 / 전 51화 / 출연 : 쿠라타 테츠오, 이노우에 아케미, 쿄모토 마사키

미나미 코타로와 아키츠키 노부히코는 같은 일식의 날에 태어나 친형제처럼 자라왔다. 그러나 노부히코의 아버지, 아키츠키 소이치로는 비밀결사 고르곰의 일원이었다. 두 사람은 19세의 탄생일날 붙잡혀 고르곰의 지배자, 창세왕의 후보인 세기왕으로 개조당해버린다. 세기왕 블랙 선과 섀도우 문은 고르곰의 지배권을 걸고 목숨을 걸고 싸워, 이긴 쪽이 창세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소이치로의 방해로 블랙 선이 되려던 코타로만은 뇌개조 직전에 탈출할 수 있었다. 코타로는 가면라이더 블랙이 되어, 일본을 지켜내고 노부히코를 구출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고르곰과 싸우기 시작한다. 그러나, 결국 노부히코는 고르곰에 의해 세기왕 섀도우 문으로서 부활하고, 이제는 목숨을 걸고 친구와 싸우지 않으면 안되는 블랙은 도망칠 수 없는 운명 앞에 고민하면서도 싸움을 계속하는 것이었다.

이시노모리 쇼타로의 '가면라이더 0호'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본 작품은 원점회귀를 지향함과 동시에 새로운 요소 역시 다양하게 담고 있었다. 보다 생물적인 모습의 메뚜기 형태에서 2단변신하는 블랙은, 변신 직후에 역시 생물적 요소가 남아있는 관절에서 연기를 뿜는 등, 기본적으로 라이더 슈트를 기반으로 디자인 된 다른 라이더들과는 큰 차이점을 보였고, 라이더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인 오토바이에 대해서도, 스스로의 의사를 가지고 블랙을 따르는 전우라고 하는 독특한 연출이 시도되었다.

마찬가지로 적 조직인 고르곰도, 고대로부터 내려온 비밀결사라는 매력적인 설정이 크게 어필하였는데, 보다 야수적이면서도 리얼한 형상을 가진 고르곰의 괴인들은 전투원이 등장하지 않는 탓도 있어서인지 보다 작품 상의 비중이 늘어났으며, 저명인사로서 사회 곳곳에 침투해있는 고르곰의 조직망은 예전의 쇼커 이래 가장 피부에 와닿는 악의 조직으로서 강렬한 설득력을 주었다.

또한 이 작품은 예전의 가면라이더 스탭과는 전혀 다른, '우주형사' 시리즈의 스탭 위주로 제작되었지만, 우주형사 시리즈의 경쾌한 분위기를 따르기 보다는 오히려 가면라이더의 최초 기획 당시 지향하고 있던 괴기성이나 개조인간의 슬픔을 훌륭하게 그려내고 있다.

후반으로 들어서면서, 이 작품은 둘도 없는 친구이자 형제와도 같았던 노부히코와 적으로서 싸우지 않으면 안되는 코타로의 고뇌를 그리는데 집중하게 되는데, 블랙의 패배와 고르곰의 일본 완전제압, 그리고 블랙의 기적적인 부활과 최후의 결판을 그린 종반부의 전개와 더불어, 최후의 승리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고독하게 사라져갈 수 밖에 없는 히어로의 모습은 릿?수준높은 드라마를 지향하고 있던 팬들의 많은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원래 노부히코 역을 맡았던 배우의 갑작스런 은퇴로 인한 진행상의 혼란과, 후속작 'RX' 제작이 결정되었음에도 그 제작 스케줄이 늦어져서 종반부의 진행이 다소 늘어질 수 밖에 없었던 점 등이 다소의 아쉬움으로 남기도 하였다.

기본적으로 '가면라이더 블랙'은 '가면라이더'라는 고유명사가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는 암시를 풍기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이전의 라이더와는 무관한 세계관이었으며, 극장판에서나마 역대 라이더의 일원으로서 싸웠던 슈퍼 1과는 달리 이 블랙은 극장판이 두 작품이나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역대 라이더의 일원으로서 싸우는 경우는 없었다. (후속작 'RX'에서는 결국 역대 라이더의 일원으로 편입되어 버리지만)

이렇게, 괴기물로서의 '가면라이더'의 원점을 지향한 작풍과, '우주형사' 시리즈에서 갈고 닦인 세련된 연출과 높은 수준의 특촬기술, 그리고 비극적 히어로의 처절한 싸움을 그린 연출은 멋지게 하나로 조화되어 팬들의 많은 지지를 얻었고, 도에이는 그 인기의 여세를 몰아 최초로 같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속편 '가면라이더 블랙 RX'의 제작을 결정하게 되었다.

이 작품은 이미 기존의 라이더들을 '고전'으로밖에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새로운 세대에게 가면라이더의 매력을 다시한번 느끼게 해준 작품이기도 하였고, 실제로 현재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많은 크리에이터들은 고전 라이더들 이상으로 이 블랙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있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이 블랙에서 보여준 2단 변신의 라이더나, 고대로부터 내려온 악의 조직 등의 소재는 직계 속편인 RX를 거쳐 '쿠우가' 이후 다시 부활한 라이더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가면라이더 블랙 주인공을 맡았던 미나미 코우타로

가면라이더 블랙의 숙적 쉐도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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