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를 자연주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일부 사람들 중에는 아예 피부과 근처에는 가지 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주장의 이면에 깔린 논리는 단호하다. 첫째, 피부과 약은 지독히 독해서 몸에 여러 가지 해를 끼치며, 둘째, 약을 먹을 때만 반짝 효과가 있을 뿐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 않으며, 셋째, 바르는 소염제, 박피 등의 물리적인 치료법은 오히려 피부 건강을 해친다는 것이다.
실제로 피부과에서 사용하는 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 호르몬제 등은 환자에 따라 속이 쓰리기도 하고, 무척 졸리기도 하고, 식욕이 왕성해진다거나 몸이 붓기도 한다. 로아큐탄(Roaccutane)이나 아큐테인(Accutane) 등으로 불리는 피지조절제는 임신 직전에 복용했을 경우 기형아 출산의 위험도 있다. 또한 이 모든 약들은 복용을 중단함과 동시에 모든 효력을 상실한다.
여드름 치료를 위해 바르는 소독제는 피부를 무척 건조하게 만들며, 박피는 피부를 한 꺼풀 벗겨내는 일인만큼 피부에 엄청난 쇼크가 된다.
이렇게 말하면 정말 피부과는 갈만한 곳이 못 된다. 당장 피부병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건강에 위협이 된다면 누가 피부과에 올 것인가.
하지만 정말 그럴까?
피부과가 피부질환에 접근하는 방식에 대해 '비자연적'이라고 말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피부과전문의들에게는 2가지 고민이 있다. 하나는 어떻게 하면 피부를 근본적으로 건강하게 바꾸냐이고, 다른 하나는 어떻게 하면 증상을 빨리 멈추게 하여, 환자를 빠른 시일 안에 정상적인 사회생활로 복귀시키느냐이다.
잘 알겠지만 피부트러블은 피부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 피부는 세상과 나를 연결하는 중간에 있다. 세상은 피부를 통해 나를 만나고, 나 역시 피부를 통해 세상 앞에 선다. 그래서 피부에는 인간의 심리, 관계, 왕성한 사회활동 등 자신감과 자존심, 행복한 삶의 문제가 걸려있다.
피부의 근본적 건강을 바꾸기 위해, 인위적인 약물을 복용하지 않고 오로지 건강한 식생활과 몸에 좋은 보조식품, 마사지 및 여러 대체요법을 선택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그 길을 따르면 된다.
그러나 빠른 시일 안에 세상 앞에 당당히 서는 것도 포기할 수 없다면, 다른 선택을 해볼 수 있다. 즉시 증상을 없애주는 소염제의 복용, 소독제의 사용, 흉터를 개선하기 위한 피부 스케일링, 박피 등을 시도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시도들이 일시적으로 몸에 거부반응을 불러올 수 있다. 항히스타민제를 처방 받은 많은 피부염 환자들이 졸림을 호소한다. 소염제를 먹고 배가 따갑다고 말하는 환자들도 많다. 스케일링을 받은 후 얼굴이 일시적으로 빨갛게 부어오른다거나, 박피를 받은 후 딱지와 고름에 겁을 먹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모든 반응은 일시적이다. 어떤 의사도 환자에게 몸이 거부하는 약을 계속 먹으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의사는 약의 처방에 따라 환자의 몸에 일어나는 반응을 체크하면서, 부작용이 가장 적은 방향으로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다. 이건 피부과전문의뿐만 아니라 모든 의사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환자가 항히스타민제를 먹고 졸음이 심하다면, 다음에는 졸리지 않은 다른 항히스타민제를 처방한다. 혹은 가려움증 때문에 밤에 잠을 잘 수 없는 환자라면, 저녁에 먹는 처방약 속에는 일부러 졸음을 부르는 항히스타민제를 넣는다.
염증을 가라앉히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제는 아주 단기간으로 처방한 후 곧바로 끊어버린다. 여드름 치료에 효과적인 피지조절제도 증상이 호전되면 양을 줄이거나 곧바로 끊는다. 일단 증상이 멈추고 원만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약은 최소한, 혹은 전혀 처방하지 않는 쪽으로 마무리를 짓고, 그 다음은 관리 차원의 치료, 즉 피부의 재생을 도와주는 치료로 들어간다. 이 원칙을 지키는 데에 있어서 모든 의사들은 매우 엄격하다. 아무리 환자에게 잘 듣는 약이라 해도, 그것이 환자의 몸에 부작용을 일으킬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절대로 장기간, 오래 처방하지 않는다.
피부 스케일링이나 박피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물리적 치료를 하는 이유는 환자의 당당한 삶을 위해서다. 짧게는 2, 3일에서, 길게는 한 달 이상 힘든 시간을 보내야겠지만, 만약 그 시간이 없다면 당당한 삶 또한 없다. 이미 생긴 흉터와 기미는 어떤 자연요법으로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성형수술로 쌍꺼풀을 만들고 코를 높이는 것과 같은 이유다. 살을 째고 꿰매는 것이 몸에 좋을 리가 없다. 그래도 우리가 성형수술을 받는 이유는 그것이 그 이후의 우리의 삶에 긍정적인 도움을 주리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피부과 약이 일시적인 효과만을 주기 때문에 먹어봤자 소용이 없다고 말한다면, 그 사람에게 묻고 싶다. 암에 걸린 환자는 수술을 받아 암세포를 떼어낸다 해도 다른 기관으로 암이 전이될 수 있다. 그 가능성 때문에 수술을 아예 포기할 것인가? 피부과 약은 아무렇게나 먹을 수 있는 자연식품과는 다르다. 분명히 위험한 요소가 있고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그러나 필요한 경우에는 먹어야 한다. 당당한 삶으로 빨리 돌아오기 위해서.
(정혜신 퓨어피부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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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너무 지나친 오남용은 나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