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인이라 해서 전통적인 농사에만 매달리지는 않는다. 융복합 시대를 맞아 다양한 분야를 농사에 접목, 농촌 들녘을 새롭게 바꾸고 있는 귀농인들도 많다.
또 억센 농업이 이제는 남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시대가 됐다. 여성들도 이젠 귀농인으로 정착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오미자·자식 농사 성공 주부 김현희 씨…"10년 전 효소판매, 시장 선구자죠"
봉화군 소천면 분천리 403번지. 봉화군에서도 50분 동안 산길을 달려야 다다를 수 있는 오지가 여성 귀농인 김현희(48) 씨의 ‘따뜻한 뿌리’ 농장이 있는 곳이다. 해발 550m에 있는 김 씨의 농장에는 경사가 급한 산비탈마다 오미자나무가 시설물에 지탱해 서 있고, 9월 중순 수확을 기다리는 오미자나무에는 탱글탱글 푸른 오미자 열매가 달려 장관을 연출했다.
‘따뜻한 뿌리’ 농장주인 김 씨는 2003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중 남편 박상욱(55) 씨를 따라 봉화로 귀농했다. 이들 부부는 처음엔 산지를 개간해 유기농 고추와 콩을 재배했지만, 병충해 때문에 거의 수확을 하지 못했다. 부푼 기대로 공들여 시작한 농사였기에 부부는 당장 먹고사는 것이 막막했다. 김 씨는 절박한 심정으로 산에서 약초며 나물, 열매 등을 채취해 평소 알고 있었던 효소를 담그기 시작했다.
김 씨는 “농사를 지어 돈을 벌 수 없는 상황이라 효소를 만들었다. 요즘과 달리 당시에는 효소에 대해 널리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효능을 설명해 인터넷에 올리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그래서 오미자 발효효소까지 생각해낸 것”이라고 했다.
부부는 이후 봉화군농업기술센터를 다니며 오미자 농사법을 배웠다. 유기농 수업까지 들으며 발효효소지도사 과정까지 수료했다. 지금은 6천600㎡ 오미자 시설하우스에서 연간 3t 정도의 오미자를 수확해 5천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달 중순쯤엔 면 소재지에다 가공식품 공장 준공을 하고 농업법인 설립까지 준비하고 있다.
김 씨는 “귀농 당시 자녀 학업이 가장 큰 문제가 될 거라며 주위에서 걱정이 많았다”고 했다. 1남 2녀를 둔 김 씨 부부가 아이들 학업에 방해되는 농촌 오지에 들어가려 하자 주위에서 김 씨를 많이 말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씨는 오히려 공부를 덜 시키고 자연에서 뛰어놀며 농사를 짓게 했다.
김 씨는 “큰아들은 서울대에 합격했어요. 자연에서 배운 경험을 학교 수업에 접목하면서 몸도 마음도, 지식도 건강해진 셈이지요”라고 환하게 웃었다.
또 ‘여성이 힘든 농사일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라는 주위의 우려가 많았다고 했다. 김 씨는 농촌으로 유턴하는 많은 귀농 부부에게 꼭 해줬으면 하는 말이 있다고 했다.
"오미자 농사를 시작하고 오미자 발효효소까지 만든 공을 남편이 나에게 돌려 대표로 내 이름을 올렸어요. 보통 부부가 귀농하면 여자들은 귀농생활을 남편에게 의지하게 되는데, 그러지 말고 스스로 뭔가를 찾는 주체가 된다면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ICT 스마트팜 우수 귀농인 김성호 씨…20년 '가지 박사' 전국 SNS 멘토
“농작물은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하잖습니까. 우리 집 가지는 제 눈썰미를 먹고 큽니다. 수분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온도와 영양상태는 어떤지 항상 체크하면 작물은 아무런 탈 없이 쑥쑥 자라게 됩니다.”
칠곡 북삼읍에서 가지 농사를 짓는 김성호(53) 씨는 독특한 농사꾼이다. 귀농인인데도 농사만 짓는 농민보다 더 전문가이고, 다른 귀농인은 물론 전국의 가지 재배 농민들의 멘토 역할도 하고 있다. 그는 농업고등학교 졸업 후 공기업에 다니다 20년째 가지 농사에만 몰두한 덕분에 가지에 대해서는 학위만 없을 뿐 ‘가지 박사’로 불린다.
김 씨는 또 농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스마트팜 농부다. 자동온도조절장치`자동급수장치`토양검정센서 등을 설치한 하우스 6천㎡에서 부인과 함께 1년 내내 가지를 재배해 1억원의 조수익을 올리고 있다. 더 벌 수도 있지만 땅도 쉬어야 한다며 매출이 1억원만 넘으면 농사를 끝내고 내년 준비를 한다.
그는 황금알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더 소중하다는 믿음으로 농사를 짓는다.
김 씨의 하루는 아침 일찍 가지하우스를 둘러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가지나무 적엽(잎을 솎아냄)을 하면서 생육상태를 살펴보고, 어느 정도의 열매를 달아 언제쯤 출하할 것인지 등을 매일 체크한다. 이 과정에서 특별한 상황은 일일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메모기능에 관련내용을 적어 참고자료로 활용한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수시로 하우스 안에 있는 ICT 장비들을 스마트폰으로 제어한다. 이 같은 생활을 20년째 하고 있다. 김 씨는 “현재 내가 있는 것은 철저한 귀농준비와 열정, 그리고 ICT 활용 농법에 주력한 때문”이라고 했다.
농장을 둘러보고 나면 멘티들이나 전국 각지의 가지 재배 농민들이 SNS로 보내온 내용을 보고 각자의 상태에 맞는 처방을 알려준다. 멘티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만 족히 30, 40분은 걸린다고 했다.
김 씨에게 ICT 활용 농법이 처음부터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그는 “이전에 준비된 자료가 부족해 정보를 찾아가며 1년 동안 매일 작물의 변화와 성장`결실상태를 체크했는데, 무엇이 부족하고 넘치는지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해서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는 것이 힘들었다”면서 “자료가 축적되고 매뉴얼과 처방전이 만들어지면서, 이를 작물의 변화와 적응 상태에 알맞게 적용하면서부터 ICT 농법의 진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눈앞의 농사만 바라보지 않고 시장의 흐름과 소비자의 생각을 읽어야 한다. 여기에 블루오션 작목, 신기술이 많이 접목된 작목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고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해 적기적소에 적정량을 공급하면 단위면적당 소득을 높일 수 있다”며 “귀농이든, 귀촌이든 먼저 살갑게 다가가는 게 중요하다. 또 귀농 전 철저한 준비가 있어야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 어설픈 지식을 믿고 고집을 부리지 말아야한다”고 조언했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칠곡 이영욱 기자 hello@msnet.co.kr
전종훈 기자 cjh49@msnet.co.kr
매일신문 페이스북 / 온라인 기사, 광고, 사업 문의 imaeil@msnet.co.kr ⓒ매일신문사,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첫댓글 따부님이 유명인사 였네요
못알아 본 죄..자수하면 감형 받나요?
전혀 아니에요... 그냥 어쩌다 메스컴을 탔어요^^;;
좀 이쁘서 뜬 것 같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