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기차타고 오다가
한번 눈떠보니 옆사람이 바뀌어있었고,
또 한번 눈떠보니 주위에 사람들이 나가고 있었습니다.
어느새 서울역..거의 반쯤 잠든 상태에서
역 지하도를 따라 지하철 서울역을 향했습니다.
벌써 가는동안에 내가 기차를 어떻게 타고있었는지...
어떻게 서울역을 알고 내렸는지 기억이 희미해졌습니다.
지하철 서울역에 도착하니,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
대부분의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들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
혹시 내가 아는 사람을 만나지 않을까 두리번 거렸지만,
그건 그냥 기대감으로만 남고...
왠지 맘 한구석이 빈듯한 그런 느낌만.
여전히 나는 다른 이들과 함께 걷고, 다른 이들을 보고있지만,
왠지 혼자있는 듯한 그런 느낌만.
어제 혼자서 중국집에서 짜장면 먹을 때도 그런 느낌이었는데..
어느새 청량리.
춘천행 기차에 몸을 실고..
소파유치원이었던가?? 어린애들이 소풍가는 길인지
선생님 앞에 제롱피우고(나중에 나이먹으면, 자기들이 그랬다는 걸
기억이나 할까?), 스스로 유치원에서 배운 노래도 부르며...
그 모습을 보니 왠지 내 마음 한구석이 채워져가는 느낌..
바라보고만 있어도.. 가을날씨가 꽤 좋다라는 생각도 비로소 나고..
애들이 둘씩 짝지어서 손잡고 대성리에서 내리자,
빈자리가 생겼습니다.
자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루하다며 자기 자리를 일어났던
정신지체 장애인 아줌마.. 내가 자리가 있었으면, 양보해주고 싶었는데..
그 아줌마와 함께 가게되었습니다.
왠지 말동무가 필요할 것 같고...
나눔의동산에서 봤던 분들도 생각나고...
또 혼자서 중얼중얼 거리시길레, 저도 이런 저런 말을 했습니다.
주로 들었지만...
가평에 있는 오빠를 찾아가는 중이랍니다.
오빠는 오지 말라고 그랬다던데. 혼자오면 위험하다고..
그래도 막무가내로 가는 거랍니다.
"아이고, 예전에는 내가 참 날씬하고 인물도 좋았는데...
지금은 높은데서 떨어져서 뇌를 다쳐서 정신이 오락가락해서..
나이 50이 되도록 시집도 못가고....
다 우리 엄마탓이예요...어렸을 때 아프니까 침을 놓았는데..
그게 잘못되서...어린 애는 침을 놓으면 안되는데...
아효..사는게 힘들어요. 아마 나처럼 사는 사람도 없을 꺼예요.
적어도 정상인 사람들은 나보다 행복하게 살걸요?..."
혹시 교회는 다니냐고 물어보니..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차가 와서
그곳에 다닌다고 하였습니다.
"아주머니 예수 믿으시죠? 모든 사람이 다 죽잖아요.
그럼 다 똑같거든요. 그렇지만 예수믿는 사람한테는
죽은 다음의 삶이 더 행복할꺼예요. 죽은 다음엔
지금의 아픔이 다 잊혀질꺼예요..."
가평에서 내려서 힘겹게 걸어가는 그 아주머니의
뒤뚱거리는 뒷모습을 보며, 하나님께서 저 아주머니를
살피시길 기도했습니다.
하나님은.."나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귀기울이고 있단다."
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중에 죄가 많아서 어려워하는 나도 포함되어 있다고..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어떤 친구를 사귀느냐가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어른들에게 배웠습니다.
그러나, 내가 사람에 상관없이 그냥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수님이 그러셨듯이...
예수님이 나같은 죄인에게도 친구가 되어주셨듯이..
나같은..
죄인에게도..
이 생각을 하다가 강촌쯤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아, 내려야지!'하는 생각에 퍼뜩 잠이 깨서 보니..
내눈에 남춘천 감리교회가 보였습니다.
원래는 평상시 같으면...그 교회는 제가 역에서 나온 다음에
보여야 합니다.
근데 기차안에서 남춘천 감리교회가 보이고...
이윽고..온의동 철도 건널목을 지나 우리 교회도 보이고...
조 자매님의 집인 금호타운도 보이고...
참나, 졸다가 남춘천에서 내려야하는데..춘천까지 간 겁니다.
마침 12시 정각에 춘천에서 출발하는 통일호가 있었으니 망정이지..
그것타고 도로 와서 남춘천에서 내리고..
에거 하여튼 쑈했습니다.
남들 다 타는데, 혼자내리는데...얼마나 챙피하던지..ㅡㅡ;;; 쩝.
하긴..내가 그렇지 않으면, 언제 춘천역에 가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