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축구인사 지적
"金감독은 수비 스타일 윗선서 공격 지시한 듯"… 북한은 초상집 분위기
북한 축구대표팀이 21일 포르투갈과의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0대7로 대패한 원인을 놓고 "김정일의 무모한 작전 지시 때문"이란 분석이 나왔다.
정보 당국은 북한팀의 김정훈 감독이 지난 17일 스포츠 채널 ESPN에 "장군님(김정일)이 손수 개발하신 눈에 안 보이는 휴대전화를 이용해 장군님으로부터 전술적 조언을 직접 받고 있다"고 말한 점에 주목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체제 특성상 일개 축구감독이 함부로 김정일 이름을 팔지는 못한다. 투명전화 얘기는 과장이겠지만 김정일의 뜻이 감독에게 전달된다는 얘기는 사실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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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월드컵 축구 대표팀의 김정훈 감독이 21일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넋이 나간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북한은 포르투갈에 0:7로 대패했다. /AP
김 감독의 축구 스타일을 아는 대북 소식통들도 "감독 뜻이 아니라 외압이 작용한 경기였다"고 말했다. 북한 축구계 사정에 정통한 고위 탈북자 A씨는 "침착하고 여유 있는 성격의 김 감독은 수비수 출신답게 수비 위주의 경기를 고집한다"며 "윗선에서 모험적으로 밀어붙이라는 지시가 있지 않고서야 점수 차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공격 일변도의 비상식적인 경기를 할 리가 없다"고 했다.
북한은 21일 이례적으로 경기를 생중계하는 등 큰 기대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 지도부가 월드컵 승리를 통해 침체된 분위기 반전과 체제 결속을 노렸던 것 같다"고 했다.
포르투갈전 이후 북한은 초상집 분위기라고 한다. 대북 라디오 매체인 자유북한방송의 김성민 대표는 "북한 주민들과 접촉해보니 '속상하고 기막히다'는 반응이더라. 화가 치밀어 술 퍼먹고 혼절했다는 사람, 선수들을 용서하지 말자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