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소개팅 이야기.....
저에게는 누나가 한명 있습니다.
저보다 두살이 많아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냈고..(가끔 저한테 맞아서 울기도 했음)
대학을 1년 재수를 하여 결국에는 저하고 1년차이로 대학을 다녔는데..
앞서 말씀 드린 두번의 소개팅에서 별로 재미도 못보고..
"에라 모르겠다."...회사일만 열심히 하고 있을 때..그당시 뭐가 그리 급했는지.
지금이야...서른 넘기는게 다반사 였지만...그때는 서른 넘기면 큰일 나는 즐 아는 사회 분위기였습니다.
가족회의가 열렸나 봅니다.
"안되겠다.....쟤한테 맡겨서는 장가 못갈 것 같으니 다 같이 나서자...."
뭐...그렇게 돼설랑....
누나가 수소문 끝에 누나친구 한명이 후배를 소개시켜 줬습니다.
그당시 누나는 여대 미대를 졸업을 했고
같은 대학의 장식미술과 조교를 하고있던 누나 친구 하나가
4학년에 재학 중인 자칭 '킹카'를 한명 소개시켜 줬죠.
소개팅 장소는 전공에 어울리게 동숭동의 어느 무드있는 경양식 집에서 했는데.
젊은 사람 취향에 맞게....
"아..뭐...우리끼리 만나면 되지 뭘...따라나와?"....하면서
그냥 우리끼리 접선해서 만났습니다.
첫인상은 역시 콧대 높은 여대 미대생 답더군요.
저 또한 뭐....콧대는 높지 않지만..여자 앞에서 긴장은 하지않는 체질이었던지라.
첫 만남은 재미있고 흥미로웠습니다.
그녀는 날씬한 체형에 생머리를 길게 기르고
하얀 얼굴에...까만 뿔테 안경으로 포인트를 준...
전반적으로 샤프한 현대여성의 이미지 였습니다.
저를 빤히 쳐다보면서 생글~ 거리면서
할말 다하더군요....눈 말똥말똥~~저를 빤히 쳐다보면서....
"이름이 뭐에요?...회사에서 직급이 어떻게 되세요..? "
"그 헤어 스타일이 어울린다고 생각하세요?...호호호"
자기 하고 싶은 말은 서슴 없이 다 하더군요.
"호호~~다른 남자들 만나면 제 앞에서 쩔쩔 매는데..안그러신게 마음에 드네요..호호"
뭐.....한마디로 이런 식이었습니다.
저는 그녀와의 첫 만남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처음 만남부터 서로 호감이 갔고 서로 좀 통하는게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그녀는 현직 대학생이라 여러가지로 저랑 맞았겠죠.
저는 그녀에게 좀 공을 들였습니다.
같이 에버랜드에도 놀러가기도 하고..
가끔 거금을 투자해서 63빌딩 스카이 라운지에가서 폼을 잡기도 했습니다.
그런 곳 있죠....?......설명하면...
나비 넥타이 맨 웨이터가 의자도 빼주고...
십만원 가까운 와인을 시키면
웨이터가..엄숙하게......"시음을 해보시죠오........"...하면....
솔직히 맛도 모르면서......"음......좋군요....됐어요........." ..하는 곳..
두달치 용돈을 그날밤에 썼죠.
다시 대학시절로 돌아가는 듯 했습니다.
대화를 많이 하다보니..장래 희망도 이야기 하게 됐고...
그녀의 아버지는....건국대인가..의 교수님이셨고
그녀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가지고 자기의 꿈을 펼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학교와는 별도로 명동 어느 학원에서 따로 스타일화 공부도 하고..그러더군요.
직장 다닐 때 좀 특이한 선배 한명이 있었는데.
연초가 되면 저보고 점보러 가자고 하는 분이 있었습니다.
장난으로 따라 갔다가...재미삼아 그녀의 사주도 디밀어 봤는데...
그녀의 사주는 주부보다는 일하는 사주더군요.
저는.."역시...그렇군...."....했던 기억도 납니다.
그녀가 무척 마음에 들었으니까 그 짓까지 했겠죠..?
여러 달을 만났습니다.
근데 그러다 보니 슬슬 파악 되는 그녀는..결혼 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겁니다.
제가 싫다..좋다..차원이 아니라... 자기는 졸업하고
유학도 가고...취직도 하고....자기 회사도 차리고...
나중에~~나중에~~서른 훨씬 넘어서 결혼할 생각이라는 겁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 해서...
저는 결혼상대를 만나러 선을 본거고....이 아가씨는 미팅하러 나왔던 겁니다.
굳이 책임소재를 따지자면 ....
상황파악과 의사전달이 제대로 안된.... 누나와 누나친구의 책임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별로 마음에 안들었을수도.....^^)
그러다보니...... 데이트는 계속 진행 되었지만...은근히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전혀 서둘 일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때는 왜 그랬는지....저도 그렇거니와 집에서도 그렇고....제 친구들 마저도.
제 이야기를 대충 듣고....반응들이.
"야~~~c~~~그게 뭐냐....?"...라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럼 뭐하러 만나는데....?"...
"우짜자는 거여...? "
"장가 안갈껴~~?.".......뭐...이런 분위기 있잖아요...^^
집에서는 비난의 화살이 은근히..누나에게 향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너는....도대체..누굴 소개시켜 준겨...?"
그녀도 말씀 드린대로 가벼운 미팅으로 나왔다가
어찌..어찌..하다보니 저랑 사귀는 식으로 된 연후에.
정신차리고 상황을 보니 ....이건 아니네.....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그 당시 제 생각에..^^)
그때부터 그녀도 좀 걱정어린 표정을 짓더군요.
":근데요........저는요......그게요........."
어떤 때는 제가 뭔지 모르지만..방황되는 제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집에 있는 그녀를 불러내서는...밤 늦게 까지
맥주집(워커힐 근처의 자그만 카페)에 붙잡아 논 적도 있습니다.
나중에 교수님 사모님(그녀의 엄마..)이 당연히 딸을 무쟈게 혼냈죠..
당연히 저도 덩달아 점수 깍였을 것이고...(뭐c..깍이거나 말거나..)
그렇다고 제가 그녀를 집에 못가게 꼬장을 부린 건 아니고.
그녀도 심각하게 제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걱정어린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기도 하면서....
집에 가겠다는 소리할 분위기는 아니고...그랬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 같으면야....쿨하게.
"그려..?.....아~~그럼 공부 혀야지....결혼이 뭐 중요하남..?"...하면서
일단 푹 빠지게 해놓고.....그러다보면... 다음 해 상황이 바뀔 수도 있고..마음이 바뀔 수도 있고.
살살 꼬셔서...여름에 바닷가 2박3일 놀러가면 상황종료인데.....^^
그때는 왜그런지... 뭔가 결론을 내기 위해서 서둘렀고
지금 생각해보면 여자를 대하는 요령이 많이 부족했던 듯합니다.
'싫으면 곤도...'..하던 옛날 싸가지가 나왔던 것일 수도 있고요.
좌우지간..뭐..그리하여.....
어느날 우리는 합의이혼 하기로 했습니다.
그게 어느정도 쉽게 가능했던 것이..
저는 그녀에게 대한 감정이 사랑..까지는 가지 않았었거든요.
그녀 또한 그랬던 것으로 기억 합니다.
아니면...경험이 없어서 사랑의 감정이란게 뭔지를 몰랐을 수도 있었겠네요.
단편적인 증거로...둘이서 뭐...손은 잡았던 것 같지만..
키스를 하거나...그런..애정표현은 한 적이 없었으니까요
저는 사랑감정까지 일지를 않는 걸 보면서...
인연을 못 만나서 그러겠거니...했는데
나중에 살다보니 그 이후 한동안 그런 감정은 일지가 않더군요.
제가 젊은나이에 너무 빨리 감성이 쇠퇴했었나 봅니다....씁슬...
아니면..원래 그쪽으로는 가슴이 차가운 남자던지...^^
어쨋든 분명한건...제 일생 중에 그나마 가장 사랑에 가까웠던 경우라고나 할까요?
(와이프가 보면 눈이 파래질 이야기지만서두....ㅎㅎ)
다시 그녀의 이야기로 돌아가서...합의이혼을 했습니다.
"그럼...뭐...더 이상 .....뭐.........."......이러면서.
저는 심통이 좀 났고....
그녀는 무쟈게~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죠.
그냥 이렇게 계속 만나면 안되겠냐...는 그녀의 제안도 있었습니다만
저는 안된다고 했습니다..
그녀와의 마지막 대화를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합의이혼서에 도장을 꾹~~찍은 다음에..
그녀 : 좋은사람 만나서 잘 살아라.....
나 : 원하는일 하면서 성공하길 바란다.....
(지금 생각하면 조그만 것들이 웃기고 들 있었음..^^)
마지막 대화는...
.
.
그녀 : 친구로 가끔 뵐 수 있을까요?
나 : 안돼요.
그녀 : 저.....결혼하실 때 가봐도 돼요...?
나 : 안돼요.!
.
.
.
이것으로 세번째 소개팅 이야기를 마칩니다.
.
.
그리고 별로 이야기거리가 안되는...
기타 등등....소개팅 내지는 맞선을 여러번 보고
그쪽으로는 다소 심드렁~해지고...또한 일도 좀 바빠졌을 시기에
같은 직장에 다니던 제 동기가 제자리로 찾아왔습니다.
20부 끝......투 비 컨티니유드.
아...잠시 놓친 글이 하나 있네요...
저도 디자인 계통이라 잡지를 많이 봅니다.
그러면서 가끔...그녀의 이름이나..활약상이 있나...유심히 봤는데..
25년 다 돼도....뭐...C.....하나도 없었음...^^
그나마 10여년전 부터는 이름도 잊어먹어서 영원히 추억속의 여인이 되었습니다.
별 볼일 없었을 걸...뭘..그리 튕겼디야......^^*
짐작에....몇년 있다가 시집 갔을 것으로 추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