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문화유산이 사라지고 있다…청주시청 이어 원주아카데미 극장 ‘논란’
1963년 개관, 원형 보존한 가장 오래된 극장…원주시장 교체 후 철거 추진
원주지역 80여 시민사회단체 보존운동 활발…원주시의회 관련 예산 처리 결과 ‘촉각’
1963년 개관한 강원도 원주시 아카데미극장이 철거 위기에 놓여있다. 사진=독자제보/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1963년 개관한 강원도 원주시 아카데미극장이 철거 위기에 놓여있다. 최근 충북 청주시가 옛 본관동 건물을 철거한 사례와 유사한 행정이 추진되고 있어 근대문화유산 보존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굿모닝충청>에 제보한 원주시민 A씨에 따르면 아카데미극장은 개관이래 원주시민의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되면서 원주의 근현대사를 품고 있는 문화자산으로 불린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원형을 보존한 가장 오래된 극장으로 불리며 올해 개관 60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2005년 멀티플렉스 극장이 개관되면서 쇠퇴기를 맞았고, 원주 시내에서 아카데미극장을 제외한 4개 극장은 모두 철거됐으며 아카데미극장도 폐관돼 15년 동안 방치됐었다.
이에 원주시민들은 2016년부터 아카데미극장 보존을 위해 노력해왔고, 2022년 원주시가 극장을 매입한 후, 시민 공모 프로그램, 영화 상영회, 정원 가꾸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극장 보존과 활용을 위한 활동을 펼쳐왔다.
원주시민의 근현대를 품고 있는 원주아카데미극장의 옛 모습. 사진=독자제보/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2021년에는 문화재청으로부터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민공모’에 선정돼 문화재청장상을 받기도 했다. 수상 이유는 국내에서 가장 오랫동안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단관극장이라는 점, 건축물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시대성과 역사성이 살아있다는 점, 지역 주민들이 극장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점 등을 꼽았다.
또한 2022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유휴 공간 재생 활성화 사업’에 선정돼 국비 30억 원, 도비 9억 원 등 총 39억 원이 배정되는 등 아카데미극장을 중심으로 도시의 정체성을 빛낼 문화예술공간으로 새롭게 탄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지방선거에서 새롭게 당선된 원강수 시장(국민의힘)은 아카데미극장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주차장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보존할 경우 추진 사업 성과가 미비하거나 불필요한 예산 집행, 계속적인 재정 투입으로 발생하게 될 부실 운영을 이유로 들었다.
이에 원주시민들이 보존의 필요성을 어필하자 원 시장은 지난해 12월 원주시의회에서의 충분한 내부 숙의 과정과 공개적인 여론조사를 통해 보존사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고, 철거를 강행하고 있다.
원주아카데미극장 보존을 촉구하는 원주시민들. 사진=독자제보/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이에 대해 제보자 A씨는 “시장이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바뀌었다고 전임 시장 때 추진해오던 사업들을 뒤엎고 있다. 또한 전임 시장 때 야당이었던 시의회 의원들이 당시에는 보전을 찬성해놓고 여당이 되자 철거에 찬성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주시의회가 아카데미극장 철거 예산이 포함된 1회 추경을 연기하면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것 같다. 이날부터 열리는 임시회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원주 아카데미극장의 위기는 최근 철거된 청주시청 옛 본관동의 사례와 매우 닮아있다.
청주시청 옛 본관동 건물은 1965년 지어졌다. 전임 시장이 신청사 건립을 계획하면서 근대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와 청주의 역사성 등을 위해 본관을 남겨두고 신청사 국제공모까지 마쳤지만, 지난해 새로 선출된 이범석 시장(국민의힘)은 철거를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사회가 앞장서 보존 운동을 펼치며 토론회, 공론회 등을 제안했지만 새 청주시장은 물론 새 원주시장도 전혀 응하지 않고 철거에 집중했다.
또한 청주시청 본관동이나 원주 아카데미극장은 근대문화유산의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정작 등록문화재 신청을 하지 않아 철거에 대항할만한 근거를 만들지 못한 점도 유사하다.
특히 청주시의회 민주당 의원들도 철거 예산 심의를 거부하며 장외투쟁까지 벌였으나 민주당 의원 1명의 이탈로 국민의힘이 주도하는 철거 예산이 통과되고 급기야 철거되고 말았다.
원주시의회는 이날부터 제241회 임시회를 시작했다. 지난번에 의결하지 않고 넘겨둔, 아카데미극장 철거 예산이 포함된 ‘1회 추경’에 대한 심의와 의결을 앞두고 있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