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류 알파세대, 누구세요?> 강의안 중에서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기저기에서 ‘MZ세대’ 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MZ 세대가 좋아하는 OO제품, MZ 세대 핫플 등 MZ 세대를 앞세운 마케팅과 제품들이 즐비했다. 80년생인 나도 MZ세대라 우겨보지만, 터울 있는 후배에게 걸핏하면 ‘라떼는 말이야~’가 튀어나오는 걸 보면 ‘찐’이 아님은 분명하다. 휴가 중에 걸려온 회사 전화에도 웃으며 응대하는 나와 퇴근과 동시에 연락두절 되는 찐 MZ세대 후배와는 달라도 한참 다르니깐 말이다.
근데 우리 집엔 MZ세대 후배보다도 한참 어린 아이가 셋이나 있다. 셋 모두 2010년 이후 태어났다. 이해 안 된다며 혀를 끌끌 차던 MZ 후배들도 우리 아이들에 비해선 양반이다. 방학내 게임에 빠져있는 첫째에게 잔소리하며 시간제한을 걸었더니 세상을 다 잃은 듯 우울해한다. 물론 그것 역시 잠시, 에디슨 전구 등이 켜지듯 뭔가 떠오른 표정이다.
“게임하는 친구와 영상통화하면 되겠구나!”
조금 전 엄마의 게임 금지로 우울해하는 영상과 그것을 기분 좋게 이겨낸 기쁨의 영상까지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약 올리듯 내게 자랑한다.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상상을 초월한 행동들로 헛웃음 짓게 만드는 이 깜찍한 신인류가 바로 ‘알파세대’ 란다.
내 자녀가 살아갈 미래, 도무지 그려지지 않는다면
내 또래 부모들은 모두 이들이 우리와 분명 다른 세상에서 살 것이란 건 알고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 없다는 것.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도저히 그려지지 않는다. 그러니 대비책 따위가 있을 리 만무다. 아직 아이가 어리니까 시간이 있지 않냐, 누군들 가 보지 않은 세상이니 다 똑같은 상황이지 않겠냐며 애써 불안감을 감춰볼 뿐이다. 그렇게 무지와 낙관으로 넋 놓고 있어도 될까, 가뜩이나 빠르게 돌아가는 시계추는 지난 팬데믹으로 더 쌩쌩 돌아가고 있다. 이쯤이면 ‘MZ세대’때처럼 여기저기서 알려줄 법도 한데, 내가 관심이 없던 탓인지 잘 접할 수 없었다. 스멀스멀 불안감이 밀려오는 이 시점에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신인류 알파세대에 대한 자녀교육 가이드’를 준비했다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아이들이 잠든 어느 늦은 밤, 드디어 영상을 틀었다. 조금 보다 졸리면 끄고 다시 이어봐야지 했는데, 웬걸 빠져들 듯 단숨에 다 보고야 말았다. 슬라이드 한 장, 강사의 말 한마디 하나 허투루 넘길만한 것이 없었다. 다 메모해 놓고 싶은 마음에 그날 밤 강사의 책까지 구입하고선 잠들었다.
신인류 알파세대 자녀교육 가이드 총 4강 중 첫 번째 강의인 <신인류 알파세대, 누구세요?> 에서 노가영 강사는 20여 년간 IT 분야 및 트렌드 전문가로서의 쌓아온 본인 견해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 알파세대 전문가의 인터뷰 내용까지 포함하여 알파세대에 매우 구체적이고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 준다. 더 궁금한 내용은 강사가 쓴 책을 통해서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 <고장난 론>
아이들과 함께 탐색해보는 미래
책과 영상을 보고 난 지금 나는 이들이 ‘알파세대’ 라 불리게 된 이유, 이들은 어떤 특징이 있는지,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이해되기도 한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모습이 조금 그려지기도 한다. 전 세계 상위 1% 학교들이 미래를 대비해 가르치는 것들을 보며, 내 아이는 비록 그곳에 보내진 못할지라도 자라는 동안 어떤 것을 중심에 두고 배우고 경험하면 좋을지 힌트도 얻었다.
매사 방향성만 분명하면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대체로 그 방법은 당사자가 더 잘 찾기 마련이다. 그래서 강의와 책 내용을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아이와 함께 보는 중이다. 책에서 언급한 최첨단 소셜 AI 로봇을 다룬 영화 <고장난 론>을 엊저녁 아이들과 재미있게 보았다. 오늘 아침엔 AI 친구와 함께하는 메신저 ‘Nutty’를 깔아 같이 대화해봤다. 너희가 살아갈 세상은 이런 모습일 것이니 미리 상상해보라고, 그 세상에서 너희는 어떤 것을 해 보고 싶냐고, 나는 또 어떤 것을 도와주면 좋겠냐고 묻는다. 할 수만 있다면 함께 답을 찾아가고 싶다.
언젠가 첫째 아이가 “엄마는 미래를 다 알고 사는 게 좋아, 아니면 모르고 사는 게 좋아?”라고 물은 적이 있다.(실제로는 엄마는 언제 죽을지 미리 아는 게 좋냐고 물었다.) 난 재고의 여지도 없이 “모르는 게 좋아”라고 했다. 모르고 살아야 제맛이지, 끝이 뻔히 보이는 모퉁이는 싫다. 약간의 두려움은 오히려 설렘이 되고 삶의 활력을 가져다 줄 수 있다. 다만 미래를 긍정하고 상상할 수 있는 정도의 전망을 갖고 있다면 좋겠다.
다른 사람들은 어떠할까? 미래를 막연히 불안해하기보다 맛보기 정도하며 즐거운 상상을 해 보고 싶다면? 그런 이들이 꼭 보면 좋은 강의가 바로 ‘신인류 알파세대, 누구세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