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 통신1
집에서 청소하는 데에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사는 나로서는(하하하)
특별히 이태리에 대해 배우거나 연구한 바는 없으나
그래도 슈퍼를 왔다 갔다 한다든지
동네에 유모차를 밀고 왔다 갔다 해도 알게 되는 것이 있다.
별건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에게 생소한 다른 나라의 이모저모이니
한번 써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틀린 이야기도 있을 수가 있는데 경험과 배움이 일천하여 어쩔 수 없다.
사실과 다르다면 아래에 덧글을 달아주면 좋겠다.
먼저 내가 알게 된 이태리어에 대해서.
오전까지의 인사는 본 조르노, 오후부턴 보나 세라, 밤엔 보나 노테라고 하니
영어의 4가지에 비해 한가지가 줄었다.
그리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하는 인사 말로는 챠오가 있다.
만날 때도, 헤어질 때도, 아침에도 밤에도 다 “챠오”하니
우리 말의 ‘안녕’과 쓰임새가 같다.
영어에서는 ‘하이’ 하고 만나서 ‘바이’ 하고 헤어지니 이것도 영어에 비해 더 간편한 셈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태리 사람들은 챠오를 한번만 하면 정이 없다고 친할수록 챠오를 여러 번 말한단다.
이 사실을 알고 나서 공중전화에서 “챠오 챠오 챠오” 하면서 끊는 사람을 봤는데
속으로 웃겼다. 정스럽게 말한다고 “안녕 안녕 안녕.” 한 거다.
집에 방문한 사람을 배웅할 때도
우리나라처럼 집 안에서부터 잘 있어라 잘 가라 하고
또 대문까지 따라 나가서도 잘 가라 잘 있어라 한다.
챠오 챠오 챠오 하면서.
배웅이 길다.
챠오!는 우리 영서가 제일 잘 하는 말이다.
이 나라 말에서 내게 제일 흥미로운 단어로 ‘알로라’가 있다.
이 뜻은 딱히 한가지로 번역이 안 된다.
말이 막힐 때 하는 ‘으~음 그러니까’ ‘글쎄’ ‘그건 그렇고 어쨌든’ ‘가만있자’ ‘에~ 또’ ‘자 그러면’
뭐 이런 의미들이 내포되어 있는 듯 싶다.(단지 내가 눈치로 알아본 것이니 정확도는 보장할 수 없다.)
영어의 by the way, just moment, anyway, then 등의 뜻이 짬뽕된 것 같다.
우리 집 뒤 가까이에 학교가 있는 모양인데 우리나라로 치면 운동회 연습처럼
전교생이 운동장에서 어떤 순서를 갖는 모양인지 마이크 소리가 동네에 울려퍼졌다.
그런데 그 때 선생님이 마이크 들고 하신 첫마디가 알로라 였다.
알로라.
개인적으로 난 이 말을 영우의 발음 연습용으로 쓰고있다.
여기엔 받침 ㄹ, 초성의 ㄹ이 골고루 들어 있어 ㄹ 발음이 안 되는 영우에게 딱이다.
그런데 우리 영우, 안타깝게도 알로라를 알로와라고 한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r오와다.
백 번 해도 알로와다. 걱정이다. 고쳐지려는지….
처음에 이 나라 텔레비전을 틀어놓고 한참 소리를(말귀를 못 알아 들으니 내겐 말이 아니라 그냥 소리다.) 듣고 있으려니 꼭 일본방송을 틀어놓은 것 같아 깜짝 놀랐다.
경음(ㄲ,ㄸ,ㅃ,ㅆ)이 많아 전혀 다른 언어인데도 비슷하게 들리는 것 같다.
그리고 문장 전체의 인터네이션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이 꼭 노래가락 같다.
옆집 아빠가 자기 아들을 부를 때 들려오는 말소리들이 노래처럼 부드러운 억양을 가진 때문인지
시키지도 않았는데 신기하게도 요즘 영서와 영우는 엄마를 부를 때 꼭 노래처럼 부른다.
엄 마 아~ (음이 라도라 쯤 된다)
아주 듣기 좋다.
엄 마 아 하고 노래처럼 불러오면 나도 왜 그 래~하며 같은 억양으로 노래하듯 대답하게 된다.
말소리 하나만 바꾸어도 생활이 부드러워지겠다.
유럽 다른 곳도 그럴 것 같은데
이 곳 로마인들은 개나 고양이를 무척 많이 키운다. 엄청 좋아하나 보다.
아침이나 오후에 큰 개를 데리고 산책을 다니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은 정원이 딸린 단독 주택 단지라 이해가 가지만
여름에 내가 묵었던 EUR(에우르)라는 신시가지는 아파트들로 되어 있었는데도
그 동네 사람들 거의 큰 개를 데리고 다녔다.
좁은 아파트에 살아도 키우는 개는 우리나라처럼 요오크셔테리어 분위기가 아니라 아주 큰 사냥개 분위기의 개였었다.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는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개똥을 밟게 될 만큼 개똥 천지였다.
쇼핑센터에도 개를 데리고 다닌다.
그런데 사람들은 전혀 불편해 하지 않고 개 주인도 전혀 미안해 하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난 예나언니가 생각난다.
이 언니로 말씀 드릴 것 같으면 아들 셋을 키우고 있는데
그 중 밑의 두 놈은 dog이다.
그 광경을 보면 다시 우리나라의 애완동물 학대분위기를 안타까워 할 것이다.
나도 쇼핑센터에 가서 엄청 늠름하게 생긴 불독을 봤는데 (진짜 컸다.)
우리 일행 모두들 그 불독 옆에 가서 한참이나 보고 웃으며 예뻐했다.
우리나라의 백화점에 이 불독을 데리고 갔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우리나라도 점점 애완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날 것이니
안 키우는 사람들도 어서 편견을 버리게 되면 좋겠다.
우리집 마당에는 주인 할머니가 키우시던 고양이가 살고 있다.
이 고양이가 할머니가 이사간 집으로 따라가지 않는지
처음 이 집에 입주 하였을 때 주인할머니는 2주에 한번씩 고양이 음식을 사다 줄테니
자기 고양이를 잘 부탁한다고 하셨다.
고양이 밥을 잘 챙겨줘야지 안 그러면 쥐를 잡아먹게 되니 큰일 이라고 했다.
‘아니! 고양이가 쥐를 잡아야지 누가 쥐를 잡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 할머니 얼마나 고양이를 사랑하시면 나보고 고양이가 먹는 물그릇의 물도
매일 갈아달라고 신신당부하셨다.
난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매일 밥을 주며 고양이를 가까이서 대해보니까
고양이도 개처럼 주인도 알고 예쁜 짓을 많이 하는 것을 알았다.
주인 할머니가 하도 고양이를 끔찍하게 생각하니까
할 수 없이 열심히 보살피게 되었는데 이제 나도 정이 들어 참 예쁘다.
우리 영서 이 고양이가 제 친구다.
아오(야옹) 하며 같이 잘 논다.
이태리 사람들은 아이를 무척 예뻐한다.
그냥 예뻐하는 정도가 아니라 너무너무 예뻐한다.
영서를 유모차에 태우고 가다 보면 이 나라 사람들 운전하고 가는 차 속에서도 영서에게 손짓하며 자기들끼리 뭐라 뭐라 하고 있다.
유모차 타고 가는 영서에게 슈퍼마켓에서 만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하도 챠오 챠오 하는 통에 우리 영서 인사말을 챠오부터 배워,
이젠 만나는 사람에게 자기가 먼저 챠오 하고 인사를 건넨다.
이태리에는 임신복이 따로 없다는 말을 들었다.
아기를 가진 것이 너무 자랑스러워
꼭 끼는(스판으로 된 티셔츠 같다.) 옷을 입어 몸의 실루엣이 그대로 드러나는
만삭의 임산부들을 여럿 보았다.
놀이터에 가면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등 어른 여럿이서
손주 한 둘 데리고 빙 둘러 서 있다.
영서 덕분에 나는 항상 나를 보고 웃어주는 이태리인들을 만나고 산다.
첫댓글 알로라, 본 조르노! 로마 식구들 모두 차오,차오,차오! 말 되나요?
영우,영서다 왠 고양이 아른다운 글
지구인이 화성에 가서 그들의 생활을 은밀히 관찰하여 지구에 보고하는 듯한 분위기 인데요. 계속하여 그들의 정보를 전하여 주시면 그 인종에 대해 알수 있겠습니다. 수신 끝.
언어는 눈치로 시작되지요.. 대단한 눈치 이태리 언어입니다. 본격적으로 정리하여 올려주세요. 이참에 이태리언어를 배워봅시다. 생생한 생활이태리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