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가장 황당무계하다고 생각하는 장르가 드라마다.
그래서 솔직히 드라마는 거의 안본다. 보면 거의 100% 본전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MBC 주말드라마 ‘회전목마’는 우연히 보기 시작했다. 두어 달전부터였다.
그 드라마에 대한 사전정보도 없긴 했지만 어쩌면 그렇게 가족관계가 꼬였는지 혀가 나올 지경이었다.
등장하는 가족이 모두 계부,계모,이복형제라니. 시종일관 턱없는 우연을 바탕으로 한 은교와 수형의 결혼,
수형의 여동생 수련과 은교의 옛애인 우섭과의 사랑이라는
뒤얽힌 관계에 이르러서는 차라리 감탄스럽기도 했다.
사랑을 하려는 자들이여! 부디 문밖으로는 존재조차 몰랐던 이복남매와의 사랑을 조심하고,
문안으로는 형제자매의 배우자의 옛애인을 조심하라는 TV 드라마들의
저 드높은 경각심 고취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하여튼 그때 나는 이미 오륙개월을 넘어가고 있는 그 드라마를
시작한지 한두 달밖에 안된 드라마라고 생각하면서 봤고,
그래서 지난 주의 마지막회도 고백하건대 마지막회인 줄 모르고 보기 시작했다.
아무리 드라마 보는 걸 좋아하지 않고 그나마 건성으로 본다고 해도 소설 읽어온 경력이 몇십 년이다.
어떤 얘기의 기승전결도 제대로 모를 정도로 눈치가 없지는 않다.
내가 보기에 ‘회전목마’는 이제야 분명한 갈등을 드러내고 있는 중이었다.
드라마적이다, 할 때의 그 드라마적이라는 것이 이제부터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내가 눈치 없게 됐다. 드라마를 보고도 그것이 마지막회라는 걸 몰랐으니.
하긴 황당한 우연이고 억지고 여차하면 짜깁기하는 게 드라마 아닌가.
갑자기 내용을 180도 회전시키는 일쯤 뭐 그리 어렵고 대단할까.
거기다 ‘회전목마’는 해피엔딩이라는 훌륭한 무마책까지 동원했다.
친자확인에까지 나서려했던 고뇌며 올케를 성폭행한,
어쩌면 조카의 친부일지도 모를 남자에 대한 시누이의 집착,
아이의 친부가 아이의 고모부가 될지 모를 상황이 자아내던 극단적인 갈등과 긴장은
한 10여 분만에 간단히, 어 언제 그런 일들이 있었나? 우리는 다만 순수하게 사랑하는 천사같은 사람들일 뿐,
그런 극단은 금시초문인데? 식의 화목한 반전으로 간단히 해결됐다.
해피엔딩은 그래서 경멸되고 평가절하된다.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는 건 이래서 어이가 없어진다. 다시는 드라마를 보고 싶지 않다.
첫댓글 에잉.. 작가 미워...지니 나온 드라마를 글케 맹글다니....
기사에서 예리하게 잘 지적했네요. 드라마 보던 사람들.. 아마 다 황당했을 거예요. 마지막회인줄도 모르고... 다음 번엔 어떻게 될까 궁금해했을테니...서둘러 마무리의 1인자군요. 조작가님...
저도 할말 없음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