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8.19일 박주현 논설위원이 올린 短評글입니다. 법의 지배를 조롱하고 대법원을 개인의 방탄 로펌으로 사유화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 현정권의 끝이 궁금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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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희대 대법원장은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과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제청했다.
조 대법원장은 직접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임명 제청을 한 게 아니라 '서면'으로 전달했다고 한다. 그러자 청와대는 즉각 “협의가 없었다”고 반발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조희대씨, 당장 물러가라"고 공격했다.
이번 파열음은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임명 제청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놓고 터져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우리법연구회 출신' 김민기 수원고법 판사를 원했으나, 조 대법원장은 헌법재판관 남편(오영준)을 둔 김 판사를 이해충돌을 이유로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소원 시 중립성 위반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
헌법 104조 2항 및 법원조직법 41조 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리적으로는 이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제청을 비토할 수는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벌어진 법원행정처장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문답을 지켜보면, 작금의 거대 여당이 헌법과 삼권분립을 대하는 수준이 얼마나 얄팍하고 폭력적인지 드러난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새 대법관 후보를 대통령 대면이 아닌 서면으로 제청하자, 박지원 등 민주당 의원들은 이를 두고 "내란 세력"이라거나 "탄핵 사유"라며 입에 거품을 물고 윽박질렀다. 헌법이 대법원장에게 부여한 고유 권한인 임명제청권을 행사했을 뿐인데, 이를 두고 반역 운운하는 그들의 뇌 구조야말로 공화국을 파괴하는 진짜 내란의 징후다.
사건의 행간을 차갑게 뜯어보자.
법원행정처장은 "마지막 순간까지 협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이 건조한 답변 이면에 숨겨진 진실은 명확하다. 사법 리스크의 올가미에 목이 졸려 있는 이재명 대통령이 끝까지 자신의 방탄에 유리한 인사만을 대법관으로 심어달라고 노골적인 몽니를 부렸다는 뜻아닌가?
행정부의 수반이 사법부의 최종 심판관을 고르는 '면접관' 행세를 하려 드니, 대법원장 입장에서는 더 이상의 협의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조희대가 던진 서면 제청은 단순한 관례 파기가 아니다. 주어진 헌법적 권한으로 제청할 테니, 불만이 있다면 당신이 직접 거부권을 행사해 그에 따른 정치적, 역사적 책임을 온전히 짊어지라는 최후통첩이다.
조희대가 이토록 배수진을 치며 맞서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현재 대한민국의 사법부가 얼마나 끔찍하게 망가진 상태인지 그 기형적인 생태계를 직시해야 한다.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뼈아픈 팩트가 있다. 이번에 교체되는 후임 자리가 다름 아닌 노태악 전 대법관의 자리라는 점이다. 정상적인 법 상식과 궤도를 가진 사회라면 결코 중립적이라 평가받을 수 없는 노태악이, 그간 사법부 내에서는 놀랍게도 '중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간 좌파 진영이 대법원과 사법부 곳곳에 자신들의 이념적 호위무사들을 집어넣어 운동장을 극단적으로 기울여 놓은 결과, 기준점 자체가 완전히 파괴되어 버린 것이다. 조희대의 서면 투척은 이 미쳐버린 사법부의 좌경화와 붕괴를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처절한 몸부림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이 거대한 헌법적 충돌은 17세기 영국에서 벌어졌던 왕권과 사법부의 대립을 완벽하게 소환한다. 당시 영국의 국왕 제임스 1세는 "법률은 이성에 근거하는 것이고 나 역시 이성을 가졌으니 내가 직접 판결을 내리겠다"며 사법부를 자신의 발밑에 꿇리려 했다. 그때 영국의 대법원장이었던 에드워드 코크는 국왕을 향해 이렇게 일갈했다. "국왕이라 할지라도 신과 법 아래에 있어야 한다."
400년이 흐른 2026년의 대한민국에서, 제임스 1세의 오만을 흉내 내는 자가 바로 이재명 대통령이다. 자신을 향한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대법관의 성향을 검열하고, 입맛에 맞지 않는 제청이 올라오자 호위병들을 동원해 대법원장을 "내란 세력"으로 몰아세우는 이 난폭한 촌극. 재판을 받아야 할 피고인이 스스로 자신의 판사를 고르겠다고 떼를 쓰는 체제를 우리는 결코 민주주의라 부르지 않는다. 그것은 합법의 껍데기를 쓴 전형적인 참주 정치이자 삼류 전체주의일 뿐이다.
대법원장이 권력의 면전에 던진 서면 제청서는, 이재명이라는 권력자가 뿜어내는 사법 방해와 헌정 유린에 대한 가장 정중하고도 날카로운 경고장이다. 법의 지배를 조롱하고 대법원을 개인의 방탄 로펌으로 사유화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 한, 그 권력이 맞이할 종착지는 에드워드 코크의 경고처럼 준엄한 법의 심판과 체제의 완전한 파멸뿐이다.
출처 : 최보식의언론(https://www.bos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