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군에 갔던 1979년 4월에 전방 신병교육대 훈련병들이 지급 받은 총은 M16소총이었습니다. 이 M16소총 중에 일부는 미국에서 만든 것이었고 70%이상은 ‘대한민국’이라는 네 글자가 음각되어 있었습니다.
당시에 미국산은 우리나라 국군이 월남전에서 쓰다가 가지고 들어온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마 그시절에 우리나라가 월남에 파병하는 조건 중에 M16소총 한국 생산이 들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훈련소에서 조교로 근무할 때 81mm박격포는 대부분 미국산이었고 제대를 얼마 앞두고 방위성금으로 만들었다는 국산 81mm 박격포가 ‘대동공업사’라고 찍힌 상표를 달고 나왔습니다. 그리고90mm무반동총이 완전 국산으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우리 군이 쓰던 무기는 대부분 미국산으로 오래 된 것은 한국전쟁 때 쓰던 2차 대전에 사용던 것이었습니다. 월남전에서 성능이 조금 바뀐 것들이 나왔고 그것들이 파병 장병과 함께 우리나라에 들어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80년대에 우리가 만드는 국산 무기는 대부분 미국 것을 복제하는 것이 수출은 꿈도 못 꾸었는데 2020년대에 들어와서 이젠 우리나라가 무기 수출의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니 정말 격세지감입니다.
<지난해 10월 일이었다. 방위사업청 아침 간부 회의 때 “폴란드에서 K2 전차에 대해 관심이 높더라”는 정보가 보고됐다.
K2 전차를 생산하는 현대로템은 앞서 폴란드에 K2를 제안했지만, 반응이 뜨뜻미지근했다. 그래서 독일의 레오파르트 2에 밀려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한 터였고, 폴란드 대신 노르웨이에 공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날 방사청 회의에서 바로 폴란드에 간부급을 보내자고 결정됐다. 당시 강은호 방사청장은 “폴란드는 독일과 역사적으로 관계가 좋지 않다. 그리고 노르웨이와 폴란드를 묶으면 유럽에 K-방산 벨트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현지서 알아보니 폴란드는 K2에 진심이었다. 폴란드는 기존 보유하고 있는 레오파르트 2를 업그레이드하는 사업을 독일과 벌이고 있었다. 그런데 진행 속도가 느리고 사업비도 뛰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급한 불을 끄러 미국에서 M1 에이브럼스를 주문했지만, 납기를 제대로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전 세계에서 폴란드가 원하는 성능의 전차를 원하는 기간 안에 만들어 줄 수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었다. 지난달 26일 폴란드는 한화디펜스의 K9 자주포와 함께 K2 전차를 구매하는 57억 6000만 달러(약 7조 6780억원) 계약을 맺었다. 한국 방산 수출 사상 최대 규모였다.
이는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전차ㆍ자주포 추가 계약이 기다리고 있다. 또 FA-50 경공격기 48대 계약의 세부조건을 놓고 한국항공우주와 폴란드간 협상이 진행 중이다.
K-방산의 진격이 대단하다. 노르웨이(전차)와 호주(보병전투차)에서도 독일과 경합을 벌이고 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두 곳 모두 승산이 높다고 한다. 올 상반기에만 아랍에미리트(UAE)와 4조원대의 천궁-Ⅱ 방공 미사일, 이집트와 2조원대의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각각 따냈다.
호주 시드니 대학교 미국연구센터의 피터 리ㆍ톰 코번 연구원은 온라인 매체인 워존에서 한국을 ‘민주주의의 무기고’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방산은 이미 메이저리그에 진입했다”며 “한국산 군용 장비는 미국산보다 싸면서도 성능이 좋다”고 설명했다.
‘민주주의의 무기고(arsenal of democracy)’는 대단한 찬사다. 이 문구는 1940년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에서 무기 대여법의 필요성을 알리면서 언급했다. 40년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영국이 독일에게 구석에 몰렸던 시기였다. 당시 미국은 중립을 지키고 있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미국이 영국을 군사적으로 도와야만 한다고 강조하면서 미국의 산업은 민주주의 진영의 무기고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미국은 전쟁에 뛰어들었고, 동시에 영국ㆍ소련ㆍ중국 등에 엄청난 무기와 물자를 지원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처럼, 한국이 신냉전에 가까운 국제 질서 속에서 민주주의 국가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기대된다는 의미라 하겠다.
이처럼 K-방산이 잘 나가자 정치권이 숟가락을 얹으려는 모습이 슬슬 보이고 있다. 지난달 26일 폴란드와의 전차ㆍ자주포 계약 때 방사청은 보도자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담 때 있었던 폴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의에서 방산 협력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함에 따라 계약체결에 속도가 붙었다”고 적었다.
물론 한국ㆍ폴란드 정상회담이 계약에 도움을 준 건 사실이지만, 밑그림은 이미 다 나온 상황이었다. 일각에선 폴란드 수출은 문재인 정부의 업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도 K-방산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던 적이 있었다. 익명의 정부 소식통은 “올 2월 이집트와 K9 자주포 수출 계약은 지난해 12월에도 체결할 수 있었다”며 “그런데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집트를 방문하는 올 1월로 계약을 연기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왔고, 공교롭게도 계약이 두 달 늦춰졌다. 순방 성과로 포장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K-방산의 연이은 대박은 ‘방산 비리’‘세금 도둑’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묵묵히 연구·개발과 생산에 열중한 방산업계의 노력 덕분이다. 또 방산업계와 함께 수출길을 뚫은 국방부와 방사청, 군 당국이 있었다. 이들이야말로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는 일등공신이다.>중앙일보. 이철재 외교안보팀장
일부 진영에서는 우리나라의 방위산업을 따갑게 보는 얘기도 나오나 봅니다. 우리가 전쟁 무기를 수출한다고 얘기들을 하는데 전쟁무기라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닐 겁니다.
전쟁은 공격과 방어입니다. 무기 체계가 좋으면 상대의 공격을 사전에 막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잘 훈련된 군인과 첨단 무기로 무장한 나라는 쉽게 침범할 수가 없기 때문에 무기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묵묵히 땀 흘려 고생한 사람들에게 찬사는 못 보내더라도 비하하는 말들은 삼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들 업체의 노력을 대통령이나 정권이 이용하는 일도 없기를 바랍니다. 이제 우리는 그런 후진국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어제 아침 일찍 철원 백마고지 부근에 다녀왔습니다. 한국 전쟁 중에 26번이나 주인이 바뀌었다는 백고고지 아래 철원평야는 벼들이 누렇게 익어 우리나라에 이런 넓은 평야가 있었냐는 탄성이 절로 나오게 합니다. 백마고지를 잃고서 김일성이 사흘을 울었다는 얘기는 후세에 만든 것이겠지만 이 땅을 지키기 위해 목숨 바친 영령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2회 영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