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쓴 이(By): babs (창조가)
날 짜 (Date): 2010년 10월 24일 (일) 오후 11시 11분 15초
제 목(Title): [2048] 지구 최후의 날
서기 2048년 12월 12일. 저멀리 우주로부터 거대 운석 X373이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중이다.
지구인들이 돌진하는 운석을 막 발견하고 놀랐을 때,
외계인들이 지구를 방문했다.
"우리는 저 운석을 제거해서 당신들을 지켜줄수가 있소"
외계인 대표가 말했다.
그러나 외계인 대표단의 누군가가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우리가 왜 지구인들을 구해야 하는 거죠? 왜..도대체 왜?
어쩌면 이번 운석은 지구인들의 운명일지도 모르는데, 신의 뜻을 왜 우리가
간섭하는 겁니까?'
잠시 상념에 잠긴 외계인 대표는 지구인들에게 다시 말했다.
"우리가 운석을 제거할 수 있소만, 조건이 있소.
지구가 존재하고 당신네들이 계속 살아야만 하는 까닭에 대한 답을
가져오시오. 그 답이 합당하다면 당신들을 살려주겠소.
행성위원회의 결정이오."
지구인들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구인들은 왜 살아야 하는가? - 라는 질문에 대해,
세상의 뛰어난 두뇌들, 전문가들, 현자들, 정치가들, 예술가들, 종교지도자들
을 모두 모여놓고 답을 찾기 시작했다.
[지구인들이 제시한 답안]
"지구인들은 고등 생명체이기 때문입니다"
"지구는 당신네 외계인 연합의 거점 기지 아니었던가요?"
"지구인들이 비록 그간에는 환경 파괴도 하면서 살았지만, 이제는 정말 착하게
살께요. 자연과 우리는 하나거든요"
"지구의 역사로 말할것 같으면, 우리가 이루어낸 문화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한순간에 날려버릴수는 없을 것입니다. 너무 아깝지
않습니까? 우리보다 역사가 더 오래된 다른 지구 생물들은 말할것도 없습니다"
지구인들은 운석 X373으로부터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해 외계인
행성위원회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행성위원회의 외계인들은 그 답변들에 그다지 만족하지 못했다.
[지구인들의 2차 답안]
"지구인들은 미래가 있어요. 앞으로 더 진화하고 문명을 발전시킬수 있는
잠재력이 큰 존재들이니, 제발 살려주세요"
"지구인들은 커다란 지구 입장에서 볼때에는 그저 개미같은 존재일지 모릅니다.
지구인이 아니라 지구 행성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운석을 막아주세요"
운석 충돌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지구인들 중에는 설마 외계인들이 무자비하게 우리가 멸망하는 꼴을 보고만
있지는 않겠지? 하고 생각하는 무리도 있었다.
그러나 행성위원회에서는 지구인들의 답안에 아직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구인들은 그간 "개인의 삶"에 대한 숟한 고민들만 했었지,
인류 전체가 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하지
않았던 것이다.
충돌 3일전, 지구의 어떤 현자가 외계인 대표단을 찾아왔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삶의 목적을 모릅니다.
다만, 그 답은 살면서 찾아가는 것입니다. 인류는 아직 어리석고 철없는
어린아이와 같습니다. 지구인들은 역사를 통해 배우고 미래를 설계하면서
삶의 목적도 발견한다고 믿습니다. 인류 집단 역시 배워나가는 존재들인
것입니다. 우리는 왜 우리가 존재하는지 아직 모릅니다. 그러나 점차 그
가치를 발견할 것입니다. 부디 운석을 거두어 주세요"
지구인 현자의 솔직한 답변에, 행성위원회 대표는 감동을 받는 듯했다.
"좋소. 우리 위원회에서는 당신들이 답을 찾은 것으로 판단하였소.
그 정도 답변이면 충분하오. 부디 당신들 삶의 가치를 찾아나가길 바라오..."
행성위원회의 결정에 지구인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운석 충돌 1일전, 운석은 지구를 향해 더욱 가까워졌다.
지구인들은 다소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어느정도 가까워져야 모선에서 빔을
발사할수 있다는 외계인들의 말을 믿기로 했다.
운석 충돌의 날.
운석 X373은 지구를 정면으로 강타했다.
운석 입장에서는 일말의 봐주기 따위도 없었던 듯, 무심히 지구에 떨어졌다.
그것으로 지구는 초토화되었다.
외계인 모선에 탑승해 있던 현자도 이 모습을 바라보았다.
외계인 대표는 현자의 어깨를 감싸며 말을 이었다.
"우리는 운석을 막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간 지구는 물론 운석 X373을 예의주시해 왔습니다.
지구 충돌이 확실시되자, 우리는 당신네 죽음을 도우러 온 것입니다.
당신들의 평온한 죽음을 위해... 만약 우리가 오지 않았다면 최후의 날까지
당신들은 두려움에 떨면서 끔찍한 나날을 보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로 하여금 당신들은 비교적 평온하게 삶을 돌아보게 되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당신들의 육체를 구원하러 온 것이 아니라, 두려움으로부터 구원하기
위해 온 것입니다.
'그렇게 될 것은 결국 그렇게 되리라.' 우리 종족의 조상 대대로 전해져오는
속담이 있지요. 우리는 죽음을 맞이한 행성 수백개를 이미 방문해왔습니다..."
홀로 남은 지구의 현자는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첫댓글 뭘까요...? 이 씁쓸하고 개운치 않은 느낌은....
냉소적인 것은 샌달님의 개성인가..아니면 이공계의 특징인가...글 읽으면서 그 생각이 먼저 들었네요..
근데 글 내용에 집중해서 가만 생각 해 보니 저같으면 분명 외계인들의 말을 반만 믿었을겁니다.
외계인들이 운석x373을 제거 해 주지 않았을 경우의 수를 생각해서 만약 멸망하게 된다면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생각해서 그 일을 해봤을겁니다.
나 자신이 손수 하지 않는일에 대해서는 언제나 반만 믿는 , 정확히 말하자면 기대를 반만하는 - 실망하게 될 때에도
반만 실망하고 싶은 마음때문에- 그런 마음을 갖고 살기에..
죽는날을 알게 된다면 저는 사랑하는사람들과 만찬을 즐기고싶습니다.
만찬 요리는 필히 눈밤님이 직접 요리하지마시고 주문해주시길 ㅋㅋ
아니요...그래도 마지막 만찬인데 반!드!시! 제 손으로 손수 한 요리를 대접하겠습니다..꼭요..
그것도 듬뿍 듬뿍
곱창전골..고등어조림..산낙지..영양탕.. 소막창 등을 준비할터이니 나열한 음식을 특히 좋아하는 황산벌님과 한울다살부부는 필참하세요. 으흐흐ㅡ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