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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s English? - 영어 교육, 어떻게 해야 하나 |
왕도는 없다, 많이 말하고 듣고 읽어라 |
김성곤 _ 서울대 교수 / 영문학 |
한국은 강한 반미감정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영어 열기가 뜨거운 나라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얼마 전 텔레비전 기획방송에도 나왔지만, 영어 원어민들에게 한국은 가장 돈벌기 쉬운 나라로 알려져 있다. 영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이 부지기수로 널려 있기 때문이다. 원어민 강사들은 학원 강사나 개인교수로 돈을 번 후에는 동남아에 가서 유흥비로 쓰거나, 자기네 나라로 돌아가 대학원(법대나 의대) 진학 등록금으로 사용한다. 그 결과, 지금 한국에는 수많은 영미인·캐나다인·호주인·뉴질랜드인 영어 강사들이 체류하고 있다.
한국인들의 영어 교육은 유치원 때부터 시작되지만, 사실 많은 엄마들이 유아 시절부터 이미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때문에 원어민 교사가 가르치는 백화점의 문화센터나 영어 유아원은 영어를 배우려는 아이들로 넘쳐나고 있다. 학교 영어 교육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되며,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도 영어는 가장 중요한 과목으로 취급된다. 대학입시에서도 영어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입학 후에도 학생들은 대학 영어를 필수로 수강해야만 하며, 졸업 후 취직시에도 영어 실력은 가히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영어는 모든 한국 학생들이 젊은 시절을 바쳐 배우는 가장 중요한 언어이자 과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웬 일인지 영어를 잘하는 한국인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인의 평균 토플(TOEFL) 성적은 여전히 세계 100위권이며, 영어를 사용하는 원어민들과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거나, 특정 주제를 놓고 심도 있는 논의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물론 예전에 비해 영어 학습 환경이 크게 좋아졌고, 또 각 대학들이 앞다투어 해외교포들의 입학을 허용하면서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것이 곧 우리 젊은이들의 영어 실력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어서, 영어는 모두에게 시급하고도 절박한 문제로 남아 있다. 좋은 계획, 나쁜 현실 그래서 교육부는 각 중·고등학교에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현장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다분히 이상주의적 발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영어 교육 전문가들은 내국인 현장 교사들의 영어 강의 가능성이나 실효성이 대단히 의심스럽다고 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언론에 발표된 바에 의하면, 교육인적자원부의 6개월 영어 심화연수에 참여한 272명의 국내 중·고교 영어 교사들의 모의 토익(TOEIC) 점수가 평균 718점이었다고 한다. 그 중에서 35%는 700점 미만이었고, 14%는 중학생보다 못한 점수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공기업 합격자의 토익성적 평균이 841점이고, 금융기관 합격자들의 토익점수가 대체로 900점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히 충격적이다. 토익시험에 한국인들의 징크스인 말하기와 작문 테스트가 없었기에 망정이지, 만일 그것들까지 포함된 시험이었다면 점수는 그보다 훨씬 더 낮을 뻔했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교육부가 초·중·고교에서 영어 교사들에게 영어 강의를 권장하는 것은 크게 무리수를 두는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토익이라는 시험이 일상 의사소통 능력 테스트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어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영어 교사들에게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다. 인센티브 때문에, 또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상황에서 영어 강의를 한다고 해도, 제대로 된 영어 강의가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선 교사도 준비하느라 시간을 많이 빼앗기겠지만, 학생들 또한 알아듣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가 많은데, 굳이 그러한 수업을 무리해서 시행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최근 한 대학 영어 교수로부터 들은 이야기지만, 그러한 상황은 대학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한 시간 동안 강의하고 나서 확인해 보면 강의 내용을 알아듣고 파악한 학생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래서 별수 없이 지금까지 영어로 한 말을 다시 한국어로 요약해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많은 시간을 들여 기껏 영어 강의를 준비해간 교수들의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대학 영어는 영어가 완벽한 원어민이나 그에 준하는 영어 구사력을 가진 교포급 교수가 맡아야지, 영어가 불완전한 사람이 담당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인 부모들은 어렸을 때는 유아용 영어 학습 비디오를 틀어주다가 좀 크면 월 80만원씩 하는 영어 유치원에 보내며, 초등학생 때에는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열리는 하절기 캠프나 현지 홈 스테이 가정에 보내다가, 그래도 잘 안 되면 중·고등학생 때는 아예 조기 유학을 보낸다. 그래서 미국·캐나다·영국·호주·뉴질랜드는 물론이고 영어를 사용하는 필리핀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빠져나가는 한국 청소년들의 숫자는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들이 모두 다 현지에 잘 적응해 성공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데 있다. 그 중에는 친구를 잘못 사귀어 마약에 빠지거나, 여전히 한국 학생들하고만 어울려 다니느라 영어는 별로 늘지 않고 돈만 낭비하는 경우도 많다. 정부는 국내의 사교육비만 걱정하는 것 같은데, 사실은 국내 교육 실패의 결과인 조기 유학으로 인한 기러기 가족들의 해외송금 또한 천문학적일 것이다. 국내의 사교육비는 그래도 소비가 국내에서 이루어져 그걸로 수많은 사람들이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데 반해, 해외로 빠져나가는 엄청난 액수의 돈은 국내 경제에 순수한 손실이 되고 있어 더욱 부정적이다. 또한 조기 유학의 시기도 문제가 된다. 영어 습득을 목적으로 하는 조기 유학은 초등학생 때가 최선이고, 대학입시를 위한 조기 유학은 중·고등학생 때 가도 크게 늦지는 않을 것이다. 언어 습득의 최적기를 12세까지로 보고 있는 언어학자들은 현지인처럼 영어를 하려면 적어도 초등학교부터는 현지에서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개인차는 있지만, 중학생부터는 모국어의 억양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은 왜 영어에 약한가? 한국인과 일본인이 영어를 잘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 두 나라 사람들은 우선 자신들의 모국어가 영어와 완전히 다를 뿐 아니라, 틀리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크며, 영어로의 심리적 전환이 빨리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면 중국인들은 상대적으로 영어를 잘하는데, 그 이유는 중국어와 영어는 어순이 같을 뿐 아니라, 중국인들은 틀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별로 없으며, 영어로의 심리적 전환이 빠르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마음껏 소리 지르며 영어를 배우는 중국인들의 ‘미친 영어’ 역시 바로 그 점에 착안해 고안된 학습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인들이 영어를 잘 못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학교에서의 학습 방법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즉 문법 위주의 영어 교육과 대학입시를 비롯한 시험 위주의 교육 때문에 학생들이 살아 있는 영어를 배울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험이 영어 교육의 지상목표가 될 때 필연적으로 두 가지 부작용이 발생한다. 첫째는, 시험 출제와 채점에 가장 수월한 것이 문법이기 때문에, 영어 교육이 문법 중심이 되기 쉽다는 것이다. 그것이 왜 한국의 영어 교육이 해방 이후 60년 동안 오로지 문법에만 매달려 왔나 하는 이유일 것이다. 둘째는,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시행되는 영어 교육은 학생들의 실력 배양보다는 요령과 암기력에만 치중하기 쉽다는 것이다. 과연 한국의 시험문제는 학생들의 실력을 테스트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고, 대신 교묘한 함정을 만들어 빠지게 한 후, 감점을 통해 학생들의 성적을 변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학생들은 시험문제를 대하면 우선 출제자의 의도부터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 상황에서 학생들의 진정한 영어 실력 향상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인들의 영어 능력을 향상시키는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학입시에서 영어 시험의 형태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지금처럼 문법 위주의 테스트가 계속되는 한, 중·고등학생들은 문법 수업에만 매달릴 것이고, 그렇게 되면 십년 넘게 영어를 배워도 인사 한마디 못하는 사람들을 계속해서 양산해 내게 될 것이다. 그래서 대학 수능시험에 ‘말하기’를 추가하면, 한국의 모든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수험생들과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수험생의 어머니들까지도―은 삽시간에 영어 말하기의 달인이 될 것이다. 만일 주관적인 채점 때문에 발생하는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항의가 우려된다면, 적어도 대학 자체에서 영어 쓰기와 말하기 시험을 치르게 하거나, 심층면접을 영어로만 시행해 배점을 높이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영어 사교육비가 걱정된다면, 교육부가 각급 학교에 원어민 교사를 대거 배치해 학생들과 더불어 생활하도록 하면 학생들이 굳이 학원에 다니려 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원어민 교사의 대거 채용과 활용이 필수적이다. 언어의 형성이 보다 쉽게 이루어지는 초등학생의 경우에는 교사의 틀린 어법이나 발음이나 억양을 일단 습득하게 되면, 그것을 다시 바꾸는 데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특히 원어민 교사나 동급 수준의 교사에게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영어가 불확실하거나 불안정한 사람이 영어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고, 부작용 또한 크기 때문이다. 다행히 교육부가 앞으로 원어민 교사의 수를 대폭 늘려 채용한다고는 하지만, 거기에도 두 가지 문제가 따른다. 첫째는 예전에도 교육부가 원어민 교사를 대거 채용한다고 해놓고 결국은 용두사미가 된 전례가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원어민 교사 채용이 과연 얼마나 실현될는지, 그리고 실현된다고 해도 도대체 얼마나 지속될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과연 얼마나 적절한 자격을 갖추고 있는 원어민들을 교사로 채용할 것인지의 문제이다. 한국인이라고 해서 다 한국어를 가르칠 수 없듯이, 영어가 모국어라고 해서 다 영어 교사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는 자기 전공도 아니고, 훈련도 받지 않은 한국인들이 아무나 나서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친다고 상상해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현재 국내 학원가에는 자격미달 교사들이 많이 들어와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학교 채용시에는 보다 더 엄격한 기준에 의해 선발해야만 할 것이다. 셋째, 원어민 교사와 함께 장기간 합숙하며 영어만 사용하는 ‘영어 캠프(immersion program)’를 대폭 확대해 적극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미국의 브리검 영 대학에서는 세계 여러 나라 언어에 대해 ‘집중훈련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데, 놀라운 것은 3개월의 합숙훈련 후, 학생들이 그 나라 말을 유창하게 하면서 나온다는 것이다. 한국에 나와서 선교를 하고 있는 BYU 대학 학생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지만, 그들은 유창하게 일상 한국어를 구사한다. 현재 서울대학교에서는 여름방학 때 2주 동안 영어 캠프를 하는데, 사실은 한 달이나 3개월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합숙 중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살아 있는 실용영어를 배우기 때문에, 영어 캠프는 단기간에 학생들의 영어 실력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다는 이점을 갖고 있다. 영어교육학자들은 외국에 어학 연수를 가서 한국인들끼리만 어울리다가 돌아오는 것보다는 영어만 사용해야 하는 국내 영어 캠프가 훨씬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한국식 영어, NO! 넷째, 스웨덴이나 네덜란드처럼, 어렸을 때부터 영어에 노출시키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 스웨덴이나 네덜란드에서는 텔레비전에서 영어 대사가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에 자국어 자막을 넣어서,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영어를 듣고 자라게 하며, 그 결과, 대부분의 스웨덴·네덜란드 사람들은 유창한 영어를 구사한다. 스웨덴이나 네덜란드 사람들은 우리와는 달리, 문화적 정체성 상실에 대한 소극적인 걱정 대신, 세계의 시민을 키운다는 적극적인 태도 속에서 어린이들에게 영어와 친숙한 환경을 마련해 준다. 우리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음성더빙 대신 한글 자막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경비도 저렴하고 영어 학습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스웨덴과 네덜란드는 그렇게 함으로써, 모두 국제경쟁력 있는 국가가 되었다. 다섯째, 최근 언어교육 이론인 ‘언어와 문화’ 이론에 입각해, 문화를 통한 영어 교육을 시키면 살아 있는 영어를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 예컨대 영미의 사회나 문화는 전혀 모른 채, 영어만 배운다면 그건 죽은 영어이기 쉽다는 것이다. 언어에는 언제나 그 나라의 문화적·사회적 특성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문화를 통해 생생한 현장 영어를 배우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자기가 좋아하는 문학작품이나 영화, 만화나 애니메이션, 또는 컴퓨터 게임이나 팝송 같은 문화매체를 이용하는 것이다. 소설이나 시 중에서 재미있고 어렵지 않은 것, 영화나 애니메이션 중에서 대사가 좋은 것, 또는 자기가 좋아하는 컴퓨터 게임의 설명문이나 팝송의 가사 등은 재미있고도 훌륭한 영어 텍스트가 된다. 여섯째, 학생들에게 많이 읽히고 읽은 것을 요약하도록 시키면 대단히 효과적인 영어 학습이 된다. 요약하는 훈련은 곧 자신의 생각을 압축해서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좋은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은 자연히 글도 잘 쓰게 되고, 좋은 표현을 기억했다가 말도 잘하게 되며, 아는 것이 많아져 대화 내용도 풍부하게 된다. 한국인들이 ‘하이 바이 맨’―한국인들은 만나서 ‘Hi!(안녕)’한 다음, 아무런 할 말이 없어서 곧 ‘Bye!(잘 가)’하고 헤어진다는 데서 붙은 별명―이라는 창피한 별명에서 벗어나려면, 영어도 잘해야 하지만, 동시에 신문이나 잡지나 책을 많이 읽어 화젯거리가 풍부해야만 한다. 외교나 외국 바이어 상대에 있어서도 비즈니스 이후 리셉션 장소에서의 친교가 중요한데, 그때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면 풍부한 교양과 해박한 지식이 필수적이다. 사대주의 아닌 삶의 경쟁력이다 우리가 원어민처럼 말하는 것은 영어 공부의 목표이고, 또 언어 습득에 있어서도 모방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발음이 서투르고 억양이 좀 있더라도 계속해서 유창하게(fluent) 영어로 말할 줄 아는 것이다. 미국 대학의 많은 외국인 교수들은 강한 모국어 억양으로 말하지만, 막힘없이 영어를 구사한다는 공통된 특징을 갖고 있다. 물론 그때도 단어의 강세(stress)가 틀려서는 안 된다. 영어는 단어 강세가 틀리면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하는 특이한 언어이기 때문이다. 영어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간혹 영어를 추방하자는 국수주의적인 사고방식이나 굳이 영어를 배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국수주의적 사람들이 있다. 모든 국민이 다 영어를 잘할 필요는 없겠지만, 적어도 해외여행을 나가는 사람들 정도는 국가의 이미지를 위해서도 영어를 할 줄 알아야만 한다. 우리 것만 사용하고 외국 것을 배척하자는 것보다도, 영어를 잘해 우리의 문화를 알리고 다른 나라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 사실은 훨씬 더 중요한 애국이라고 할 수 있다. 영어는 배울 필요가 없다고 말하며, 영어 학습이 마치 사대주의나 되는 것처럼 배척하는 사람들에게는, 우선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국제어인 영어를 모르고 어떻게 외국과 교류하겠느냐고 반문해야만 한다. 그리고 국가경제의 대부분을 해외무역에 의존하는 나라에서 영어를 하지 않고 어떻게 물건을 팔겠다는 것인지, 더욱이 나중에 그들을 믿고 따랐던 젊은이들의 미래를 어떻게 책임지려고 그러는지, 또 그들이 과연 자기 자녀에게는 영어를 안 가르치고 있는지도 물어보아야만 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인도가 오늘날 눈부신 경제성장과 함께 국제사회에 부상할 수 있었던 이유도 그들이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부인할 것인가. 또 우리 식으로 영어를 하면 되지, 좀 틀리거나 어색하면 어떠냐는 생각도 버려야만 한다. 한글은 대단히 관대한 언어여서 어법이 좀 틀려도 별 문제가 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러나 영어는 다르다. 어법에 맞지 않는 영어는 아예 용납이 되지 않을 뿐더러, 품위와 신뢰도 심각하게 상실하게 된다. 그래서 영어학자들은 무식한 사람은 영어로 글을 쓸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영문 표지 중 상당 부분은 틀린 영어로 씌어 있다. 왜 원어민에게 자문을 구하지 않는가를 물어보면 답은 언제나 “우리 식으로 하면 됩니다.” 그러나 영어는 외국인들을 위해 사용하는 언어이지, 우리들을 위해서 필요한 언어는 아니다. 한편으로는 수능시험 영어가 너무나 쉽고, 또 한편으로는 독해력이 전혀 없어서 요즘 대학에 들어온 신입생들은 영어 대화가 불가능하고 영어 원서도 거의 읽지 못한다. 예전에는 말하기와 듣기는 못해도, 읽기와 쓰기는 잘한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 언어학 이론에 의하면 말하기와 듣기가 안 되는 사람은 읽기와 쓰기도 잘 안 된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영어는 그 네 가지를 다 잘해야만 한다. 우리가 그 네 가지를 다 잘하게 될 때, 비로소 한국인들의 영어는 크게 향상되고, 한국의 국제적 위상 역시 현저하게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