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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합의 콘서트’ 제천향우회
-제6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다녀오면서
8월 12일 제천향우회 임원진을 비롯한 회원 30여명은 제6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행사에 초청돼 고향방문의 기쁨을 만끽 했다. 제천문화관광 대형 리무진 버스로 안내되어 제천시 금성면 구룡리 산마루 식당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 30분. 곤드레 돌 솟 밥도 일미였지만 길가 자연경관을 아름답게 살려 장식한 아담한 숙박시설과 넓디넓은 잔디 정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비가 올 듯 말 듯, 금방 소나기라도 한줄기 할 듯 한 날씨였지만 시원한 청풍호반의 강바람으로 하여 영화제 개막식이 끝날 때까지 그 토록 무덥던 더위가 어디로 갔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물 만난 영화 바람난 음악’ 이란 켓치프레이스가 돋보이는 행사장 입구, 진행요원들과 자원 봉사자들의 반기는 미소가 고향의 정서를 듬뿍 느끼게 한다. 우선 다행인 것은 ‘존폐위기설’ 등으로 말도 많았던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식에서 영화제와 관련한 최고 의사결정권자들이 대단히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점이다. 특히 개막식 전 백제가야금연주단은 경쾌한 음악 ‘맘마미아’를 가야금에 맞게 편곡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조직위원장 최명현 제천시장의 개막선언에 이어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7회 대회를 더 성대하게 열자고 말해 존폐위기설을 불식했다.
‘물 만난 영화 바람난 음악’
“개막식 진행은 음악영화제 답게 가수 윤도현과 배우 김정은이 맡았다. 윤도현은 자신이 속한 YB가 미국 7개 도시를 투어 공연한 내용을 다룬 다큐멘터리 ‘플라잉 버터플라이(Flying Butterfly)’도 이 영화제에서 상영된다고 능청을 떨었다. 김정은이 “워낙 연기를 잘하시니까...”라고 띄우자, 윤도현이 “다큐멘터린데 연기하면 큰일 나죠”라고 되받아 웃음을 자아냈다. 홍보대사인 배우 백도빈과 정시아 부부는 “제천은 외할머니와 엄마의 고향이라 저에겐 제2의 고향”이라며 “남다른 애정을 가진 도시에서 열리는 음악영화제에서 추억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한국 영화음악 분야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인물에게 수여하는 ‘제천영화음악상’은 김수철 음악감독에게 시상됐다. 가수로도 유명한 김 감독은 1983년부터 영화음악 활동을 시작해 ‘고래사냥’ ‘서편제’, 최근작인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서 활약했다. 영상인터뷰에서 ‘고래사냥’의 배창호 감독은 “김수철씨를 보는 순간 이 영화(고래사냥)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며 “당시 젊은 나이에도 한국적 가락과 정서를 잘 이해했다”고 평했다. ‘칠수와 만수’의 박광수 감독은 “얼굴 보면 (김철수 음악감독이) 아직도 어린애처럼 보일텐데...”라고 말했고, 그 순간 김 감독의 폭소가 터졌다.
이번 국제음악영화제 경쟁 작인 ‘브라보! 재즈 라이프: Bravo! Jazz Life’에서 열연한 ‘한국재즈 1세대 밴드’도 50년 넘는 관록의 무대를 펼쳤다. “우린 만났지~ 제천영화제에서~ 처음 본 순간~ 우린 뿅갔다~.” 1990년 나온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모베터 블루스: Mo' Better Blues’의 선율에 맞춰 세계적인 타악기연주자인 류복성씨의 중저음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St. Thomas' 를 연주할 때는 팔꿈치로 봉고를 두드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브라보! 재즈 라이프’에서 노환으로 치아가 거의 없어 낙향한 트럼펫 연주자로 나오는 강대관씨도 솔로 연주 솜씨를 보여주었다. 재즈피아니스트 신관웅씨는 “우리는 레드카펫도 밟지 않고 (이 나이에) 옷도 제멋대로 입고 왔는데, 이게 바로 재즈맨의 특권”이라고 말했다. '한국재즈1세대밴드'의 멋진 재즈무대. 이들은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다큐멘터리 '브라보, 재즈 라이프'의 주인공이다. 고령인데도 20분간 정열적으로 연주해 뜨거운 환호를 이끌어냈다.
2005년 시작된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국내 최초의 음악영화제로서 전문성을 갖춘 영화와 음악의 동반 축제다. 이번 6회 개막작 ‘더 콘서트’는 정말 압권이었다. 프랑스 영화로 라두 미하일레아누 감독에 알렉세이 구스코프 (안드레이 필리포프 역), 멜라니 로랑 (안느-마리 자케 역), 드미트리 나자로프 (사샤 그로스만 역), 발레리 바리노프 (이반 가브릴로프 역), 프랑수아 베를레앙 (올리비에 모네 뒤플레시스 역)이 출연한다.
영화는 오케스트라 지휘자 안드레이 필리포프가 자신이 아끼던 바이올리니스트 레아와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던 중, 당 간부에 의해 지휘봉이 꺾이는 수모를 당하고 알콜중독 증세를 보이며 볼쇼이 극장 청소부로 전락한 그. 30년 뒤 실패한 그의 모습이 첫 장면이다. 그런데 기회가 찾아왔다. 파리 샤틀레 극장에서 보내온 볼쇼이 오케스트라 초청장을 빼돌린 그는 옛 유태인 동료들을 모아 파리로 갈 계획을 세운다. 흩어진 단원들을 모으는 모습은 다소 코미디다. 집시에다 장사꾼, 에로영화 배경음악 연주자도 있다. 심지어 매니저는 자신의 지휘봉을 꺾었던 공산주의자 이반이다. 이런 오합지졸 오케스트라는 이미 식상한 소재가 됐지만, 묘하게도 입맛을 당기는 데가 있다. 구두와 연주복, 악기조차 없어도 웃으며 공항까지 7Km나 되는 거리를 걸어가는 그들이 너무도 ‘쿨’했기 때문일까.
영화 속 사람들은 저마다 꿈을 꾼다. 협주곡을 향한 안드레이의 갈망, 한몫 챙기고자 장사를 하러 다니는 유대인 부자, 공산당 부활을 도모하는 몰락한 공산주의자 이반 등등. 하지만 그들에게는 공통된 큰 꿈이 있다. 바로 ‘잃어버린 30년’을 되찾고자 하는 꿈이다. ‘레아를 위한 공연’. 리허설도 오지 않는 단원들을 모이게 한 단 1줄의 문자였다. 수용소에서 죽기 직전까지 연주를 하던 레아를 위해 그들은 모였고, 다양한 삶들은 아름다운 하모니가 되었다. 안드레이는 물론 단원 전체가 연주를 통해 잃어버렸던 자신의 음악을 되찾는다.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 자신을 되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까? 감독의 역량이 빛나는 부분은 단연코 샤틀레 극장의 공연 장면이다. 안드레이의 독백과 과거 회상 씬들이 협주곡의 흐름에 살짝 얹혀 등장하더니, 음악의 클라이맥스에서 비밀이 짠하고 밝혀진다. 레아 부부는 KGB에 끌려가기 전 안드레이에게 자신들의 딸을 맡겼다. 악기 통 속에 숨겨져 프랑스로 보내진 그 아이, 그 딸이 바로 안느 마리 자케였다. 흑백 화면에서 협주곡을 연주하는 레아와 30년 후 같은 곡을 연주하는 안느의 모습이 교차하면서 음악 또한 클라이맥스에 다다른다. 음악과 비밀이 한꺼번에 터지는 순간, 관객들의 가슴도 함께 뛸 수밖에 없다.
사실 유명 바이올리니스트인 안느와 리허설 한 번 않고 협연한다는 설정부터가 다소 드라마틱하다. 게다가 협연을 가능하게 만드는 매개고리는 출생의 비밀이다. 그럼에도 영화는 유치하지 않다. 음악을 향한 열정이 아름다운 선율과 만나 내는 시너지가 스토리를 낯설게 한다. 레아의 악보를 연주하는 안느와 그 옆에서 30년 전의 차이코프스키를 연주하는 안드레이 사이에 오가는 음악적 교감은 보는 사람의 가슴도 공명하게 한다. 배우들 또한 눈여겨볼만 하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 출연했던 멜라니 로랑은 실제로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주자에게 3개월간 바이올린을 배웠다. 약 70편의 작품에 출연한 러시아 국민배우 구스코프의 열연 역시 현실과 영화를 헷갈리게 만들 정도다.
루마니아 출신인 라두 미하일레아누 감독은 실제로 자신이 어린 시절 차우세스쿠 독재정권의 억압을 겪었다. 구소련의 정치적 탄압과 이념적 갈등이 영화 배경에 등장하는 이유다. 감독은 프랑스 국립영화학교 졸업 후 <더 콘서트>를 포함해 지금껏 4편의 작품을 연출했다. 전작들은 대부분 정치적 억압과 유태인이 등장하며, ‘망명’과 ‘정체성’의 주제를 갖는다.
이번 개막작품 ‘더 콘서트’는 프랑스에서 2010 세자르 음악상을 수상했으며, 4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해 흥행에 성공했다. 그런데도 감독은 제천음악영화제를 위한 영상인터뷰에서 겸손인지 자부심인지 모를 아리송한 말을 했다. “너무 너무 부끄러운 영화(very very bad movie)를 상영해줘서 영광입니다.”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결국 사람들에게 통했듯 안드레이의 오케스트라 연주도 영화 끄트머리에서 빛을 발한다. 클라이맥스로 끌어올려진 영화 속 관객과 영화제의 관객은 하나의 관객집단으로 결합했다. 연주가 끝나고 영화 속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치자, 영화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일어서서 박수를 치는 관객까지 몇 명 눈에 띄었다. <이상 단비뉴스 참고>
부슬비 속에서도 우비를 입고 끝까지 자리를 지킨 우리 일행, 리셉션에 초대 돼 최명현 제천시장괴 기념촬영, 연습한 ‘파이팅’ 구호가 아쉬웠지만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자정 넘어 숙소에 도착 잠자리에 드니 꿈속에 나타난 환상의 바이올리니스트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한여름 밤의 이국적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국내 최대의 청풍호반을 중심으로 개최되는 영화제로 영상과 음악이라는 매체를 가지고 제천의 아름다운 자연에서 자기 자신과의 ‘바라보기’ 사회제도나 관습 그리고 관계와의 ‘거리 두기’를 통해 성찰의 축제, 치유의 시간이 될 수 있는 진정한 웰빙 영화제다. 특히, 영화와 음악을 테마로 한 국내 유일의 음악영화제로 국내외 영상과 음악이 아름다운 영화를 선정 상영하고 있으며, 이와 별개로 음악공연을 영화제에 접목함으로써 영화제의 기본 컨셉인 영화, 음악, 자연과 만남을 극대화 한 영화제라 할 수 있다. 제천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2005년 8월 제1회 영화제를 시작으로 특화된 국제음악영화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지속적인 발전이 기대된다.
유서 깊은 ‘온달산성’에서 평강공주를 만나다
다음날 우리는 고수동굴을 찾았다. 백두대간 소백산을 지붕으로 단양팔경과 수 억년의 신비를 간직한 천연동굴 종유석 석순 유석 동굴진주 석화 침석들이 조화를 이룬 동굴 안 절경을 이룬 조물주의 신비로움에 감탄 또 감탄, 어느새 차창 밖으로 고수동굴을 끼고 이어지는 금곡천이 더위를 싹 가시게 한다. 귀로에 들른 온달관광지도 인상 깊다. 바보온달과 평강공주 캐릭터를 만들어 내어 적극적으로 홍보하면서 단양의 상징적 이미지로 만들어가고 있는 온달관광지에 붐비는 관광객, 단양 팔경을 떠올리며 온달산성에 오르니 탁트인 주변 경관이 이보다 빼어 날 수가 없다.
온달산성은 전형적인 테뫼식 산성(산 정상 부근을 테처럼 둘러싼 산성)으로, 이 지역에서는 고구려의 온달장군이 신라군과 한강 유역의 패권을 놓고 싸우다가 전사한 곳이라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6세기 신라의 진흥왕이 한강 유역을 차지할 때까지 남한강 유역은 고구려의 땅이었으므로, 새롭게 전열을 정비한 고구려가 온달을 시켜 이 지역에 군대를 파견했고, 온달장군은 한강 유역을 장악하기 위하여 이곳에서 혈전을 벌인 끝에 결국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전사했다고 한다. 이러한 전설을 기반으로 이 산성은 온달산성으로 불리고 있다. 바보로 알려진 온달과 그 온달의 성공을 도와준 평강공주, 그리고 온달의 극적인 죽음, 이 모든 것들은 역사 속의 한편의 드라마가 되고도 남을 만한 좋은 소재이다. 왕복으로 1시간 20분 처음 찾은 온달 산성안 잡초가 천년을 묵은 탓인지 반기는 평강공주의 자태가 또한 애처롭고 아름답다.
한가지 의아스러운 것은 온달이 죽음을 당한 곳이 정말 이곳 온달산성인지 현재 서울 워커힐 뒷산인 아차산 소재 아차산성인지 학계에서도 논란이 있다지만 욕심 같아선 제천과 지근거리인 이곳 경치 좋은 단양 온달산성이 그 역사의 현장이었으면 하는 것이 어찌 나만의 솔직한 바람이겠는가.
흥겨운 차내 목로주점 돋보인 명가수
혹자는 제천 향우회의 이번 고향방문을 ‘대화합의 콘서트’로 명명 한 이유에 대해 궁금해 할지 모른다. 그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기쁨은 바로 차내 음악카페, 청계천 목로주점을 방불케 하는 버스 뒷좌석에서의 대 합창은 제천향우회 유사 이래 처음있는 대화합의 빅 콘서트였다. 저마다 명가수들, 불렀다 하면 100점은 따 논 당상이다. 99점이 서운할정도로 젊고 발랄한 테천의 젊은 누나들의 꾀꼬리 같은 유행가 소리에 심취한 탓인가 차창 밖 빗줄기가 반주를 더해준다. 노익장 선배님의 건배 또 건배, 몽골지역 문화 역사 탐방에서 느낀 민족의 자긍심, 간간이 소개되는 건강 상식에서 늙지 않는 비결을 발견한다. 장 장 1시간 30분의 열창 또 열창 10년은 젊어진 기분이다.<글 정운종, 제천향우회 카페에서 전재>
개막전 공연
한국 제즈 1세대들
최명현 제천시장(왼쪽에서 세번째)과 함께 왼쪽에서 네번째가 강인준 제천향우회장
고수동굴로의 피서길
온달산성에서 왼쪽 부터 정이훈 서관석 정운종
흥겨운 차내 노래방
열심히 사진 찍는 정이훈
모두들 명가수 노래에 반했나 보다
첫댓글 고향에서 베플어진 이색적인 국제음악영화제 행사 참석과 좋은 관광지를 둘러보며 유익한 시간을 보낸 정 고문의 주말 보내기 모습이 부럽습니다. 아름다운 청풍호반에서 벌어지는 국제음악영화제 아이디어를 낸 제천시의 기획에 찬사를 보냅니다. 앞으로 영화제가 더욱더 발전하기를 기대합니다.
변변찮은 글 빨리도 읽으셨네요. 격려의 말씀 감사합니다. 동행 못해 아쉽습니다. 건강하세요.
몇년전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1회용 우비를 입고 출품영화를 감상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나 같은 서울사람은 고향이 있는 사람이 무한 부럽습니다. 글, 사진 잘 읽고,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