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인간의 정신을 통제하다
소설 《1984》로 가는 길
나는 《넥서스 매거진Nexus Magazine》(지정학과 음모이론을 주로 다루는 호주의 격월간 잡지-역주)에 HAARP, 즉 이곳 알래스카에서 해군과 공군에 의해 운용되는 수많은 무선주파수 방송 안테나들에 대한 첫번째 기사를 발표한 1994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HAARP 프로젝트는 인간과 동물에 충격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초저주파를 송출하는 등 여러 면에서 아주 의심스러웠다. 심지어 이것은 숙련된 기술자가 조작한다면 신체의 모든 중요한 장기(臟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장치였다. 또 HAARP 기술은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과정에서 이른바 ‘부작용’으로 인해 신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다. 진 매닝(Jeane Manning) 박사와 공동 저술한 《천사는 하프를 연주하지 않는다: 테슬라 기술의 발전Angels Don't Play This HAARP: Advances in Tesla Technology》에서 나는 인간의 감정과 정신을 조종할 수도 있다는 내용을 포함해 HAARP 프로젝트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사람의 정신을 조종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논의는 HAARP 연구 이전부터 시작되었다. 1970년대와 1980년 1980년대 뇌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는데, 사람의 뇌를 통제함으로써 학습능력을 제고하고 뇌기능 장애를 치유하며,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등 신체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수많은 신문기사와 학술적 연구의 주제가 되었다. 1980년대 당시 나는 다양한 관심분야와 연계해 이 주제를 연구하고 있었다. 신체와 뇌를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과정을 제어함으로써 인간의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이 이 책의 주제였다.
크게 볼 때 이 책은 내 입장에서 아주 흥미로웠던 두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쓰였다. 인간의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기대, 그리고 이러한 기술이 오용될 수도 있다는 위험성이 바로 그것이다. 인간의 성과와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은 점점 더 복잡해지는 우리 세계에서 필수요건이 되어가고 있다. 사람들은 지식과 뉴사이언스(new science, 종래의 자연과학의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반성하며 새로운 방식으로 사고하려는 동향을 이르는 말-역주)적인 측면에서 끝없이 성장하고 있으며, 오늘날 기술은 너무나 빠르게 발전해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것들조차 가능해지고 있다. 인류의 기술은 단순히 바퀴를 발명하는 것에서 오늘날의 첨단과학에 이르면 9개월, 10개월마다 두 배로 성장하고 있다.
군(軍)에 의해 공개된 것은 우리의 생명과 심리작용을 책임지는 살아 있는 에너지 체계와 상호작용하는 무기다. 이 새로운 무기는 인류에 의해 고안된 다른 무기와는 차원이 다른 것으로 인간의 진실성을 정면으로 꿰뚫는다. 책에서 많은 원천 자료를 기반으로 해 이러한 기술 진보의 진화과정과 응용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나는 현재 이용 가능한 논문은 실제로 개발된 기술의 극히 일부분만을 보여주고 있다고 확신한다. 앞으로도 레이연구소의 노력으로 수집된 정보를 기초로 하여 추가적인 세부사항을 포함할 수 있도록 책이 수시로 개정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일부 사람들이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군에 의해 개발되어 배치되고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이용해 그들을 단순히 진압하는 쪽을 선호하는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알기 쉽다. 즉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시민권이 ‘경미한’ 수준에서 침해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제어하는 것 또한 선호할 수 있다. 아직 이러한 새로운 기술들의 사용처에 대한 윤리적 한계점은 명확하게 설정되지 않았다. 이는 군이 새로운 혁신에만 집중하면서 윤리성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동시에 기술이 너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나는 세계의 문화와 사회가 기초를 두고 있는 우리의 전통적 가치들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볼 것을 제안한다. 미래세대를 위해 우리가 공유하는 가치와 희망에 대한 각성을 교육과 책임 있는 행동을 통해 도모할 것을 제안한다. 또한 평화를 위해 개별 인간이 중심적인 주체임을 말하는 평화와 법의 지배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것에 반대하는 혁명을 제안한다.
사실 새로운 기술연구 과정에서 나타나는 쟁점이 시사하는 어떤 요소들은 다소 무섭다. 우리는 인간의 정신과 감정을 통제하는 40개가 넘는 미국의 특허들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새로운 기술이 인간에게 끼칠 수 있는 잠재적 영향에 대한 수천 개의 증거를 정부와 학술연구, 그리고 주요 언론 매체의 보고서로부터 수집할 수 있었다. 우리는 군이 인간의 행동을 통제하기 위한 노력을 시도한 1950년대 초반에서부터 이러한 연구의 기원을 찾을 수 있었다.
초기 수준의 연구에서는 일정 수준의 통제를 하기 위해 화학물질과 환각 유발제를 사용했다. 1960년대 이르러서는 비(非)화학물질을 이용한 행동의 통제로 관심이 바뀌었다. 그러다가 1970년대 초반에는 일부 군 조직과 학술단체에 의해 인간의 행동이 미묘한 에너지 조작으로 제어될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 기술은 2006년에는 외부 자극에 의해 감정과 생각, 기억, 그리고 사고를 조작할 수 있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잠시 일을 멈추고 인간의 사고가 저항할 수 없는 방식으로 방해를 받고 조작될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하자. 러시아의 저명한 과학자 이고리 스미르노프(Igor Smirnov) 박사(러시아 과학자로 과거 소비에트연방 시절 마인드컨트롤, 즉 세뇌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학자-역주)에 의하면 인간의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인간이 저항할 수 없는 신의 계시에 의한 것처럼”1 나타난다고 한다. 이를 잠시 생각해보자. 이보다 심각한 개인의 인간성에 대한 침해가 어디에 있겠는가? 이러한 새로운 기술은 인간의 몸을 단순히 뚫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우리 존재의 근원과 개인으로서의 내면과 사적 영역을 침해한다. 사실 외부 작용이 우리 감정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기술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증거가 점점 쌓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기술과 관련해 가장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출처는 공군과학자문위원회에 의해 제공되었다. 공군은 금세기에 관한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어떤 새로운 차원의 무기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가 예측한 결과는 놀라운 것이었다.
우리는 전자기장 에너지원의 발전과 그로 인한 결과가 진동의 형태로 바뀌고, 조작될 수 있고, 또한 집중될 수 있는 것을 상상해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는 자발적인 근육 운동을 저해하고 감정과 행동을 제어하며, 잠들게 하고 의견을 전달하 전달하며, 단기와 장기 기억을 방해하며, 경험을 조작하고 삭제하는 방식으로 인간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2
감정을 조종하고 행동을 제어하며, 강제로 잠에 들게 하고 거짓 기억을 주입하여 본래의 기억을 삭제하는 기술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자. 이러한 기술을 단순히 미래의 것으로 치부해버리고 현재의 우리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 기술은 결코 비현실적인 것이 아니다. 이러한 분야의 연구는 기존의 연구 성과와 더불어 현재 많이 진행된 상태다. 연구논문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은밀한 제안과 정신적인 지시의 가능성을 높이는 하이파이 명령을 신체에 전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높은 에너지를 갖는 기가 헤르츠 영역의 극초단파 맥동(microwave pulse)이 신체에 가해질 때 아주 미미한 수준의 체온 변화가 일어난다. 이는 조금 가열된 조직의 갑작스러운 팽창과 연관되어 있다. 이러한 팽창은 음파를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로 그 속도가 아주 빠르다. 만약 진동맥(pulse stream)을 사용한다면 인간이 들을 수 있는 5~5기가헤르츠 영역에서의 내부 음장(acoustic field, 물리적으로는 음이 존재하는 공간을 가리킨다. 음을 전달하는 매체가 있는 모든 장소를 말하며 인간의 생활공간은 옥내ㆍ외를 불문하고 음장이라고 할 수 있다-역주)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선택된 상대에게 그들을 방해할 만한 방식으로 ‘말’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뜻할 수도 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의 머릿속에 음성을 투사해 그에게 말을 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연구자들은 이렇게 말을 거는 것은 피해자들을 단순히 ‘방해’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다. 이는 피해자들에게는 방해의 수준을 넘어 공포의 대상이 될 것이다. 개인의 뇌를 침범할 수 있는 무기는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역겨운 침해다. 이러한 새로운 무기체계가 불과 몇 년 안에 현실화될 수 있다는 사실은 무엇보다 먼저 충분한 공공의 논의와 토론이 이루어져야 함을 뜻한다.
인간의 정신에는 방화벽이 없다4
또 다른 논문으로 미국 육군대학원 계간 학술지 《파라미터Parameters》 1998년 봄호에서 티모시 토마스(Timothy L. Thomas, 육군 예비역 중장으로 육군대외군사연구소 소속 분석가-역주)가 발표한 <정신은 방화벽을 갖추고 있지 않다The Mind Has No Firewal>를 살펴보자. 이 논문은 이러한 새로운 기술이 미래에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에 대해 아주 흥미로운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미국과 지금은 해체된 소비에트연방, 그리고 몇몇 국가는 인간의 육체적ㆍ정신적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도의 새로운 무기체계를 개발하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연구의 주 목적은 전쟁 중에 공격과 방어의 맥락에서 인간의 행동을 조종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우리의 환경을 모두 바꿔버릴 수 있는 복잡한 외부 장치였다. <정신은 방화벽을 갖추고 있지 않다>라는 논문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러시아군의 최근 연구는 이 문제에 대해 조금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인류는 인간의 신체와 정신에 초점을 맞춘 심리영화 같은 전쟁 발발의 직전에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러시아와 국제적 차원에서의 노력이 초단파, ‘무소음의 카세트’, 그리고 기타 기술을 활용해 인간의 정신적·육체적인 요소들을 통제하고 인간의 의사결정 과정 또한 제어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논문은 더 나아가 이러한 새로운 무기들이 인간의 정신을 조종하거나 바꾸는 것, 그리고 인간의 생명시스템을 작동하게 하는 신체 내부의 신호들을 혼란스럽게 하거나 파괴시키기 위해 우리 몸의 여러 기관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또한 논문은 ‘정보전쟁 이론(Information Warfare Theory)’에서 정보전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인간에 대해서는 별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군은 공식적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만 집중할 뿐 ‘정보취급자’라는 입장의 인간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과거에 진행되었던 정보전에 대한 논의는 인간이 만든 시스템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인간 자체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인간은 정보전 시나리오에서 선동, 기만, 그리고 속임수에 당하는, 이른바 군의 무기나 도구로서만 인식되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보다 악의적인 접근법이 있다.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는 권리에 기반을 둔 인간의 권리와 가치라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방법이다. 논문은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신체는 다른 정보처리 시스템처럼 기만되고 조작되고, 또는 잘못된 정보를 받아들이게 될 가능성뿐만 아니라 아예 멈추거나 파괴될 가능성 또한 갖고 있다. 전자기장, 와류, 음향 에너지 파동과 같이 신체 외부로부터 발생하는 정보 또는 전기적·화학적 자극을 통해 스스로 만드는 정보는 어느 하드웨어의 정보가 변형될 수 있는 것처럼 조종되고 바뀔 수 있다.
어떤 유형의 정보전이든 그것은 궁극적으로 인간을 다룬다. 미국의 정책은 ‘사람에 의한 것이든 자동화된 것이든’ 모든 정보 의존 시스템을 겨냥한다. 그리고 이러한 정의는 사람을 마치 정보처리 하드웨어로 인식하며 새로운 기술의 적용범위를 넓히고 있다.
《파라미터》에 실린 논문은 모스크바의 바우만기술연구소 빅토르 솔른트세프(Victor Solntsev) 박사의 연구 업적에 대해서도 논하고 있다. 그는 인간의 신체가 유기체, 또는 폐쇄계(closed system)가 아닌 개방계(open system)로 인식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스펄스의 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개방계’적인 접근은 최소 1970년대 초반까지 많은 러시아 연구자를 중심으로 주장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시각이 믿을 만한 것으로 인정되기까지 3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솔른트세프 박사는 더 나아가 전자기적ㆍ중력적ㆍ음향적 자극, 그리고 다른 자극을 통해 인간의 물리적 환경이 인간의 신체와 정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사람과 외부의 자극 사이에 강력한 보호막을 형성하는 ‘정보 잡음(information noise)’에 대한 연구도 진행했다. ‘잡음’은 집단 또는 개인의 의식을 목표로 하여 신호, 메시지, 이미지, 또는 다른 형태의 정보로 형성될 수 있다. 잡음의 목적은 목표가 되는 대상을 정보로 과부하되도록 해 더 이상 외부 자극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부하는 의사결정을 불안정하게 만들거나 행동을 바꿀 것이다.
솔른트세프 박사에 따르면 인간의 정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컴퓨터 바이러스가 최소한 하나는 개발되었다. 그것이 바로 ‘Russian Virus 666’이다. 이 바이러스는 색깔과 진동, 그리고 패턴이 섞여서 나타나는 컴퓨터 화면의 25번째 프레임에 등장하는 것으로 컴퓨터 사용자들을 최면 상태로 만든다고 보고되었다. 이러한 화면의 무의식적인 인식은 심장마비를 일으키거나 컴퓨터 사용자의 인지를 바꾸는 데 이용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어떠한 TV나 시각적인 영상 방송에서도 이용될 수 있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 U.S. News and World Report>의 1997년 7월 7일자 기사에 의하면 과학자들은 인간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 신체 외부로부터 인간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특정의 에너지 패턴을 연구하고 있다. 이 기사는 이러한 새로운 시스템에 관한 중요하고도 공개적으로 폭로된 내용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는데, 이러한 ‘폭로’는 전체 이야기의 극히 일부분에 해당한다.
이렇게 확인한 여러 정보를 조합해 우리는 이 새로운 기술의 향후 전망을 예측해볼 수 있다.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것은 가장 강력한 무기 시스템은 미묘한 에너지장의 사용을 통해 사람들을 제압하고 신체와 정신을 속여 마치 주어진 신호가 정상적이고 자연적인 것처럼 인식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은 사람들로 하여금 심각한 수준에서 방향성을 상실케 하고 ‘불가사의’한 질병에 걸리게 한다. 더 나아가 심부전이나 심각한 호흡곤란, 그리고 기타 질병들을 일으키도록 만든다.
내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구는 사생활과 관련된 것이다. 인간의 역사를 돌이켜볼 때 억압적인 독재정권은 누구나 할 것 없이 항상 “숨길 게 없다면 무엇이 두려운 것입니까? 이는 모두 당신의 안전과 보호를 위한 것입니다.”라는 문구를 표방해 왔다. 공포심은 법과 시민성의 체계를 해체하는 데 쓰였다. 사람들이 범죄자의 권리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으로 국제 마약밀매사범과 테러리스트들은 이러한 새로운 기술의 첫번째 목표가 되고 있다. 그러나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용의자를 대하는 데 있어서 무죄추정의 원칙, 정당한 법적 절차의 원칙, 공정한 변호를 받을 수 있는 원칙, 그리고 공정한 심판의 원칙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용의자의 죄의 유무를 판단할 권한은 누구에게 있는가? 우리는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가? 아니면 우리의 민주 헌법적 원리에 기반한 가치들 또한 억압적으로 형성되었음을 주장해야 하는가? 사생활과 관련된 논란은 다음과 같이 진행 중이다.
- 미국 정부는 다른 국가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전화와 팩스, 그리고 인터넷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형태의 전자통신을 감시하고 있다. 이러한 감시는 초대형 전산 체계로 걸러낸 전산 통신상의 특정 어구와 단어를 감시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의 정보기관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국내 개인정보보호법을 피하기 위해 다른 나라의 정보기관이 감시활동을 하고 해당 국가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체계의 일부는 ‘에셜론(Echelon, 1947년 미국과 영국이 독일의 통신을 도청하기 위해 만든 세계에서 가장 큰 통신 도청 시스템-역주)’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 휴대전화를 통해 개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사실 미국에서는 긴급 상황에서 위치를 확인할 수 있게 한다는 미명하에 모든 휴대전화가 추적 기능을 탑재하는 것이 의무화되고 있다. 이러한 신기술을 통해 휴대전화의 초소형 회로를 이른바 ‘몰래 마이크’처럼 사용해 휴대전화가 꺼져 있는 상태에서도 모든 대화 내용을 도청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와 동일한 추적 기능은 자동차에도 설치되고 있다.
핀란드 헬싱키에 위치한 휴대폰 메이커인 노키아 연구센터에서는 새로운 방향성 휴대전화 기지국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3킬로미터까지 퍼져나갈 수 있는 기존 휴대폰 기지국의 공유 신호 방식에서 1평방미터의 범위를 갖는 집속 빔(focused beam, 지향성이 있는 초음파 대부분의 에너지가 한 점으로 집속되는 빔-역주) 방식으로 전환함으로써 네트워크의 수용력을 세 배로 증가시킬 수 있다.5 목표에 다다를 때 적은 양의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전력 수요 또한 감소할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자. 이는 휴대전화 네트워크 시스템이 반송파 신호를 갖고 있는 특정 개인을 감시하는 데에 쓰일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 많은 도시 지역에서 ‘범죄 행위’를 감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이크로폰 픽업(픽업은 전류 신호를 소리로, 소리를 전류 신호로 바꾸는 장치-역주)을 포함한 초소형 카메라가 설치되고 있다. 이러한 감시 카메라는 수많은 주요 도시에 설치되고 있으며, 소형화와 기술 비용 감소로 전 국가를 감시하는 것이 곧 가능해질 전망이다. 감시 카메라는 시속 60마일로 달리고 있는 차량의 번호판을 자동으로 추적하고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해지고 있다.
- 잠재적인 폭력성과 다른 일탈 행동들을 예측해 적시적소에 경찰력을 투입할 수 있게 하는 정교화된 전산 체계 또한 현재 개발 중이다.
- 경찰력은 첨단 적외선 카메라와 기타 기술을 활용해 개인의 집 안까지도 감시할 수 있는 능력 또한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말 그대로 사람들의 침실과 사생활까지 엿볼 수 있다.
- 케이블 접속을 통해 텔레비전을 송신기와 수신기로 동시에 사용 가능하게 하는 것 또한 그다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며 실제로 새로운 도난 경보와 보안 시스템으로 실험되고 있다. - 사람들이 입고 있는 옷을 투시해 숨겨진 무기와 마약 등을 탐지할 수 있는 기술 또한 일부 경찰력과 군 조직에 의해 이용되고 있다.
- 범죄 행위에 가담하고 있는 한 사람의 개인을 찾기 위해 도시 전체를 도청할 수 있다는 생각을 전제로 하고 있는 이동식 도청 또한 현재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생각은 개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DNA 샘플을 채취하는 것과 수표를 현금화하기 위해서 지문을 채취하는 것과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이러한 모든 행위는 사생활에 대한 점증적인 침해다.
- 유전자의 특정 인자가 범죄 행위에 대한 향후 성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유전적 범죄 소인 연구 또한 진행 중이다. 일단 발견이 된다면 해당 개인은 범죄 행위를 하기 전에 기분을 바꿔주는 약을 복용해 신념체계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아버지 부시 행정부에서 도시 학교에 거의 도입될 뻔했다. 그러나 과학계의 반발로 4억 달러 규모의 주민 법안 발의가 무산되었다. 10년도 더 지난 지금, 범죄자의 성격 측면에서 보이는 DNA 요소가 지도자를 선출하는 사회의 불순응적 요소와 같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재조명되고 있다.
-‘의심스러운 행동의 보고’를 포함하는 은행 거래를 의무적으로 보고하는 것 또한 세계의 많은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들은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사생활을 침해하는 기술이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지에 대한 개괄적인 이해를 돕고자 간략히 소개했다.
사이코 테러리즘
‘사이코 테러리즘’이라는 용어는 모스코바 정신질환연구센터 소속이었던 러시아 작가 아시모프(N. Anisimov)가 처음 만든 말이다. 그는 사이코트로닉(Psychotronic, ‘공상과학·공포·환상·실험영화 같은 심리영화의’라는 뜻으로, 여기서는 인간의 정신에 대한 다소 음모론적인 연구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역주) 무기가 인간의 두뇌에 저장되어 있는 정보를 갈취해 컴퓨터로 보내서 해당 인간을 조종하는 데 필요한 형태로 재가공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재가공된 정보는 해당 인간의 두뇌로 다시 주입되어 주입된 정보가 자신의 것이라고 여기게끔 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환각, 질병, 인간 세포의 변이, 좀비화, 그리고 심지어는 죽음까지 일으킬 수 있는데, 이 기술은 VHF(초단파) 발전기, X선, 초음파, 그리고 라디오파를 포함하고 있다. 러시아 군대의 체르니세프(I. Chernishev) 소령은 군학술지 《오리엔티어Orienteer》의 1997년 2월호를 통해 전 세계에서 ‘심리(psy)’ 무기들에 대한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밝히고 있다. 그가 말한 구체적인 무기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 전화선, 텔레비전, 라디오 방송망, 공급 파이프, 그리고 백열전구들을 통해 강력한 전자기적 방사물을 발생시키는 사이코트로닉 발전기가 그 첫번째이다. 이러한 신호는 이 신호와 접촉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조종할 수 있다.
- 10~20헤르츠 범위에서 작동할 경우 모든 생명체에 파괴적일 수 있는 초저주파 진동을 만드는 10~150헤르츠 범위에서 작동하는 신호발생기가 그 두번째이다.
- 곤충의 중추신경계를 마비시킬 수 있는 신경계 발전기 또한 고려되고 있다. 이 연구는 곤충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동일한 효과를 얻기 위해 개선 중에 있다.
- 특별한 형태를 갖는 초음파 신호 또한 만들어지고 있다. 이 장비는 체내에서 무혈로 이루어지는 수술을 가능하게 하여 피부 위에 상처와 흔적을 남기지 않을 수 있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살인무기로도 쓰일 수 있다.
- 무선주파수 스펙트럼에서 300헤르츠부터 3킬로헤르츠까지의 대역에 해당하는 목소리 패턴을 음악에 녹음해 사람으로 하여금 무의식적으로 그 패턴을 해석하게 하는 무소음 카세트 또한 일본에 의해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 또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사용해 비슷한 유형의 ‘충격’방식으로 알코올 중독과 금연에 대처하고 있다.
- 다음은 25번째 프레임 효과다. 영화 필름이나 비디오 영상의 25번째 프레임마다 메시지를 내보내 시청자로 하여금 무의식적으로 이를 받아들이게 하고 결과적으로 그것이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게 하는 기술이다.
- 향정신제는 사람에게 최면, 행복감 또는 우울증을 유도할 수 있는 의약품으로 ‘천천히 작동하는 지뢰’라고 불리기도 한다. 향정신제를 복용하면 두통, 소음, 머릿속에서 들리는 환 환청, 어지럼증, 복강 내의 고통, 심장부정맥, 그리고 심지어는 심혈관 파괴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지금까지 소개한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현재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했고 미래의 발전 방향이 어떤지를 살펴보기 위해 이들을 간략히 살펴보았다. 이에 대한 결론은 단순한 추론이 아니라 미국과 전 세계 군 관계자와 학계의 연구자들에 의해 밝혀진 사실에 근거해 이루어졌다.
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기의 개념에 대한 논의가 종결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비밀유지 신드롬(secrecy syndrome)’이 수많은 정부의 정책기조가 되면서 인류에 반하는 기술 발전이 진행되어 왔다. 정부의 이러한 편집증적 반응은 개인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우리는 민주주의 정치 체제에서 이러한 무기와 기술 관념들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는 것에 대해 충분한 공적 토론이 이루어져야 함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체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교육을 할 것이 아니라 인류에 반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에 대해 공개적인 토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CIA의 수상한 과학
인간의 정신 조종에 대한 군의 관심은 1950년대 한국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한국전쟁 직후 본국으로 돌아온 참전용사와 포로들은 그들의 생각과 성격 측면에서 아주 이상한 행동 변화를 보였다. 군이 이들을 관찰한 결과, 북한군과 그들의 동맹군인 중국군에 의해 대규모 정신 변화가 발 발생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956년 연방의회 의사록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록되었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 포로에 대한 연구 리포트에는 보통 ‘세뇌’라는 말로 대표되는 몇몇 잘못된 개념들이 나타났다. 세뇌라는 용어는 대중의 상상력에 의해 공산주의자들이 공산주의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그 쓰임새가 엄밀하지 않게 사용되었다. 정확한 의미의 ‘세뇌’는 대상자의 과거 신념과 생각을 삭제하고 새로운 믿음을 갖도록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일련의 정신적 작용이다. 세뇌는 아주 강압적인 작업에 의해 이루어지며 보편적으로 이해되고 있는 의학윤리와는 완전히 배치된다. 세뇌 과정에서 나타나는 많은 노력은 개인의 의사와는 전혀 반대되는 것들이다. 따라서 세뇌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인간관계와 환경으로부터 세뇌의 대상자를 완전히 격리시켜야 한다.6
격리는 관타나모 수용소를 비롯해 해안에 위치한 다른 시설에서 미국 정부에 의해 많이 사용되는 방식이다.7 미국 정부는 이러한 시설에서 정식 기소, 변호인단의 도움, 공청회나 재판 또는 민법의 적용 없이 3년 6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수감자에 대한 심문을 계속하고 있다. 2006년 6월 29일 미국연방대법원은 4년 동안 지속되었던 대통령의 이러한 권력 남용을 가능하게 한 대통령령(법규명령)을 폐기하라는 결정을 내렸다.8 대법원은 부시 행정부의 이러한 권력 남용은 미국 법이 정하고 있는 권한의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제네바협약 위반이라고 판시했다.9 그럼에도 ‘테러와의 전쟁’ 하에서 수감자에 대한 이 같은 고문과
굴욕, 기타 비인도적인 행위들이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1950년대 북한에서 일어났던 사건으로 미군 관계자와 다른 관련자들은 각자 다른 이유로 인간의 행동을 조종하는 것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한국전쟁 시기에는 전쟁포로가 정보를 더 쉽게 내줄 것이라는 기대로 이러한 행동 조종 방법을 사용했는데, 이는 이후에도 군이 관심을 갖는 중요한 타깃이 되고 있다.
1950년대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고 미국 정부는 다수의 기밀 프로젝트를 통해 마인드컨트롤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1960년대 들어서면서 마인드컨트롤에 대한 관심은 인간의 뇌 안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전자적으로 통제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과거로 돌아가보면, 1952년 미국 정부는 초감각적 지각(extra-sensory perception, ESP)을 군사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연구를 적극적으로 진행했다.10 독심술(또는 정신감응)과 순간이동(초감각적 원시투시), 그 외에도 인간의 특수한 능력을 자극하는 다른 방법들을 활용함으로써 정보요원과 군의 능력이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군사적 목적과 국가적 이익을 위해 인간의 이러한 특징과 특수한 능력이 이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경쟁적으로 이루어졌다. 미국 정부의 이러한 연구 중심에는 미국중앙정보국(CIA)이 있었다. 이 같은 연구는 마인드컨트롤 분야와 밀접한 관련을 가졌고, 최근의 연구결과는 사람들이 보이는 특별한 능력을 ‘인간의 특수 능력’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과거 연구 문서를 살펴보다보면 2005년과 2006년에 공개된 CIA의 주도로 국제 테러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자행한 학대와 고문의 만행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1950년대 기록에 나타나는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미국 내의 법적 규제에서 벗어난 ‘해외 작전’을 언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 정부가 정보를 얻기 위해 저지르고 있는 만행과 관련해 자주 등장하는 주제다.
미국의 가장 초기 연구 중 하나는 블루버드(Blue Bird)라는 프로젝트로 CIA에 의해 최면과 마약 사용을 중심으로 하여 운영되었다. 이 연구는 나중에 아티초크(Artichoke)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는데,12 이 프로젝트는 수사의 효율성을 증대하고 기억상실증을 유발하며 ‘꼭두각시(또는 세뇌받은 사람)’를 만들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최면을 광범위하게 사용했다. LSD(Lysergic acid diethylamide, 강력한 환각제로 1960년대에는 비행 청소년들이 주로 복용하였지만, 1940년 대와 1950년대에는 놀라운 효능이 있는 약물로 알려져 수천 명의 정신과 환자를 치료하는 데 사용되었다-역주)와 기타 마약류가 상기의 결과를 염두에 둔 상태에서 이용되었다. 인간의 정보 처리를 통제하기 위해 심지어 엽절단술(lobotomy, 대뇌의 전두엽백질을 잘라서 시상과의 연락을 단절시키는 수술법으로 전두엽백질절제술이라고도 함-역주) 방법까지 고려되기도 했다.13 마약으로 인한 최면과 그에 대한 면역력에 대한 지식이 1955년과 1956년의 연구로 더욱 축적되었다. 이후에는 CIA가 추진한 악명 높은 MK-울트라(MK-Ultra) 프로그램 등의 후속연구를 통해 최소 1967년까지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었다.14
연구의 참여자 중 한 명이 바로 ‘유나바머(UnABomber)’로 불리는 시어도르 카진스키(Theodore Kaczynski)였다.15 카진스키는 1950년대 후반과 1960년대 초반 CIA에 의해 하버드대학에서 진행된 정신 조종 실험의 참가자였다. 카진스키를 다룬 한 언론매체의 기사는 그가 복용한 LSD와 기타 약물에 대해 설명하며, 이것이 후에 드러난 그의 문 문제점의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유나바머 사건은 미국 범죄수사 역사상 가장 길고, 또한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간 사건으로도 유명하다. FBI를 비롯해 미국 내 전 수사기관과 정보기관 요원들이 동원됐다. 그러나 그가 거주하고 있던 숲속의 은둔지를 찾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과학과 기술로 얼룩진 문명사회에 반기를 든 유나바머 카진스키가 그 좋다는 버클리대학 교수직을 박차고 집에서 머물고 있을 때만 해도 그가 폭탄 테러리스트가 될 것이라고 짐작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역주).
이 기사16는 현재 몇몇 연구자에 의해 아이와 성인들의 정신병과 연관성을 갖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는 프로작(Prozac)과 리탈린(Ritalin) 등 현대 미국의 약제 복용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 청소년의 약물 복용에 대한 문제점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지금 논의되고 있는 것과 비슷하게 초기에도 많은 논란이 있었다. 이는 1970년 9월 19일자 연방의회 의사록17에서도 잘 드러난다. 해당 공청회는 아이들의 특정 정신질환과 다른 질병들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약물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 관한 것이었다. 이 공청회는 이후 30년 동안 미국 청소년이 많은 양의 약을 복용하기 이전에 이루어졌다. 이는 다른 방법이 아닌 약물로 사람의 행동을 통제하는 프로그램으로 현재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사업으로 성장했다.
정보공개법에 근거해 MK-울트라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연구자와 연구기관의 명단을 공개할 것을 CIA에 요구하는 시도가 있었다. 이러한 요구는 대법원까지 올라갔지만 대법원은 국가안보를 근거로 CIA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결정 내렸다.
완전히 세뇌된 꼭두각시
‘꼭두각시’에 대한 아이디어는 1920년대 하버드대학의 모턴 프린스(Morton Prince) 교수 연구실에 소속되어 있던 캐나다 출신의 심리학자 조지 이스타브룩스(George Estabrooks)에 의해 처음 제시되었다. 이스타브룩스는 최면을 이용해 다중인격을 만들 수 있으며 슈퍼 스파이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19 그는 1920년대 미군에 이러한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알렸지만 처음에는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동일 분야에서 이루어진 소련의 연구를 접한 미군이 이 분야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스타브룩스의 연구는 1930년대 중반까지 기밀 사항으로 분류되었는데, 그의 기록 보관소에 의하면 이 시점부터 그가 더 이상의 연구 성과를 발표하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의 멘토인 프린스에 대한 그의 검토는 아주 흥미로우며 이는 국회도서관의 색인에서 찾을 수 있다. 1906년 프린스 교수가 출판한 《인격의 분열Dissociation of a Personality》이라는 569쪽짜리 책은 심리학의 고전으로 여겨지고 있다. 프린스는 이 책 이전에도 1885년 《정신의 본성과 인간 오토마티즘The Nature of Mind and Human Automatism》이라는 책을 출판한 바 있었다. 이스타브룩스는 최면을 사용해 완벽한 스파이20를 만들 수 있다고 믿었고, 1963년에는 다중인격을 창조해 필요에 따라 이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러한 생각은 공상과학 소설이 아닌 현실이다. 나는 실제로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른바 ‘꼭두각시’, 즉 완전히 세뇌된 사람을 만들어낼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그 후 수년 간 정부의 생체실험에 활용되었고 이로 인해 자신의 정신이 분열 되었 분열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타났다. 그들의 주장을 입증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지만 확실한 것은 이러한 프로그램들로 인해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스타브룩스는 CIA의 마인드컨트롤 사용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열리기 바로 직전인 1973년 12월 사망했다. 그는 이 분야의 전문가로서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할 확률이 높았다. 그가 냉전 기간 동안 쓴 글들은 최면을 통해 사람을 조종하는 것이 왜, 언제, 그리고 어디서 정당화될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는 등 여러 측면에서 아주 흥미로웠다. 출판물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온 그는 비난으로 코너에 몰리자 자신의 연구는 아무런 의도 없이, 순전히 생각 없이 진행한 것이라고 합리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그는 트라우마를 유도하고 사람들의 프로그램을 다시 만들면서 의도적으로 다중인격을 만들어 사람들의 인격에 균열을 일으켰다. 이러한 모든 생각은 그의 가장 중요한 책인 《최면Hypnotism》(1943년 출판, 1957년 수정)21과 《인간 정신의 미래The Future of the Human Mind》(1961)22에 잘 드러난다. 자신의 연구와 기술 사용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명시되어 있는 것처럼 이러한 기술이 군사적 목적에 의해 활용되었다는 사실 역시 《최면》 가운데 ‘전쟁에서의 최면’이라는 장에 잘 드러나 있다. 그는 또한 LSD가 인간의 정신을 연구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믿었는데, 실제로 LSD는 향후 CIA의 마인드컨트롤 프로그램에 이용된다.23
이스타브룩스의 또 다른 책인 《심령술Spiritism》(1947)24에는 최면을 통한 마인드컨트롤에 대한 그의 경험에 기반해 다중인격, 추적 인격(trace personalities), 텔레파시, 그리고 다른 초감각적 지각 현상에 대한 그의 시각이 잘 드러나고 있다. 그의 연구를 살펴보면 보고된 이러 이러한 기술들의 남용이 어떤 생각들로부터 연유한 것인지 확인할 수 있다.
실험에 대한 온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들을 실험용 쥐처럼 이용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인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얼마나 많은 독일인이 사람을 실험 대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인해 교수대의 이슬로 사라졌는가? 이와 관련해 독일인에 대한 생체실험 재판을 주도한 미국은 피험자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수천의 시민을 실험 대상으로 이용해 인권을 침해했다고 비판해 왔다. 생체실험, 다시 말해서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동의의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인간 생체실험들이 일어났다는 사실 그 자체로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제2차 세계대전, 그리고 그 이후 냉전 시기에 국방부를 비롯한 국가안보기관들은 방사능과 화학적·생물학적 연구 프로그램을 지원하거나 직접 주도했다. 현재 이러한 실험의 숫자와 실험 참여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파악되고 있지 않으며 앞으로도 밝혀지지 않을 확률이 크다. 그러나 우리는 수백 회에 이르는 이른바 화생방으로 축약되는 화학적·생물학적·방사능 실험들이 존재했다는 사실과 수천 명의 사람들이 피실험자로 이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실험들은 방사선, 수포, 신경계 약물, 생물학적 약물과 LSD 등 인체에 위험한 물질들을 이용했다. 어떤 실험의 경우에는 실험 대상자인 인간을 보호할 최소한의 장치조차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됐으며, 설사 그러한 장비가 구비됐다 해도 그것을 준수하지 않았다. 일부 실험은 비밀리에 이루어졌다. 다른 실험은 피실험자들이 실험이 가져올 위험 요소에 대해 온전하게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진행되기도 했다.
냉전 기간에는 최소 50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연방정부의 지원으로 이루어진 화학적·생물학적·방사능 실험들의 대상이 되었다.26
“미국 헤이즐 오리어리(Hazel O’Leary) 에너지부 장관은 정부가 소수민족, 빈민층, 수감자, 그리고 저능아 등 사회적으로 ‘약한’ 위치의 사람들을 냉전 시기에 방사능 실험의 대상으로 삼아왔다고 말한다. 이런 식으로 정부가 일부 시민들을 실험 대상으로 ‘소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굉장히 불쾌한 일이다.”27
실험 대상으로 정해진 사람들은 교육을 받지 못했거나 쉽게 희생당할 수 있는 이들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반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1994년의 한 신문기사에 의하면 “고아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제1차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 년 동안 디프테리아와 백일해 백신 실험의 대상으로 이용되어 왔다.”28
“최소한 50만 명의 사람들이 정부 지원으로 이루어진 냉전 시기의 방사능과 생물학적ㆍ화학적 실험에 이용되었다고 한 의회의 소속기구가 발표했다. 1940년부터 1974년까지 진행된 실험들 가운데는 방사능 실험을 비롯해 머스터드(겨자) 가스와 LSD 등을 이용한 생물학적ㆍ화학적 실험들이 포함돼 있다.”
거대한 거짓말에 깔려 있는 논리적인 핑계
정부는 위법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주로 공공 치안의 논리를 언급한다. 평화를 위한다는 그럴듯한 논리를 앞장세워 법을 희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1998년 12월, 윌리엄 코헨(William Cohen) 국방부장관은 실험 명목으로 그동안 억압을 정당화해온 논리에 대해 아주 흥미로운 관찰을 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테러를 막을 수 있는 최선의 억제책은 누가 테러를 꾸미고 있고, 누가 테러에 필요한 자원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어디서 조달받고 있는지, 누구와 음모를 꾸미며, 어떠한 계획을 꾸미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는 일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테러가 일어나기 전에 그들을 막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정보수집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이는 우리 헌법이 보호하는 국민 개인의 사생활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그리고 이러한 양자 간의 긴장 또는 자유에 대한 요구와 법과 질서에 대한 요구 간의 조화는 모든 자유 사회에서 나타날 것이다.
또한 우리 모두가 참여해야 하는 지속적인 균형의 문제도 존재한다. 이는 미국 정부의 시각이 아니라 전적으로 나의 생각으로, 폭탄이 터지기 시작한다면 사람들은 자신들을 보호해주길 요구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유의 일부를 포기할 의향이 있다. 그러나 전제되어야 할 것은 우리가 보호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우리의 의사가 21세기에서 일어나고 있는 우리가 받을 보호와 우리가 누릴 기본적 자유 간의 헌법적 긴장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다.30
코헨 국방부장관은 이러한 생각이 미국 정부의 입장이 아니라 자신의 개인적 의견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이러한 개인적 의견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를 움직일 수 있는 대통령에 이어 제2통수권자의 입장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발언을 통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거짓말들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정부의 고위 관계자가 자신들이 보호해야 할 국민의 권리와 안전을 얼마나 쉽게 침해하고 그것을 너무나 쉽게 정당화하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애국자법(The Patriot Act)이 도를 넘는 이러한 행위의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애국자법은 미국의 테러방지법으로 9ㆍ11테러 이후 테러 및 범죄수사에 관한 수사의 편의를 위하여 시민의 자유권을 제약할 수 있도록 새로 제정되었다. 정식 명칭은 테러대책법이며, 2001년 10월 26일 대통령 부시가 서명함으로써 성립되었다. 수사당국에 의한 도청의 권한을 대폭 확대하는 등 당국에 유례없이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역주). 이 법은 수백 개의 지방자치단체와 주정부가 반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테러에 대한 전쟁’을 명목으로 애국자법과 비밀리에 이루어지는 재판을 통해 헌법에 위반되는 다수의 행동들을 승인하고 있다. 테러를 포함한 외부에 대한 공포심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헌법은 그 권위와 지위를 상실해 나가고 있다.
누가 인간을 조종하는가 중에서
교보eBook에서 자세히 보기 :
https://ebook-product.kyobobook.co.kr/dig/epd/ebook/4808994025476?auth_token=EF44DDCC11FE4AD6B6F8E876A54915651567855547932&appLink=And&sAppYn=N&sPreloadYn=N
첫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