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이동 경로 백수해안도로 - 자동차 11분 8km - 백제불교최초도래지 - 자동차 9분 4km - 미르목장 - 자동차 24분 22.5km - 불갑사 - 자동차 36분 27km - 칠산타워
영광대교가 바라보이는 백수해안도로 전망대
예부터 “조기도 칠산바다 물을 먹어야 알을 밴다”고 했다. 참조기의 최대 산란지였던 영광의 칠산
바다는 해마다 4월이면 조기 울음소리로 밤잠을 설칠 만큼 황금어장을 이뤘다. 오죽하면 “영광 법성으로 돈 실로 가세”라는 뱃노래까지 전해질까. 그러나 무분별한 포획과 갯벌 매립 등으로 어장이 황폐해지면서 서해 제일의 포구라는 명성이 지나가버린 ‘영광’이 되었다. 풍요롭던 조기떼는 사라졌지만 바다는 황금빛 노을로 서글픈 마음을 위로했다. 옛 시절을 향한 애틋한 그리움은 불갑사 앞마당에 붉은 상사화를 피워냈다. 덕분에 이 가을, ‘영광’은 다시 시작되었다.
가을 낭만을 달리다, 열린관광지로 거듭난 백수해안도로
칠산바다를 가장 드라마틱하게 즐기는 방법은 백수해안도로를 따라 걷고 달리고 가끔 멈춰 바라보는 것이다. 느긋한 해안선을 따라 서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푸른 바다와 그림처럼 떠 있는 섬, 생명력으로 가득 찬 갯벌, 아담한 포구가 지루할 새 없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무려 17km에 달하는 이 해안도로에는 곳곳에 주차장과 전망대, 걷기 좋은 산책로도 자리한다. 사진 찍기 좋아하는 이들은 노을전시관 앞 대신등대와 칠산정에서 보는 돔배섬을 백수해안도로 최고의 포토 포인트로 꼽는다.
하지만 이 외에도 6개 전망대 모두 각기 다른 풍경을 펼쳐놓고,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손에 닿을 듯 가까운 바다가 특별한 매력을 더한다. 그러니 어디서든 마음을 움직이는 풍경 앞에 멈춰 서면
그만이다. 비교적 주차공간도 여유롭고 대부분의 전망대와 쉼터엔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 경사로도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칠산정과 일부 해안전망대는 계단으로만 연결돼 휠체어 이용이 어렵다.
돔배섬이 보이는 쉼터
백수해안도로 전망대
전망대에서 본 칠산바다
대신등대와 마주한 전망대
칠산정에서 본 해안도로 풍경
걷기 좋은 산책로
바다와 가까워지는 해안전망대
칠산정 전경
칠산정 장애인주차장과 화장실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하는 칠산정
백수해안도로의 절정은 해질 무렵이다. 바다와 하늘을 온통 붉게 물들이던 태양이 마침내 하루의 빛과 시간을 집어삼키는 순간, 웅장하면서도 처연한 감동이 해안도로를 따라 밀려든다. 노을이 가장 아름다운 10월엔 축제도 열린다. 백수해안도로 노을축제는 노을전시관을 중심으로 다양한 공연과 체험프로그램을 선보인다.
특히 노을전시관은 지난 2018년 열린관광지로 선정되면서, 장애인과 노약자 등을 위한 다양한 편의시설을 마련했다. 덕분에 누구나 편리하게 전시관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주출입구는 물론 2층 전망대까지 경사로를 설치해 휠체어나 유모차 진입이 가능하고, 야외 매점에도 경사로와 핸드레일을 설치해 접근성을 높였다. 단차 없는 휴게공간과 휠체어 진입이 가능한 테이블, 안전보행통로가 설치된 장애인주차구역 등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특히 산책로 구간에 유모차 이용자나 휠체어 이용자도 해안을 조망할 수 있도록 강화유리로 ‘열린창’을 설치한 것이 눈에 띈다. 덕분에 키 작은 아이들까지 탁 트인 전망을 즐길 수 있었다. 전시관
주변, 아름다운 바다 전망을 자랑하는 카페는 잠시 걸음을 쉬어가기에 좋다.
영광대교 일몰(영광군청 제공)
대신등대 일몰(영광군청 제공)
백수해안도로 노을축제(영광군청 제공)
열린관광지로 선정된 노을전시관
경사로 안내판
전시관 2층으로 가는 외부 경사로
경사로 점자스티커
경사로와 핸드레일이 설치된 매점
노을전시관 장애인주차장
장애인주차장과 연결되는 안전 보행통로
백수해안도로 안내판
단차를 없앤 외부 휴게공간
열린창이 설치된 산책로
누구나 전망을 즐길 수 있는 열린창
바다전망을 자랑하는 카페
바다 전망 카페에서 쉬어가기
마라난타의 첫 걸음, 백제불교최초도래지
칠산바다의 중심지는 단연 법성포다. 고려 때 이미 세금으로 거둬들인 곡식을 저장해 궁궐로 올려 보내는 조세창고가 있었고, 조선시대엔 팔도에서 가장 큰 조창으로 번성했다. 어마어마한 양의 세곡을 보호하기 위해 수십 척의 배와 수천 명의 수군이 주둔하면서 서해안 최고의 군사 요충지로 꼽혔다. 그런데 부처의 가르침을 뜻하는 법(法)자와 성인, 또는 성스럽다는 의미의 성(聖)자가 포구 이름 치고는 거창하다 싶다. 법성포 이전엔 아무(阿無)포로 불렸다는데 자연스레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떠올리게 한다. 백제불교최초도래지에 가면 이 같은 궁금증이 단번에 풀린다.
백제 침류왕 1년(384년) 인도의 승려 마라난타가 이 땅에 첫 발을 내딛는다. 그가 어떤 경로를 통해 백제에 불교를 들여왔는지는 정확하지 않으나, 학자들은 법성포를 통해 연안을 거슬러 당시 도읍지였던 한산(지금의 경기도 광주 일대)으로 이동했다고 주장한다. 법성포 주변에 남은 다양한 불교 관련 지명도 그렇거니와 부처를 모신 첫 번째 사찰을 의미하는 불갑사 역시 마라난타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이런 역사적 주장에 뿌리를 두고 법성포 입구에 백제불교최초도래지가 조성됐다.
그렇지만, 으레 떠오르는 불교적 풍경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마라난타가 인도 서북부 간다라 출신이라는 점에서 착안해 당시 건축양식을 그대로 재현했기 때문. 유물관에선 해당 지역에서 건너온
진귀한 문화재를 만날 수 있다. 갸름한 얼굴과 깊은 눈매, 오뚝한 콧날 등 서구적인 외모의 불상과 그리스·로마의 조각상을 떠올리게 하는 옷차림이 낯설면서도 흥미롭다. 전시관 규모가 크진 않지만 해설을 요청하면 백제 불교의 원류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마라난타존자상 뒤편에 설치된 노약자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내리막길을 따라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으며, 전시관과 화장실 등 주요 시설 출입구과 관람로에 경사로가 설치돼 휠체어 접근도 용이하다
이국적인 풍광의 백제불교최초도래지
간다라 양식의 사원
독특한 모양의 탑원
마라난타의 생애를 설명하는 해설사
백제불교의 전래과정을 설명하 는 해설사
간다라 유물관 전경
서구적인 외모의 간다라 불상
전시관 입구 경사로
전시관에 비치된 휠체어
노약자용 엘리베이터
관람로 곳곳에 설치된 경사로
법성포에서 맛보는 굴비정식
바닷바람에 말린 굴비
녹차물과 잘 어울리는 보리굴비
목장체험의 끝판왕, 미르목장
영광엔 굴비만 있는 게 아니다. 건강한 젖소에게서 갓 짜낸 신선한 우유로 만든 요구르트와 치즈도 일품이다. 젖소에게 건초를 먹이고 정성들여 젖을 짜고 치즈커드를 쭉쭉 늘여 스트링치즈를 완성하는 일련의 과정을 직접 체험하면 그 맛은 배가 된다. 법성포에서 자동차로 5~10분 거리에 자리한
미르목장은 다채로운 낙농체험 프로그램으로 관심을 모은다. 다른 목장에선 체험하기 어려운 젖 짜기를 비롯해 소금의 흡열반응을 이용한 우유아이스크림도 만들 수 있다. 무엇보다 단체 중심으로 운영되는 체험목장들과 달리 이곳에선 개인체험도 활발하게 운영된다.
미르목장 치즈 만들기 체험
치즈커드 늘이기
직접 만든 스트링치즈 샐러드
토끼 먹이주기 체험
목장 둘러보기
송아지 우유 먹이기
젖소 건초주기 체험
좁고 가파른 진입로를 따라 목장으
로 들어서면 체험에 앞서 전신 소독이 이뤄진다. 첫 번째 프로그램은 치즈 만들기로, 스트링치즈
특유의 쫄깃함을 더하기 위해 국수를 뽑듯 여러 번 치즈커드를 늘이고 합치기를 반복한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손자가 힘을 합하여 완성한 치즈는 그 자리에서 샐러드와 함께 맛볼 수 있다.
다음으로 앞마당에 무성한 토끼풀을 한 줌 꺾어 토끼들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이 이어진다. 다음 안내에 따라 태어난 지 한 달 정도 된 송아지에게 우유를 먹이고 젖소들에겐 건초를 준다. 이곳에선
영광의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친환경 청보리를 젖소들에게 먹인다. 덕분에 하루 평균 1,000리터의 맛있고 영양 가득한 우유를 얻는다. 다시 한 번 손을 소독한 후 젖 짜기 체험이 이뤄지는데, 어르신들은 난생 처음 만져보는 젖소와 갓 짠 우유의 따뜻함에 신기함을 감추지 못한다.
다음으로 피자 만들기에 도전! 미리 반죽된 잡곡도우를 늘여 갖가지 야채와 치즈를 올린 후 오븐에 넣으면 금세 피자 한판이 완성된다. 직접 만든 피자로 든든하게 배를 채운 후에는 우유아이스크림 만들기다. 피자체험은 오전시간을 이용하면 점심을 대신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설명을 듣는 어르신들
우유 짜내기
피자 만들기 체험
한 끼 식사가 가능한 피자
우유아이스크림 만들기
나눠서 맛보는 우유아이스크림
가을은 붉다, 불갑사
영광의 가을은 불갑사 꽃무릇이 있어 더욱 붉고 아름답다. 매년 9월 중순을 전후로 만발하는 꽃무릇은 가녀린 꽃대 위에 왕관처럼 올라앉은 화려한 꽃송이가 꽤 요염하다. 한 송이만으로도 눈길을 사로잡지만 군락을 이루면 빨간 융단을 깔아놓은 듯 눈부시다. 고즈넉한 사찰과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꽃이지만, 그 뿌리에 독성이 있어 나무기둥이나 탱화 등에 좀이 슬고 벌레가 꾀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 꽃과 잎이 따로 피고 돋는다 하여 상사화로도 불리는데, 가을이면 불갑산 상사화축제도 열린다. 지난 태풍으로 꽃대가 일부 쓰러지긴 했으나, 시련을 딛고 피워낸 꽃은 더욱 붉다.
불갑사의 만발한 꽃무릇(영광군청 제공)
부도탑 주변의 꽃무릇(영광군청 제공)
꽃무릇을 감상할 수 있는 정자(영광군청 제공)
불갑사의 다양한 상사화
상사화에 올라앉은 나비
법성포에 첫 발을 내딛은 마라난타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불갑사는 정확한 연대를 추정할 유물은 없으나 다른 사찰에선 보기 힘든 독특한 장식들이 눈길을 끈다. 대웅전 지붕 한가운데 툭 튀어나온 스투파(Stūpa), 화려한 모양과 색감을 자랑하는 꽃창살, 측면으로 모셔진 삼불상이 바로 그것. 스투파는 부처의 사리를 봉안하는 일종의 사리탑으로 태국 등 남방불교권에서 보이는 특징이다. 주전불이 석가모니불임에도 남쪽을 바라보도록 배치한 것 또한 남방불교의 양식일 거란 추측이다.
고려 때 500여 칸에 이를 만큼 번성했던 사찰은 지금 오붓한 규모만이 남았다. 그러나 꽃무릇 만발한 산책로와 다양한 포토존, 여기에 산림박물관까지 볼거리를 더하며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산책로 대부분이 완만한 평지고 불갑사 대웅전까지는 경사로가 이어져 어르신들은 물론 휠체어 이용자도 부담 없이 돌아볼 수 있다. 성보관 입구에도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으나 전시관 내부는 신을 벗고 들어가야 해서 휠체어 접근에는 한계가 있다. 산림박물관도 주출입구에 단차가 없고 관람동선을 따라 경사로가 이어진다. 장애인화장실도 깨끗하게 관리돼 관광지 입구보다 이곳의 화장실 이용을 추천한다.
불갑사 입구
불갑사 대웅전
불갑사 경내 배롱나무
측면으로 모셔진 삼존불
화려한 모양과 색감의 꽃창살
경사로가 설치된 불갑사
성보관 입구 경사로
성보관 내부
평탄한 산책로
불갑사 내 포토존
산림박물관 전경
산림박물관 내부
불갑사 부근 보리밥 정식
새로운 노을 맛집, 칠산타워
전남에서 가장 높은 111미터의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칠산타워는 영광의 새로운 해넘이 명소로
인기를 모은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서해의 아름다운 섬과 여유로운 포구 풍경, 무안의 도리포까지 한 번에 연결하는 칠산대교의 유려한 곡선까지 더해져 칠산바다의 매력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기
때문. 전망대 일부 구간엔 바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강화유리를 설치해 아찔한 재미가 있다.
관람객들이 쉬어갈 수 있는 작은 카페와 함께 1층엔 영광의 대표 특산물인 보리새우를 비롯한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수산물판매센터도 자리했다. 주출입구에 단차가 없고 전망대까지 엘리베이터로 이어져 유모차 이용자나 휠체어 이용자들도 탁 트인 바다 전망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또 향화도 선착장이 함께 자리해 낙월도와 송이도 등 보석 같은 섬들도 만날 수 있고, 타워 주변으로 수심이 깊고 조류가 빨라 망둥어와 삼치, 숭어 등 바다낚시를 즐기기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