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같은 하루를 맞아
오늘이 절기상 소설이라고 출근길 오늘의 날씨가 알려준다.
첫눈이 내리는 소설? 흠흠 오늘이 그 小雪이라고...
입동이 엊그제 같은데 첫눈이 내리는 소설로 시간은 흐른다.
시나브로 계절은 겨울의 문턱을 넘고 있다. 이제 조금만 더 지나면
대설이고 동지다. 동지를 지나면 한 해가 저물고 새달력을
펼치면 소한,대한 어쩌고...... 흠흠 시간 참 빠르구나.
그러고 보면 우리 조상들은 어찌 철마다의 절기를 알고 사셨을까?
생각이 든다. 그것은 아마도 그 시대가 농경사회였기에
가능하였겠지만 태양의 흐름을 좆아 달의 차고 기움이나 하늘의
별자리를 보며 한 해의 운을 보았다 하지 않는가.
얼마 전 시골집에 들렀다 우연히 이문열 씨의 소설 시인과 도둑
을 가방에 넣고 집으로 와 읽고 있다. 1992년작이니 내가 대학
이 학년 시절 마산의 어느 서점에서 샀던 모양이다. 색이 바랜
페이지를 펼치며 책 속의 이야기 보다 그 시절의 나의 모습을
떠올려 보며 그 시절 나는 무엇을 하고 살았나? 나는 무슨 고민을
하며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느 술집을 싸돌아 다녔나? 등등
꼬리의 꼬리를 물며 과거와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시인과 도둑은
이문열 소설의 베스트셀러는 아니지만 이 소설을 토대로 시인이라는
소설을 완성한 것으로 아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이야기는 이렇다. 시인이 길을 가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도적떼의 소굴로 시인이 도적의 우두머리와 만나 세상을 뒤엎을
순진한 역모를 꾸미는데 시인이 제시한 사상이 외려 적대세력
을 자극하여 그들이 집결하는 계기가 되고 결국 그 역모는
허망하게 실패하며 시인은 다시 정처 없는 세상을 떠돌며
후일담으로 시인의 아들과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그 이후의
시인의 삶을 전하며 소설은 끝난다.
문제적 주인공이 세상과 맞서 싸우지만 결국 세상을 이기지 못하고
실패하는 이야기라 이 소설은 비극적 서사를 지닌다. 아무리 좋은
생각이라도 그게 현실과 맞지 않다면 그 생각은 말짱 도루묵이다
라는 게 작가의 논리다.
그러나 나는 주인공이 시대를 잘못 타고난 것일 뿐 주인공이 지닌
사상이 그 시대에 씨를 뿌리고 열매를 맺었다면 세상은 또 어떻게
변했을까 생각을 해본다.
내가 사는 이 세상은 또 어떤 시인들과 도둑들이 살아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