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후생연금 931원 피해자 정신영 할머니도 ‘봉선화’ 관람…
“일본의 양심으로 인권유린 고발”...24일 연극 ‘봉선화Ⅲ’ 광주 공연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문제를 고발하는 연극 ‘봉선화Ⅲ’ 공연이 24일 오후 3시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 대극장에서 막을 올릴 예정인 가운데,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소송에 참여한 원고와 유족들도 연극을 관람할 예정이다.
연극 ‘봉선화Ⅲ’는 일제강점기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로 동원된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인권유린 실태와 기나 긴 명예회복 투쟁을 정면으로 다룬 연극으로, ‘나고야 미쓰비시·조선 여자 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나고야소송지원회)과 연극단체 ‘아이치·현민의 손에 의한 평화를 바라는 연극모임’ 2개 단체가 합작해 만든 작품이다.
연극 ‘봉선화’는 1999.3.1. 일본정부 및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후 다툼이 한참 진행되고 있던 2003년 일본 사회에 근로정신대 문제 실상을 알리는 한편 인권회복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처음 제작됐다. 2003년 나고야에서 처음 무대에 오른 뒤, 2022년 9월 나고야공회당에서 두 번째 무대에 올라 이틀간 약 900여명의 시민들이 관람해 잔잔한 반향을 불러 모았다. 이번 광주 공연은 세 번째이자 첫 해외 공연.
■자비로 광주공연 추진...일본의 주장 정면 반박
연극은 근로정신대로 동원되게 된 경위, 미쓰비시 공장에서의 강제노동과 인권유린, 지진과 공습에 의한 피해, 한국 사회에서 위안부로 잘못 알려져 심적 고통을 겪어야 했던 피해자들의 실상을 보여준다. 이어 뒤늦게 피해자들의 사연을 알게 된 일본 시민들이 피해자들을 수소문해 일본정부와 미쓰비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명예회복 투쟁에 나선 과정을 사실을 바탕으로 표현한다. 특히 2018년 한국 대법원 판결에도 이를 부정하고 있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110분)
이번 공연을 위해 2박 3일(2.23~2.25) 일정으로 광주를 방문하는 인원은 공연단 23명을 포함해 모두 47명으로, 공연단을 제외한 나고야소송지원회 회원 등 일반 참가자도 24명이나 된다. 이들은 광주문화재단이 지원하는 공연단(23명)의 2박 3일 광주 체류비와 홍보비 등 일부 비용을 제외하고, 왕복 항공료를 포함한 모든 비용은 공연단과 참가단의 자부담이다.
공연단은 일부 아마추어 연극단 배우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학생, 직장인, 퇴직자 등 순수한 일반 시민들이다. 이 시기를 택한 것도 방학 기간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학생은 모두 4명으로 올해 중학교 3학년 1명,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1학년 1명, 고등학교 2학년 1명, 올해 대학 2학년 1명 등이다.
일반인 참가자들 중에는 38년 전인 1986년부터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문제를 추적하며 소송 지원활동을 펼쳐 온 공로로 2017년 광주광역시로부터 ‘명예시민증’을 받은 나고야소송지원회 다카하시 마코토(高橋信.81세) 대표와 고이데 유카타(小出裕.82세) 사무국장이 눈에 띈다.
다카하시 마코토 대표는 도난카이(東南海) 지진 희생자 유족을 찾아 1988년 처음 한국을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이번 한국 방문이 123번째다. 고이테 유카타 사무국장은 양금덕 할머니, 정신영 할머니 등 근로정신대 피해자의 후생연금 기록을 추적하여 2018년 대법원 승소 판결에 결정적인 밑돌을 놓았다.
일본 지원단체 ‘나고야소송지원회’는 2022년 가을 나고야에서 두 번째 봉선화를 공연한 뒤, 그해 12월 광주를 방문해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출신 지역인 광주에서 봉선화를 무대에 올리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광주문화재단은 이 공연이 갖는 의미를 감안해 지난해 3월 <나고야소송지원회>,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과 3자 간 문화예술교류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소송 원고들도 공연장 찾아...5.18묘지 김혜옥 할머니 묘소 방문
이날 공연에는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소송에 나선 원고와 그 가족들도 참석해 관람할 예정이다.
2022년 일본연금기구로부터 후생연금 탈퇴수당금 명목으로 931원을 농협 계좌로 받은 정신영(鄭信榮.1930.2.19.) 할머니도 이날 노구를 이끌고 공연장을 찾는다. 정 할머니는 나주대정초등학교(현 나주초등학교) 졸업 후 1944년 5월경 양금덕 할머니 등과 함께 미쓰비시 공장에 끌려갔다. 2020년 1월 광주지방법원에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지난 달 18일 승소했지만, 미쓰비시중공업이 항소한 바 있다.
지난해 유족으로 소송에 나서 12월 28일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한 원고 이경자(李敬子.1943.2.19.) 할머니, 오철석(吳哲錫.1936.11) 할아버지도 이날 참석할 예정이다. 이경자 할머니는 나주에서 동원돼 도난카이 지진에 사망한 최정례(崔貞禮)의 조카며느리로 다카하시 대표가 1988년 8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처음 만난 유족이다. 오철석 할아버지는 도난카이 지진에 사망한 목포 산정초등학교 졸업생 오길애(吳吉愛)의 동생이다.
이 외에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양금덕 할머니 대신 가족들과 일본 소송 원고로 참여한 고 김혜옥 할머니의 유족 안호걸(1965.8)씨도 극장을 찾을 예정이다.
무료 공연으로 추진되는 이번 공연은 일찍이 500석이 조기에 마감됐다. 공연 후 저녁 6시부터는 한일 양 시민단체 회원들과 출연진 등이 참여한 가운데 교류회가 열릴 예정이다.
봉선화 출연진은 25일 인천공항으로 출발하기 전 오전 국립 5.18묘지를 찾아 헌화한 뒤, 고 김혜옥 할머니 묘소(6-67)도 돌아볼 예정이다.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김혜옥 할머니는 80년 5.18 항쟁 기간 시장을 보러 가던 중 금남로 한일은행 앞에서 계엄군이 시민을 구타하는 모습을 보고 항의하다 부상을 입었는데, 국립5.18민주묘지는 때마침 ‘기억해야 할 이달의 5.18 유공자’로 김혜옥 할머니를 선정했다.
한편, 나고야소송지원회는 이번 광주공연에 이어 내년 2월에는 연극 봉선화를 도쿄에서 무대에 올린다는 계획으로 현재 공연 장소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전남지역 38개 기관, 시민사회단체는 이들을 환영하는 현수막 제작에 힘을 보탰으며,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공연 후 자발적 감동후불제로 모아진 응원 성금을 모아 도쿄 공연을 추진 중인 ‘나고야소송지원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문의: 062-365-0815
2024년 2월 22일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나카토시오(なかとしお)
(대본·연출)
(1) 연령
74세 (1949년 3월 12일생)
프리랜서 연출가, 극작가, 배우. 일본 연출자 협회 회원.
대학시절부터 연극활동을 시작하여, 「아이치·현민의 손에 의한 평화를 바라는 연극모임(약칭·평연회)」 등, 몇 개의 극단에 관계하면서, 현재는 프리랜서 연극인으로서 연극활동을 계속하고 있음.
(2) 봉선화 연출 계기
2018년 '한국 대법원 판결'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일본 정부의 대응, 그것을 앵무새처럼 그대로 보도하는 일본 언론, 사태의 본질을 보지 않는 일본 국민의 여론에 위기감을 느껴 참여하게 됨.
(3) 바람
2022년 9월 나고야 공연에 이어 그 속편이 광주에서 실현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1년 반 간격이 빈 것이나, 출연자도 바뀌거나 하는 것도 있었지만, 좋은 무대를 뵙고 싶다고 배우 모두 필사적으로 연습을 쌓아 왔습니다.
광주 시민 여러분과 함께 무대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출연자·스태프 일동,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무토 요코(武藤 陽子)
(극중 양금덕 역)
●1964.6.19생 (59세)
●아이치현 고등학교 교직원조합에 근무
●극단 ‘명예(名芸)’에 소속
● 참가의 계기
나고야지방법원에서 ‘정신대 소송’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1999년 3월에 제가 취직한 아이치현 고등학교 교직원조합 집행위원장이 「지원하는 모임」의 타카하시 마코토(高橋信)씨였습니다. 취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다카하시 씨로부터 '근로정신대를 극단 ‘명예’의 쿠리키(栗木. 네이버 파파고로 번역한 것이어서 이름이 정확한 지 불분명) 씨의 대본으로 연극으로 만든다'고 들었습니다. 극단 명예는 제가 소속된 극단입니다. 다카하시 위원장이 공들여 관련 되어 있는 것을, 소속 극단의 쿠리키씨가 대본을 쓰고 연극으로 만든다는 이 우연에, 특별한 인연을 느꼈습니다. 저에게는 이 인도가 '필연'이라고 생각되어 출연자로서 협력하고 싶다!라고 강하게 생각한 것이 계기입니다.
●양금덕씨를 연기하며 느끼는 것
아직 14세인 아이에게 일본이 국가 정책으로 저지른 강제 연행은 전쟁 범죄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강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미쓰비시가 그녀들을 심하게 차별하고 무임금으로 일하게 한 것, 이는 강제노동의 '노동'이라는 이름도 할 수 없는 처사였고, 미쓰비시가 조선의 소녀들을 '노예'로 취급했다는 것입니다.
일본과 미쓰비시는 왜 사과할 수 없는가! 내 딸이, 손녀가, 엄마가, 내가 그런 처사를 당하면 어떻게 생각하나?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시대나 시효, 정치적 해결이 끝났다는 핑계를 들고 나와 자신에게 빗대어 생각하는 것에서 도망쳐서는(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이나 한국이 자주 사용하는 '미래지향', '역사를 극복한다(뛰어 넘는다)'라는 말도 저는 속임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속임수'에 구역질이 나요. 과거를 사과하지 않고서는 '미래지향'도 '역사를 극복한다(뛰어 넘는다)'도 할 수 없습니다! 미래를 책임질 젊은이들의 배움을 위해서는 돈을 내지만(한국 유학생들을 위해 장학금 명목으로 돈을 내지만) 원고에게는 돈을 내지 않는다. 경제협력을 위해 막대한 돈을 내지만 원고 개인에게 배상하지는 않는다는 일본의 자세에 배상금을 내면 한국에 대해 지게 되니까 배상이라는 말은 입이 찢어져도 하지 않는다는 우리나라(일본)의 추한 모습이 보입니다. 그것은 아직도 계속되는, 한국 사람들에 대한 일본의 차별 근성의 노골적인 모습입니다.
이 연극으로 양금덕씨의 고난을 겪고, 제가 사는 일본이라는 나라가 전쟁 전에도 전쟁 중에도 현재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질 수는 없어요.
●바램
광주에서 공연을 하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고, 이 공연을 계기로 운동을 발전시키고, 미쓰비시(三三菱)와 일본(日本)에 사과를 시키는 것.
일본 미츠비시중공업 본사의 사원 전원에게 이 연극을 볼 수 있게 해, 직원 개개인의 마음을 흔들고 싶습니다.
한국의 미쓰비시중공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한국의 정치인에게 보이고 싶습니다. 연극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하고 싶습니다. 아래에서 위로 무브먼트(운동, 변화)를 일으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