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경고 대 수원공고
일시 : 11월 10일(일) 12시 00분
장소 : 거제종합운동장(천연)
결과 : 2 대 2 (3 PK 2) 승리
전반 0 대 1 (실점 01분)
후반 2 대 1 (득점 13분 손기련(도움-김태훈), 33분 김태훈, 실점 34분)
출전선수
선발 : GK 문경건
DF 박재우 김경수 손기련 류영환(전25 손정우)
MF 신동원(HT 최병찬) 김승주 임준규 박성우
FW 김태훈 정솔빈
밤새워 세차게 창문을 두드리던 빗소리를 자장가삼아 설핏 선잠에 들었는가 싶더니 어느덧 베란다 넘어로
수증기 머금은 희뿌연 여명이 밝아옵니다...
모교 축구 경기를 기다리는 마음은 초등시절 봄,가을소풍을 기다리는듯 언제나 설레입니다...
피곤에 절은 노곤한 몸을 겨우 추스리고 들어오신 어머니를 재촉해 김밥을 말아달라고 재촉하던 철부지 어린시절..
소풍가방에 김치대신 맛있는 김밥이 들어있는 도시락을 껴안으며 행복에 겨워 새근새근 잠든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 녀석은 커서 나같은 고생은 하지 말아야할 텐데' 하는 기도섞인 주문을 읇조리며 고단한 몸을 누이시던 어머니..
돌이켜보면 지금의 내나이보다 훨 젊으셨지만 '엄마'라는 원초적인 포근한 위대함이 새삼 밤새워 내린 깊어가는 가을비속에 아련히 젖어옴을 느낍니다...
'엄마'...
'모교(母敎)'...
사랑하는 모교 '나의 경남상고(부경고)'...
2009년 첫 스타트를 끊은 이래.. 올해로 5회째를 맞는 고교축구 최고 권위의 왕중왕전..
2회, 4회 최초의 두번째 우승을 일구어낸 부경고를 명실상부 고교축구 최강자로 자리매김하게한 고마운 대회...
어쩌면 부경고를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좋을 '왕중왕'을 향해 '2013 부경고 전사'들의 처절한 투혼이 거제의 푸른 들녘을 샛노랗게 물들이며 깊어가는 가을을 살찌웁니다...
지난 3경기..
64강 서울 남강고..
32강 경기 신한고..
16강 대전 유성생명과학고..
'부경고'라는 이름만으로 주눅들어 일찌감치 공성전(攻城戰)전술을 펼치는 상대의 극단적인 수비전술...
(적의 견고한 성(城) 공략하기 위해서는 적보다 최소 3~5배의 병력이 필요하다 합니다...from 손자병법...ㅋ)
힘겨운 혈투끝에 수문장 문경건의 탁월한 방어와(64강 남강고전 승부차기)...
선봉장 정솔빈의 환상적인 시저스킥(32강 신한고전)...
그리고 캡틴 손기련의 절륜의 집중력(32강 유성생명고)이 상대의 필사적인 방어벽을 무너뜨리며 8강고지까지 부경고를 견인해 냅니다...
오늘 상대는 박지성의 모교 '수원공고'...
일찌기 올 봄 김해(청룡기) 벌판에서 일합을 겨룬바 있던 경기권의 맹주(盟主)..
전날 동일권역의 용호고를 상대로 후반 10분 조재완(13번)의 결승골로 용호고를 넉다운시키며 전통의 힘을 보여줍니다..
전반전
겨울의 초입을 알리듯 제법 차가운 된바람이 견내량건너 회색으로 바래진 잔디를 따갑게 스치웁니다..
지난 3경기와 달리 최병찬대신 정솔빈이 스타팅으로 나섭니다..
수원공고의 선축으로 시작된 경기...(4.3.3전형)
하지만.. 그동안 상대의 수비전술에 익숙함일까...
1분여만에... 불의의 일격에 너무나 쉽게 선취골을 허용한 부경고...ㅠ.ㅠ
뜻하지않은 상대의 카운터펀치에 부경고 선수들의 발걸음은 천근만근 더욱 무거워집니다...
반면 한쪽 성벽문을 허무는데 성공한 수원공고의 날카로운 공격은 경쾌하게 부경고의 허점을 날카롭게 파고들어오며
기세를 올려가고..
수세의 부경고의 둔탁한 공격은 상대의 2선에서의 압박수비에 번번히 차단당하며 답답한 흐름을 이어갑니다..
25분...흐름을 되돌리기 위한 부경고 벤치가 첫번째 카드를 꺼내듭니다(류영환->손정우 교체)..
교체카드가 힘을 받아서일까....
1분 뒤 부경고는 김승주가 중거리슛을 쏘아올리며 첫 슈팅을 기록합니다...
수원공고는 전날 격전의 후유증을 추스릴 겸 선취골의 여유를 빌미로 포백라인을 최대한 끌어내리며
날카로움이 무뎌진 부경고의 공격을 효율적으로 방어해내며 안정적인 수비위에 발빠른 삼각편대를 활용한
역습으로 한결 여유있는 경기운영을 선보입니다..
30분..상대 진영 중앙을 돌파해 들어간 정솔빈의 패스를 이어받은 김태훈이 아크 왼쪽에서 오른발로 인사이드
슈팅을 때리지만 반대편 포스트를 비켜나 버립니다...
수원공고의 쳐진 포백라인이 독이 되어서일까...
전반 종반으로 갈수록 부경고의 공격력이 살아나며 점점 무뎌진 창이 햇빛을 받아 반짝거립니다...
그러나 중원에서의 패스줄기는 상대의 협럭수비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측면 날개를 활용한 공격 옵션마저
내려앉은 수원공고의 밀집수비벽에 크로스가 막히며 무위에 그칩니다...
44분...상대 진영 아측 오른 측면에서 김승주의 슈팅이 수비수를 맞고 혼전중에 옆으로 흐르는 볼을 박성우가
회심의 오른발슈팅으로 연결하지만 골포스트를 실짝 비켜나며 전반전 최고의 득점기회가 아쉽게 무산됩니다...
(박성우의 왼발에 걸렸으면 여지없이 골망을 흔들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납니다...)
후반전
하프타임...최병찬이 신동원을 대신해 그라운드로 들어섭니다...
포지션에 변동이 생깁니다..
쉐도우로 상대의 밀집수비에 막혀있던 에이스 김태훈이 오른측면으로 이동하고
2학년 듀오 최병찬 정솔빈이 공격 일선을 담당합니다...
김태훈에 대한 밀착마크를 봉쇄하겠다는 안선진감독의 의도...
최병찬..정솔빈이 전방에서 활발히 수비진을 흔들어줍니다...
눈에 띄게 무뎌진 수원공고 선수들의 발걸음...
10여분...동점골을 향한 파상적인 부경고의 공세에 움찔하며 웅크러드는 수원공고...
골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지만 마무리슈팅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점점 기세가 누그러져갈 즈음...
13분...상대 진영 중앙 왼쪽 측면에서 프리킥 찬스를 얻은 부경고...
김태훈의 프리킥이 길게 포물선을 그리며 페널티 박스안으로 떨궈지자...
제공권에 가세한 손기련이 상대 골키퍼보다 한발 먼저 몸을 솟구치며 볼을 머리를 얹습니다..
골망을 흔드는 통렬한 헤딩슛...
수원공고 선수들은 골키퍼 차징이라 강력히 항의를 하지만 엄연한 손기련의 정당한 플레이...
동점골을 고대하던 부경고 응원단은 누구랄것없이 얼싸안고 골의 환희를 만끽합니다...
골은 선수를 춤추게합니다...
기세등등해진 부경고선수들이 더욱 활발히 수원공고 진영을 유린하고...
부경고의 미들플레이가 점점 제 모습을 찾아가며 본연의 모습을 갖춰나갑니다...
완연한 부경고의 흐름....
역전골에 대한 기대감이 한창 무르익을 무렵....
박성우의 패싱을 이어받은 김승주의 중거리슈팅이 살짝 오른쪽 골포스트를 비켜나며 아쉬운 탄성을 쏟게 합니다..
하지만 찬스뒤의 위기라던가...
33분경...아찔한 위기를 넘기는 부경고....
상대의 역습에 휘말려 우리 골박스 안 오른쪽에서 노마크 슈팅위기를 맞지만 문경건의 슈퍼세이브와 수비수들의
육탄방어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겨우 벗어나고...
다시 순식간에 역습으로 돌변하는 부경고의 공격...
임준규의 패싱이 막히고 상대 수비수가 걷어낸 볼이 후방에 처진 손정우에게 흘러가자....
지체없이 골박스안으로 쏘아올린 크로스를 수원공고 골키퍼가 다급하게 펀칭한 볼이 공교롭게 김태훈의
발아래로 떨궈집니다...
감각적인 트래핑에이은 통쾌한 슈팅!!!...
텅빈 골망을 출렁이는 그물의 울림이 사자의 포효가 되어 그라운드를 뜨겁게 들썩입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미처 전열을 정비하기도 전... 후반 교체 투입된 용호고전 결승골의 주인공 조재완(13번)에게 어이없이 동점골을 허용하며 양팀 응원단의 희비가 극명하게 교차됩니다...
승부차기
부경고가 자랑하는 수문장 문경건의 활약이 눈부시다 못해 찬란하기까지 합니다...
상대의 1번키커 4번키커의 슈팅을 절륜의 판단력과 순발력으로 막아내고 5번키커의 실축을 유도해낸 카리스마가
마치 독일의 전설적인 골키퍼 올리버 칸처럼 무시무시하기만 합니다...ㅋ
반면 부경고는 1번키커 김태훈이 비록 실축하기는 하지만 박성우 손기련 박재우가 가볍게 골을 성공시키며
부경고를 2013 왕중왕전 4강으로 올려놓습니다...
마무리하며
이제 170여개 고교팀 중 최강의 4인만 살아남았습니다..
경기력이 기대에 못미친다고 실망하지 마십시요...
강한게 이기는게 아니라 이기는 팀이 강팀이라 했습니다..
화려하게 이긴다고 강팀이 아니라...
이길때 이기는 팀이 진정한 강팀입니다..
언남고 보인고 현대고 등 숱한 우승후보들이 번번히 스러지는 동안
우리 부경고는 힘든 과정에도 굴하지 않고 인동초처럼 끈질기게 살아남아 4강까지 진출했습니다...
저는 우리 선수들의 처절한 투혼이 너무나 고맙고 사랑스럽습니다...
사실 우리 선수들 몸은 정상이 아닙니다..
혹독한 겨울 제주 전지훈련부터 청룡기..부산권리그..부산mbc..전국체전을 거치며
겨우 15~6명의 선수로 시즌을 보내오는 동안 휴식이라 할만한 상황은 거의 없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연히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오직 '우리는 아카라카 부경고'는 자부심과 자존심으로 선배들이 일구어낸 명성을 이어가고자 이들은 달리고 달렸습니다...
이름을 거명하지는 못하지만 몇몇 선수들은 오직 정신력으로 왕중왕전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그렇게 일구어낸 왕중왕전 값진 4강입니다...
이제는 부경고라는 이름만으로 상대는 주눅이 듭니다...
그 이면엔 선배들이 이룩한 업적이 물론 많은 부분 차지하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지금의 선수들이 보여준 탁월한 경기력과 승부를 향한 집념..그리고 실력을 뛰어넘는 투혼(鬪魂)이
기저에 깔려있음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4강 티켓과 내년 전국체전 티켓을 확보한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우리의 부경고 선수들!!...
이들은 지금 상암의 주인공을 꿈꾸며 고교무대의 마지막 열정을 불태우고자 합니다...
한사람... 한사람... 이들의 도전에 힘이되는 응원을 하여주십시요!!...
이들은 반드시 그 응원에 보답할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부경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