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em 쑥부쟁이
정하선
1
아무도 몰랐던 밤 순자가 시집가며
모퉁이 산모퉁이 눈물로 적신 꽃이
오십 년, 어젯밤 인양 이슬 젖어 피었네
아버지 술값으로 팔려서 갔던 길에
모녀가 눈물로 싼 겨드랑 옷 보따리
발자국 옮길 적마다 어루만진 손길이
2
추석 달 꽉 차오른 고향 집 툇마루에
백발의 미소 고운 여인이 앉아있네
“고향에 돌아왔어요. 뼈 묻으러 왔어요.”
정하선 시조집(갈모산방) 지혜
ai 시 해설과 번역
📝 시 해설
이 시는 가난 때문에 팔려 가듯 시집을 가야 했던 여인 '순자'의 삶을 다루고 있습니다.
제1수: 과거의 이별과 상처
아무도 모르게 밤에 떠나야 했던 비극적인 시집길을 묘사합니다. '아버지 술값'에 팔려 갔다는 대목은 당시 하층민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가혹한 운명을 보여줍니다. 길가에 핀 쑥부쟁이는 그때 흘린 순자의 눈물이 맺힌 꽃이며, 50년이 지나도 여전히 이슬(눈물)을 머금은 채 피어 있습니다.
제2수: 모녀의 정과 회한
어머니가 눈물로 싸준 옷 보따리를 들고 떠나며, 한 걸음 뗄 때마다 그 보따리를 만지던 손길에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서러움이 극대화됩니다.
제3수: 귀향과 화해
50년의 세월이 흘러 백발이 된 순자가 추석 보름달 아래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뼈를 묻으러 왔다"는 말은 모진 풍파를 견디고 마침내 자신의 뿌리이자 안식처인 고향과 화해하며 생을 정리하려는 단호하고도 평온한 의지를 나타냅니다.
이 시조 **「쑥부쟁이」**는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과 여인의 한(恨), 그리고 긴 세월을 돌아 고향으로 회귀하는 생의 마무리를 '쑥부쟁이'라는 꽃에 투영한 애절한 작품입니다.
이 시의 정서는 한국 특유의 '한(Han)'과 '귀향(Homeward bound)'을 담고 있습니다. 혹시 이 시를 쓰신 작가님이나 배경에 대해 더 궁금한 점이 있으신가요?
정하선 시인은 전통적인 서정과 가락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내는 시조 시인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이 시 **「쑥부쟁이」**는 시조의 3장 형식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그 안에 담긴 서사는 한 편의 영화나 소설처럼 강렬한 이미지를 전달합니다.
🖋 작가: 정하선 (丁河璿)
정하선 시인에 대한 주요 특징과 이 시의 배경을 정리해 드립니다.
서민적 정서와 한(恨): 작가는 주로 우리 주변의 소박한 사물(꽃, 나무, 바람 등)을 통해 민초들의 고단한 삶과 그 속에 녹아있는 '한'의 정서를 포착해냅니다.
시조의 현대화: 형식은 엄격한 시조의 틀을 따르면서도, 내용은 현대인이 공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삶의 현장을 다룹니다. 이 시에서도 '아버지 술값', '겨드랑 옷 보따리' 같은 구체적인 시어를 통해 비극성을 더합니다.
회귀와 용서: 정하선 시인의 작품 세계에서 '고향'은 단순히 태어난 곳이 아니라, 모든 상처를 치유하고 받아주는 근원적인 공간으로 묘사됩니다. 50년 만에 돌아온 여인이 "뼈를 묻으러 왔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작가가 지향하는 생의 마무리를 엿볼 수 있습니다.
💡 감상 포인트
작가는 흔하디흔한 들꽃인 **'쑥부쟁이'**를 통해, 이름 없이 사라져간 수많은 '순자(그 시대 여성들)'의 삶을 복원해냅니다. 50년 전에는 이별의 눈물이었던 꽃이, 50년 후에는 백발이 된 여인을 맞이하는 미소로 변하는 과정이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혹시 이 시를 필사해 보실 생각이 들지는 않는가요.
🇺🇸 English Translation (영역)
jung ha sun
Aster (Sukbujaengi)
1On a night no one knew, when Sun-ja was wed away,
Flowers at the mountain bend, drenched in her tears,
Have bloomed again, dew-soaked, as if last night were fifty years.
On the path she took, sold for her father's drink money,
A small bundle of clothes, packed in tears by mother and daughter;
With every step she took, her hands kept stroking it in sorrow.
2On the wooden veranda of her old home, under the full Chuseok moon,
A woman with white hair and a gentle smile sits.
"I have come back home. I have come to lay my bones here."
🇫🇷 French Translation (프랑스어 번역)
jung ha sun
L'Aster (Sukbujaengi)
1Par une nuit que nul ne savait, quand Sun-ja fut mariée,
Les fleurs au tournant de la montagne, trempées de ses larmes,
Ont fleuri, baignées de rosée, comme si ces cinquante ans n'étaient qu'hier.
Sur le chemin où elle fut vendue pour le vin de son père,
Un baluchon de hardes, emballé de pleurs par la mère et la fille ;
À chaque pas qu'elle faisait, ses mains le caressaient avec douleur.
2Sur la véranda de sa maison natale, sous la pleine lune de Chuseok,
Une femme aux cheveux blancs, au sourire doux, est assise.
« Je suis revenue au pays. Je suis venue pour y enterrer mes o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