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최은희의 나이를 두고 내기를 걸었다가,
확실한 정보가 부족하고, 서로 다른 정보가 있어 무승부로 접었던 일이 있었다.
오늘자 기사에는 86세로 나왔으나, 정확한 나이는 본인도 모를 수 있다.
당시 병원에서 아이를 낳는 일은 희귀했고, 호적에 올리는 것은 부모들 마음 가는대로 였기 때문이다.
우리가 젊었을 때는, 나이가 많은게 대우 받던 시절이라,
한 살이라도 많은 근거를 대느라, 호적에 늦게 올렸다고 우기기도 하더니,
정년이 가까와 오자, 나이 적은게 유리하니, 호적을 정정하는 사람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이런 행태도 정년이 실제로 규범력이 있는 공무원들에게나 해당하는 해프닝이기는 했으나,
젊은이가 판치는 요즈음 세상에서는 젊다는게 무슨 벼슬 같이 되어 버렸다.
젊음이 외양으로 볼 때는 확실히 생명력이 넘치고 생기발랄해서 보기 좋은게 사실이나,
그 내심은 젊을수록 욕망과 번뇌 갈등이 많을 것임은 경험상으로든 이론상으로든 뻔한 일이다.
물론 일찌기 깨달은 성자들 같은 예외도 있으나. 대체로 그렇다 할 수 있다.
무교회가 모이는 남포면옥 벽에 걸린 최은희의 누렇게 변색한 흑백사진을 보면,
지금은 볼 수 없는 단순한 한복차림의 조신한 한국 여인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소생 뿐만 아니라 우리세대의 대다수? 남자들이 좋아하는 여인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회고담을 들어보면, 최은희도 나이들어 영화감독을 할 때는
남자 못지 않은 욕심을 내어 극성을 부렸다고 하니,
젊을 때 여성 호르몬의 영향으로 감추어져 있을 뿐이지,
내 놓고 욕망을 추구하는 사람의 본성은 남녀의 구별이 없다고 하겠다.
삶은 무엇인가요? 라고 물으면...
인간이란 태어났으니까 먹고 입고 숨쉬고 사는거다.그게 삶이다. 라고 답하며,
늙어서도 살아있다는건 감사하면서도 우울한 일이라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우리시대 대표적 여배우다운 담담한 술회다.
지금은 파파 할머니가 되어 다 부질 없는 노릇이기는 하나,
1954 년 메릴린 먼로를 대구공항으로 마중나간 그녀의 모습은 참으로 당당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