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비용이요? 우리약국은 결제액이 작아서 큰 영향은 없는 것 같아요. 변화라면 도매 제휴카드 하나 만든 것뿐이지요."
서울 서대문구의 한 동네약국 약사는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에 따른 금융비용 합법화에 대해 짤막하게 이야기했다.
이 약사는 "문전약국에 비해 유통규모가 작기 때문에 구하기 힘든 약은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역매품 일반약은 직거래와 도매업체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이 약사는 "팜코카드 무이자 할부가 되지 않아 우왕좌왕한 것 외에는 금융비용 합법화 이후에도 큰 변화는 없다"고 전했다.
전체 2만여 약국 중 나홀로 약국은 76%(1만5000여곳)로 추정된다. 이들 약국들은 사실상 대형 문전약국에 비해 바잉파워가 약할 수밖에 없다.
즉 당월결제 기준 금융비용 2.8%가 엄격하게 적용된다는 이야기다. 동네약국들도 1%의 카드 마일리지를 받기 위해 적합한 카드 찾기에 혈안이 돼 있는 상황이다. 문전약국의 직영 도매상 개설이나 회전기일 연장 등은 딴나라 이야기인 셈이다.
◆전자상거래 등 유통경로 다변화…혜택 좋은 카드 찾기 골몰쌍벌제 이후 동네약국의 가장 큰 특징은 전자상거래로 유통 경로를 다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 안양의 P약사는 "3~4개의 전자상거래 사이트 거래량을 늘렸다"며 "어차피 결제액도 크지 않기 때문에 조건을 크게 따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L약사도 "전국구 처방을 받기 때문에 전자상거래가 훨씬 용이하다"며 "모 전자상거래 사이트는 일반 카드 사용도 가능하기 때문에 포인트까지 계산하면 도매 거래보다 이득이 된다"고 전했다.
2.8%를 받기 위해 다양한 카드를 비교하며 가장 적합 카드 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약국들도 많다.
특히 금융비용 2.8% 중 1%를 카드 마일리지로 받을 수 있도록 규정되면서 동네약국 약사들은 제약이나 도매업체를 대상으로 일반 카드결제가 훨씬 용이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각 카드사가 시장에 내놓은 프리미엄카드가 약사들의 표적이 된다.
서울 서초구의 K약사는 "카드 영업사원이 방문하면 과거에는 그냥 돌려보냈지만 이제는 영업사원에게 카드 혜택을 물어보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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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비용이 반영된 약국 세금계산서 1.79%, 즉 1.8%가 정확하게 반영됐다. |
이 약사는 "주변약국들도 포인트나 무이자 혜택이 좋은 카드 1~2개는 다 신규로 발급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약사들이 카드 포인트 전문가가 되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한방과립제 결제할인 공급단가 낮추는 쪽으로 선회또한 동네약국 약사들은 결제할인 수준이 일반약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던 한방과립제도 공급 단가를 낮추고 결제할인을 없앤 것도 큰 변화라고 입을 모았다.
매약에 치중하는 서울 영등포의 K약사는 "많게는 20~30%의 수금할인을 해주던 한방과립제 업체들이 결제할인을 없애고 사입가를 인하하는 쪽으로 영업정책을 변경했다"면서 "대형약국에서 난매를 치지 않을 까 걱정이 된다"고 설명했다.
제약사가 일반약 할인할증 정책을 폐지하고 공급가를 인상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자 동네약국 약사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실질적으로 다빈도 일반약 가격이 인상된 상황에서 동네약국은 인상된 가격을 판매가에 산정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대형약국의 저마진 공세를 당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제약사가 가격인상에 대한 고객 홍보를 전혀 하지 않아 발생하는 고객 저항도 동네약국의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
◆일반약 가격인상에 판매가 조절 '골머리'경기 성남의 K약사는 "관행처럼 받던 일반약 할인할증이기 때문에 판매가격에 반영을 해야 수지타산이 맞는 것 아니냐"며 "그러나 과거에 사입했던 품목과 쌍벌제 이후 사입된 제품이 혼용돼 유통되면서 저가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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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국 대상 카드 발급 홍보물 |
결국 동네약국 약사들은 역매품에 치중하고 다빈도 일반약 중 유명품목은 구색용으로 운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동네약국 약사들은 금융비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시장형실거래가제가 시행되면서 금융비용이 할인된 금액으로 청구를 해야 하는지 아니면 금융비용이 반영되지 않은 가격으로 청구를 해야 하는지 혼동하는 약사도 많았다.
◆정부-약사회 차원 제도 설명 절실즉 약값이 1만원인 경우 할인율 1.8%가 적용되면 9820원이 된다. 세금계산서에 공급된 가격이 9820원이기 때문에 9820원으로 청구를 해야 하는지 1만원으로 청구를 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이야기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1만원으로 청구를 해도 약국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 시장형실거래가제는 실제 거래가를 청구하도록 하고 있지만 금융비용은 제외되기 때문이다.
지역 약사회 관계자는 "약사들은 언론사 기사를 통해 전달받는 정보가 전부"라며 "대한약사회나 복지부에서 금융비용 합법화에 따른 Q&A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