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로 올라오는 태풍은 대개 여름부터 시작하여
추석 전후로 거의 끝난다.
추석 이후에는 대개 일본쪽으로 방향을 꺾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번에 필리핀 동쪽에서 발생한 태풍18호 차바는
수온이 높은 바다에서 서서히 세력을 키운 다음 북서진 하여
오늘 오키나와 남남동방 약1천km지점까지 올라와 있다.
현재 중심기압은 985헥토파스칼로 중형급이지만
앞으로의 진행방향이 유동적이어서 만약 우리나라로 향해 올라온다면
직격탄을 맞을 것은 뻔하다.
얼마전 대만을 강타한 태풍의 위력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여서
벌써부터 겁이 난다.
내가 배를 탈 때 호주 서북부 댐피아항에서 광석을 잔뜩 싣고
일본 구주에 있는 북구주시의 야하타제철소로 향하고 있었다.
필리핀 동쪽을 통과할 무렵 태풍 새끼들이 몇개가 생겨 그 부근에서
머물면서 세력을 키우고 있었다.
당시 배의 속력이 14.5노트 정도여서 태풍이 놀고 있을 때
몰래 달아나면 태풍의 영향을 받지 않고 조용히 항해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직선침로를 택해 최고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하였다.
태풍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면서 하룻밤을 달리고 난 다음날 아침 일본에서 나오는 해상기상도를 받아보니
태풍의 예상진로와 우리 배의 진로가 서로 겹쳐지고 있었다.
해상상태는 이미 태풍의 영향권으로 들어가 바람과 파도가 거세게 몰아치고 있었다.
계속 진행했다간 태풍속에 휘말려 침몰할 것 같아서 배를 완전히 뒤로 돌려
태풍영향권에서 벗어나려고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나중에 선체를 살펴보니 선수측에 매달려 있던 앵커 한쪽에 거센 파도에 두들겨 맞아 떨어져 나가고 없었다.
또한 선수 연료유이송펌프룸에 있는 펌프실이 수밀도아를 닫아두었는데도 노후되어 바닷물이 새어들어가
4~5층 높이의 펌프실이 완전히 물에 잠겨 있었다. 할 수 없이 이동용 펌프를 설치하여 하루내내 고인물을 퍼내어야 했다.
조금 있으면 가을걷이가 시작될텐데
태풍이 올라오면 벼농사며 과수농가는 초토화가 될 것은 뻔하다
태풍진로를 파악하면서 미리미리 대비를 해야겠다.
국민안전처는 한가하게 문자나 보내지 말고,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기 바란다.